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대위원장 임명안 의결…찬성율 91.81%, 與 '전대 룰' 갑론을박 뜨거워…'당심'과 '민심' 사이

비대위, 지도체제 개편, 당권·대권 분리도 논의…6말 7초 전대 유력

정용일 승인 2024.05.02 12:37 | 최종 수정 2024.05.02 12:46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민의힘이 2일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황우여 상임고문을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이번 총선 패배 수습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21일 만이다.

차기 당 대표 경선 룰을 둘러싼 논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2일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3일 정식 취임한다. 이어 오는 9일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와 협의해 비대위원을 인선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비대위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리형 비대위원장'에 당 원로 황우여./연합뉴스

황 위원장은 오는 3일 수락연설을 한 뒤 비대위 인선 작업에 돌입하면서 지도부뿐 아니라 당내 다양한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인선을 마치는대로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전대 룰 개정 여부 결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황우여 비대위가 맞닥뜨린 최대 현안은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을 정하는 것으로, '당심'(당원투표)과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을 놓고 당내에서 이미 논쟁이 한창이다.

현재 전대 룰은 '당원투표 100%'로 규정돼 있는데, 이를 50∼70%로 낮추면서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30∼50%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도권에 출마했던 총선 후보들과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잠재적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 주도 아래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이던 전대 룰을 현재의 룰로 바꾸면서 김기현 전 대표가 선출됐는데,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려면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안철수 의원은 "현재 (당원투표) 100% 룰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증명되지 않았나.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5 대 5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당원 100%를 하면서 당이 아주 망가졌다. 당이 얼마나 정신 차렸는지 변화의 표시로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의 김재섭 당선인(서울 도봉갑)도 총선 직후부터 전대 룰을 '당심 50%, 민심 50%'로 바꾸자는 주장을 펴 왔다.

반면 지난 전당대회 때 '당원투표 100%'로 바꾸는 데 앞장섰던 친윤 그룹과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행 비율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관리형 비대위'에서 전대 룰을 바꾸는 건 맞지 않고, 정식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변경 여부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4선이 된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는 당심으로 뽑는 게 맞다"며 현행 '당원 투표 100%' 유지에 힘을 실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이날 "당을 이끌 사람을 뽑는 거니 당원들 비중이 높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비대위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 여부, 당권·대권 분리 규정 손질 여부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과거 전당대회 득표 1위가 당 대표, 2위 이하는 최고위원을 맡는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다가 2016년부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해 왔다. 이를 두고 최고위원 경선이 '2부 리그'로 전락하고, 이 같은 지도체제가 수직적 당정 관계의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당헌·당규에 당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대선 1년 6개월 전'(내년 9월)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손질해야 전당대회에 보다 많은 후보가 출마해 활발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배준영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당원 투표) 비율뿐만 아니라 수정 의견이 있는 것들과 관련해 실무자들로부터 보고받았고, 비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두루두루 의견을 들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개최 시점은 당선인 총회 등에서 의견이 모였던 대로 6월 말∼7월 초 개최 가능성이 유력한 상태다.

당선자 총회 참석한 중진 의원들
국민의힘 안철수, 이철규, 나경원, 권영세, 김석기 등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당권 주자 후보군으로는 수도권의 나경원 당선인(서울 동작을·5선)과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5선)·안철수(경기 분당갑·4선) 의원, 친윤계의 권성동(강원 강릉·5선)·권영세(서울 용산·5선) 의원, 영남권의 김태호(경남 양산을·4선)·윤재옥(대구 달서을·4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서울의 배현진(송파을)·조정훈(마포갑) 의원과 30대 김재섭 당선인 등 초·재선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과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의원, 총선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맞붙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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