[궁금타파-수년 동안 인도에서 차도로 내몰린 사람들...②] 4년 가까이 계속된 민원에 ‘사실상 눈과 귀 막은 서초구청...’ 이제야 움직인 이유는?

수년 동안 주민과 구청 모두가 사실상 포기한 상태, 그 지옥에 결국 기적이 일어났다

편집부 승인 2024.05.03 12:50 | 최종 수정 2024.05.16 10:07 의견 0

지난 4월호 궁금타파에 보도된 서초구의 어느 특정 지역들의 상상을 초월한 불법주차 실태는 보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기자의 요청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조차 기자에게 청문감사실에 관련 공무원들 징계를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말까지 건넬 정도였다.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지만 결국은 구청장의 문제해결 의지와 구청의 행정능력에 달렸다는 말을 전했다. 또 서울경찰청 법제총괄 담당자는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기자에게 “방배동의 그러한 사례는 들어본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기자와 통화한 다수의 서초구청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수년 동안 서초구청이 얼마나 잘못된 행정을 펼쳐왔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서초구청 교통지도과가 보여준 모습은 그냥 총체적 난국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랬던 서초구청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 변화였다. 주변 주민들도 이런 모습은 난생 처음 본다며 환경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었다. 그 누구도 바꾸지 못할 것 같았던 무법지대에 어떤 변화들이 생겼을까.

해당 지역에 대한 본지의 취재 및 지난 2월 26일부터 서초구청의 집중 단속이 시작된 이후 한 달이 지난 3월 29일 오후의 모습.



[시사의창 2024년 5월호=정용일 기자] “살다 살다 여기가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변한 건 처음 봐요”, “아니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몇 년을 그렇게 줄기차게 신고하고 또 신고해도 변하질 않더니 세상에 이런 날도 있네요”, “온 동네에 여기 인도가 주차장으로 소문이 났었는데 정말 기적 같네요”


지난 수년 동안 방배5구역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본 지역 주민들이 기자에게 건넨 말들이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최악의 현장 모습이 그저 믿기지 않을 뿐,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끝까지 파헤쳐보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을 만나 보았고, 지역 상인들을 만나보았으며, 관할 구역의 경찰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고, 서울시청 불법 주정차 관련 담당자 및 법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서울경찰청 법제총괄 담당 공무원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또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 담당자와 얘기를 나눴으며, 해당 지역에 불법주차를 일삼는 것으로 추정되는 5구역 공사현장의 관계자들과 관련해 현장 책임자도 만나 보았다. 그리고 가장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도로법 75조에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 인도의 구도나 교통과 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법으로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과 그러한 사람들을 오랜 세월 방치한 서초구청의 행태는 취재를 하면서 잘못 되도 참 많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6대 불법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에 해당하는 인도(보도)의 경우 법적으로도 명확히 명시가 되어 있다. 바로 차마의 일부라도 인도를 침범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1년 365일 그 어떤 차량이라도 인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안 된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국민들의 생각과 현실은 꽤나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 서울경찰청 법제총괄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도로교통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각 자지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행정적인 부분이라 상황에 따라 유예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상황에 따라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유예를 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백주대낮에 400M 구간 인도의 대부분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의 불법적 행태가 최소 3년 이상 이어져 온 상황에 대해 서울청 담당자도 그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방배6구역 주변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 경고 현수막을 비웃듯 차량들이 인도에 주차되어 있다.


주로 늦은 밤부터 이른 아침 사이의 시간대에 유예를 두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대낮에 그런 상황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통화한 정부부처 관계자들 모두가 문제점을 인정했으며, 관할 지역인 서초구청 관계자들 역시 문제점을 인정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해당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서초구 방배동 일대의 경우 유독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이는 아마도 방배동 일대 보·차도 경계석의 형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보·차도 경계석이란 차도와 보도를 구분 짓는 경계석을 말한다. 자동차가 인도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법주차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차도와 보도를 구분 짓는 경계석의 높이가 없어 운전자들이 불법 주정차를 보다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인도는 차도와의 경계가 모호해서 불법주차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도는 차도와 인도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보·차도 경계석으로 인해 너무나도 쉽게 그곳이 인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차도 경계석 또한 차도보다 높게 되어 있어 차도와 인도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보·차도 경계석의 높이는 25cm 이하로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


보·차도 경계석의 높이가 차도와 수평이어서 인도와의 구분이 모호하다 할지라도 육안으로 보면 그곳이 인도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전혀 어렵지가 않다. 하지만 다수의 운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단 차도와 보도의 단차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동차가 보도를 침범하는 것을 막아 보행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인 보·차도 경계석. 하지만 단차가 없어 인도에 주차하는 행태가 만연한 상황이며, 오히려 보행자의 통행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인도가 주차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3월 기자가 현장 취재를 위해 방배동 일대를 다니던 중 보·차도 경계가 없는 방배6구역 공사현장 주변의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을 사진촬영 하고 있었다. 그때 기자 우측 옆에서 SUV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기자에게 공손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저 실례지만, 제가 그곳에 차를 좀 대려고 하는데 조금만 뒤로 비켜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인도 위에 서 있는 기자에게 인도 위에 불법 주차를 하려 하는데 조금만 비켜달라는 말이었다. 현장 취재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 운전자에게 “선생님...이곳은 인도인데 이곳에 주차를 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운전자는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기자가 서 있는 곳을 보더니 “아...죄송합니다. 차를 대면 안 되는 곳인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며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말투가 껄렁껄렁했다면 습관적으로 뻔히 알면서도 상습적으로 인도 위에 주차를 하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했겠지만, 그 운전자는 정말 모르고 있던 눈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와 차도 위 경계를 구분 짓는 보·차도 경계석의 높이가 없는 경계석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지역은 수년 동안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곳으로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야만 하는 곳이다. 또한 무엇보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신고 및 민원제기와 더불어 서초구청의 적극적인 단속도 필요해 보였다.

2 방배6구역 주변 인도 위 불법 주차한 차량에 해당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이 탑승하고 있다.
방배5구역 디에이치방배 공사현장 주변 인도에 가득한 차량들로 인해 한 주민이 차도로 위험한 통행을 하고 있다.


신고접수 지역 아니면 단속 안 한다는 서초구청
바로 눈앞에 보여도 그냥 지나치는 건 다반사

그렇다면 서초구청의 단속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그 해답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서초구청 교통지도과 단속 팀의 현장 단속은 기자의 입장이 아닌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말 형편없어 보였다. 인력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언제까지나 그것을 핑계로 삼을 수많은 없는 노릇이다.


기자가 지난 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스마트신고’ 앱을 통해 방배로 31길 18 주소에 앞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들을 신고한 후 단속반이 오기를 기다려 보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기자 옆으로 단속반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가 오후 12시 55분이었다. 단속 차량은 주소지 앞 인도 위에 나란히 세워진 불법주차 차량 3대에 과태료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의 소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 후 매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속반 차량은 기자가 서 있던 곳에서 도보로 불과 10초 남짓의 가까운 거리였다. 그리고 기자 우측 옆 인도 위에는 불법주차 차량 4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단속반은 신고가 들어온 주소지 앞 인도 위 차량들만 단속할 뿐 바로 옆 인도 위에 세워진 다른 차량들은 그저 한 번 쳐다본 후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수년 동안 그토록 집중적으로 민원이 들어오는 곳이지만, 빤히 보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고 가는 단속반을 바라보면서 인근 주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하루에도 끝없이 쏟아지는 민원신고에 현장 단속을 모두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 속전속결로 신고가 들어온 주소지의 단속이 끝나면 바로 다른 신고지로 이동해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는 게 지난 수년 동안 서초구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 도로의 황색 점선이나 실선에 불법 주차를 한 차량도 아니고, 주정차 절대금지 구역인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들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며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곳이 지난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신고가 빗발치는 곳이라는 점이다.


서초구청은 기자가 지난 수년 동안 해당 지역의 불법주차와 관련해 취재를 하면서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앞으로는 더욱 신경 써서 단속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입으로만 하는 단속을 펼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방배5구역 주변 인도 위에 장기간 불법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앞 유리에 단속 스티커가 여러장 붙어 있다.
방배6구역 주변에 인도 위 불법 주차시 견인 경고 문구가 적혀 있지만 실제 견인된 사례는 거의 없다.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져야...
서초구청 교통지도과 담당 공무원들 및 현장단속요원들의 업무에 대한 기본지식 부족도 문제다. 주차단속과 관련한 기본 지침 및 규정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단속의 기준은 중구난방이며, 문제점을 제기한 후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때뿐, 개선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서초구청은 연일 인력부족으로 인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본지는 서초구청의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의 방배동(방배본동, 방배1~4동) 주차단속 요청 민원건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며, 약 열흘 뒤 서초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서초구청은 지난 1년 동안 총 19,396건의 불법주차 현장 단속 요청을 받았다. 이를 1년으로 나누면 월별 1,616건이며 일별로 나누면 53.86건으로 대략 하루 평균 54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현재 서초구청은 3개 조가 운영 중이며, 오전 조와 오후 조, 심야조로 나뉘어 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 중 1개 조가 방배동 일대를 담당하고 있으며, 1개 조에 2개의 팀이 각각 2명씩 단속을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전조가,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후조가 담당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심야조가 담당하며 심야조는 서초구 전체를 담당한다.

2023년 서초구 불법주차 단속 현황



결국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 동안 2개의 팀으로 나뉘어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평균 54건의 단속요청 건이 오전이든 오후든 한 개 팀이 7~8시간 동안 일 평균 27건의 주차단속을 한다는 결론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서초구청 교통지도과 A 계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루에 한 개 팀이 7~8시간 동안 27건의 현장단속을 펼치는데 업무가 과중한 것이냐는 질문에 A 계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 채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또 A 계장은 유독 방배동 일대에 인도 위 불법주차가 심한 상황에 대해 “그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 또한 문제였다. 방배동 일대의 인도(특히 방배 6구역 주변 일대)는 차도와 보도의 단차가 없어(보도와 인도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경계석의 높이) 차량들이 손쉽게 인도 위에 주차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A 계장은 그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기자의 지적에 A 계장은 문제점을 곧바로 시인하고 또 사과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다소 당황스러운 말까지 했다. 기자의 취재 과정이나 방향에 대한 서초구청 측의 입장 표명이나 이의제기도 아닌 대부분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면서 기자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방배로 31길 18 주소지 앞 인도 위 불법주차를 단속한 주차단속반이 걸어서 불과 10여 초 거리의 다른 차량들은 단속을 하지 않은 모습.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그렇게 분주하게 단속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단속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물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주민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민원에 수수방관했는지 물었다. 그 많은 의견들은 무시한 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문제점을 제기하고 증거자료들을 제시하는 족족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답변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언론이 움직이니 이제야 제대로 된 단속을 처음으로 하고 있는 서초구청의 모습이 정상인지 물었다. 그러한 기자의 질문에 다시 긴 침묵만이 흘렀고, 앞으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지금도 최선을 다해 집중 단속을 펼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확실히 느낀 점은 상식의 선을 완전히 벗어난 무법지대들이라 해도 집중 취재가 들어간 후 배짱 좋게 끝까지 그러한 불법주차 행각을 이어가는 차주들은 결국 없었다. 그러한 집중 취재를 끝까지 배짱 좋게 버텼던 지차제도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민원인의 신분이나 민원인의 이의제기의 수준 및 신고유형, 강도에 따라 지자체들이 움직이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 지옥 같았던 장소들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그 사례들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방배6구역 래미안원페를라 아파트 공사현장 주변 인도 위에 CCTV설치 후 불법 주차되어 있던 다수의 차량들이 말끔히 사라진 모습.


돈 앞에 장사 없고, 강력한 단속 앞에 장사 없다
해답은 간단했고, 결국은 물렁물렁한 단속이 원인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 예를 들면, <방배로27길 35> 주소지 앞의 경우 6구역 래미안 원페를라 아파트 공사현장 담벼락을 기준으로 좌우로 길게 뻗은 인도에 매일같이 수십여 대의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신고와 더불어 구청에 관련 민원을 넣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요구했다. 결국 해당 구간에 CCTV가 설치되었고, 현재 90% 이상의 불법주차 차량들이 사라진 상태다.

송파구 오금로 11길 37-44 주소지 주변. 취재가 시작된 이후 CCTV가 설치되고 집중 단속이 이뤄지면서 불법주차 차량들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또한 <송파구 오금로11길 44> 주소지의 경우 방이동 먹자골목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해당 주소지 주변 인도에 수십여 대의 차량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최소 5년 이상 이러한 상황은 반복되어 왔다. 해당 장소에 대한 취재요청을 받은 후 해당 장소의 심각성 등 문제점에 대해 송파구청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결국 CCTV가 설치되었고, 현재 인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지역 주민들은 1년 내내 가득했던 불법주차 차량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을 보며 믿기 힘들 정도라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지역을 예를 들면, <동작구 동작대로 33마길 64 주소지에서 동작대로 29길 172> 주소지 앞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약 200M의 구간에 차량들이 수시로 불법주차를 하는 장소였다. 특히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의 경우 전 구간에 불법주차 차량 수십여 대가 빼곡하게 들어서 한 개의 차선이 완전히 사라져 버림으로써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했다.
앞뒤로 꼬여버린 차량들로 인해 도로는 순식간에 먹통이 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교통정리를 위해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악순환이 무려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해당 지역은 지난 수년 동안 좌측 오르막길 방향 100m 구간과 우측 50m 구간에 수십여대의 불법주차 차량들이 가득했던 곳이다.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 한 개의 차선이 사라져버려 도로가 마비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지역이지만 취재 후 현재 불법주차 차량들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동작구청에 해당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지속해서 지적했으며, 결국 해당 구간 전체가 집중 단속 구간으로 지정되어 관리되었으며, 해당 구간 전체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도로 바닥이 붉은색으로 도색 작업이 진행됐다. 무인카메라도 설치되었다. 그 후 현재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100% 사라진 상태다.

방배5구역 6번 게이트 안쪽의 모습. 인도를 가득 메웠던 차량들이 취재가 시작된 이후 공사장 내부 공간으로 이동해 주차한 모습.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가 시작된 빌미를 제공한 방배5구역 주변의 변화된 모습이다.(22페이지 하단 사진 참조) 지난 4월호 궁금타파에 실린 방배5구역 주변 불법 주정차 실태는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으며, 해당 지역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취재를 이어 갔다. 그리고 건설현장 책임자가 약속한 보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취재를 시작했고, 400M 인도 구간에 수백여 개의 고깔콘이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들이 고깔콘을 치운 채 다시 인도 위에 차를 주차한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대적인 집중단속을 예고한 서초구청의 단속 역시 종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삼엄한 단속이 이뤄졌다.
서초구청 측의 단속 시작 예정일이었던 2월 26일(월) 오전 10시쯤 현장이 방문했을 때 구청 단속반 차량 두 대가 출동했으며 총 6명의 인원이 400m 구간을 좌우로 반반씩 나눠 모든 차량에 과태료 부과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그러한 단속은 매일 이뤄졌으며, 서초구청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해당 구간의 불법 주정차 차량들 중 90% 이상이 사라진 상태다.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주민들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취재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 결과물이 나오고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니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다시 포착됐다. 기자가 후속보도를 위해 마지막으로 5구역을 방문한 지난 4월 21일(일) 오후 3시경 5구역 6번 게이트 주변 인도에 건설용 자재로 보이는 불법적치물이 인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인도 위 차량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제는 불법적치물이 말썽이다.


또한 주변의 인도 위에는 그 시작점이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오랜 기간 인도 위에 방치된 불법주차차량 한 대가 있다.
언뜻 보면 인도 위에 버려진 차량으로도 보인다. 차량 앞 유리창에는 경고장이 붙어 있지만 그 경고장조차도 낡고 낡아 언제 붙였는지 모를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에 대한 서초구청의 대응을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에 걸친 이번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난 수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그 수많은 민원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인지, 주민들의 합당한 개선 요구를 묵살한 것인지 각 관할구청에 묻고 싶다. 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당 사안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워 즉각적으로 개선에 나서고, 주민들의 원성은 그저 기계적으로 응대하고 넘겨버리는 것인지 말이다.


땅덩어리는 비좁고 등록 차량은 계속 늘어만 가니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 불법 주정차를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러한 행태를 상습적으로 일삼는 운전자들의 인식이나 주차단속 담당 공무원들 및 단속요원들의 인식도 고쳐져야 할 부분이 많다. 단속에 필요한 기본적인 업무수칙이나 명확한 규정도 모른 채 중구난방 식으로 행해지는 단속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같은 장소, 같은 환경, 같은 시간대에 A 단속요원이 단속하면 ‘과태료 발부’, B 단속요원이 단속하면 ‘경고장’이라는 상반된 단속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이러한 잘못된 단속 행태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동작구, 관악구 등 다수의 지자체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아마 전국적으로 확대시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차량들은 늘어만 간다. 부족한 주차 공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전국 각 지자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들 스스로 자발적인 인식 개선 외에는 국민들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어느 한쪽에 배려와 혜택이 주어지는 순간 법과 원칙, 규정은 무너진다. 무법지대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법치국가에서 무법지대가 웬 말인가.


국민들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모두가 법과 원칙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범법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처벌이 강하다면 그 범법행위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불법 주정차와 관련한 국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이 전제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 해결 방법에 대한 열쇠는 각 지자체가 쥐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죄수를 가둘 감옥이 부족하다면 죄수들을 가둘 감옥을 더 크게 지어야 함이 마땅하다. 감옥이 부족하다고 죄지은 죄수들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는다. 죄지은 범죄자들이 폭증한다고 해서 죄지은 사람들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는다. 동일한 유형의 범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처벌 수위와 단속을 강화함이 마땅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범법행위가 지속된다면 처벌 수위와 단속을 강화해야 함이 마땅하다.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어 다녀야 할 인도 위에 불법주차를 일삼는 운전자들을 지난 수년 동안 사실상 방치한 서초구청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용일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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