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편집부 승인 2024.05.03 11:04 의견 0

개인 사채업이라는 불법 사업을 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친절한 마음으로 돈을 빌려줄 리가 없다. 한 가족처럼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답장에 어느새 굳게 믿어 버렸고 대출 빚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본문 중에서-

시가 아키라 지음 ㅣ 양윤옥 번역 ㅣ 소담출판사 펴냄


[시사의창=편집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미스터리 장편 소설이다. 스마트폰을 경쟁 상대로 삼고 ‘책을 잘 읽지 않는 젊은이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작품을 지향하는 작가는, 소설 소재로서는 드문 분야인 사기 대출, 소비자 금융, 불법 개인 사채와 같은 시사 문제를 본작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누마지리 다카요가 임대료 체납 독촉장을 받으며 시작된다. 콜센터에서 일하다 신경증이 도져 일을 그만둔 이후로 월세를 내지 못하던 다카요는 가정 폭력으로부터 어린 딸을 데리고 도망쳐 생활하던 싱글맘이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손에 들린 건 열흘 안에 체납된 월세를 갚지 못하면 맨몸으로 쫓겨난다는 협박 아닌 협박 같은 독촉장뿐. 결국 궁지에 몰린 다카요는 SNS로 고객을 모집하는 불법 개인 사채업자 미나미에게 매달리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알쏭달쏭함만 머리를 맴돈다.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갑갑한 느낌이다.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는 돈 없는 사람이 어떤 과정으로 고금리 사채의 늪에 빠지는지, 그리고 왜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사채업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해부하듯 보여준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왜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지, 일본 사채업의 역사와 현대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 개인 사채와 같은 민감한 이 사회 문제를 작가는 실감 나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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