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르포] 필리핀에 버려진 코피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례를 통해 살펴 본 코피노 발생의 원인과 문제점

편집부 승인 2024.04.05 11:16 | 최종 수정 2024.04.22 15:28 의견 0

지난 3월호에서는 코피노의 발생원인 중, 필리핀 여성과의 결혼 등에서 발생되는 코피노의 탄생과 부득이하게 버려지는 과정을 소개했다. 사실 끊임없이 발생되고 버려지는 코피노는 결혼, 매매춘 이외에도, 그 사연은 많고도 흔하지만, 이번 호에서는 조금은 민감하고, 어쩌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매매춘에서 발생되는 코피노 문제를 사례를 들어 다루고자 한다.

필리핀 클락인근에 위치한 윤락가

[시사의창 2024년 4월호=이강현 필리핀특파원]

[사례 1] 한국에서 충실하게 자영업에 종사하던 A씨는 사업기반이 어느 정도 탄탄해지자, 지친 심신에 휴식과 활력을 얻고자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어느 유명 여행사를 통한 필리핀 여행을 떠나게 됐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은 짧고 투박한 영어로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되고, 친근하고 상냥한 필리핀 사람들의 태도와 매력에 상당한 호감을 느끼게 됐다.
그후 여러 차례 필리핀을 방문하고, 아직은 개발이 덜 된 필리핀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얻고, 사업확장의 꿈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자주 방문하게 된 필리핀에서 자연스럽게 밤문화도 접하게 되고, 바쁘게만 살아온 자신이 모르는 황홀한 필리핀의 밤거리는 A씨를 유혹하기에 충분하고 넘쳤다.
문제는 몇 년 전 어느 겨울 필리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공항에서 택시에 올라탄 A씨는 목적지 호텔로 가는 길에 택시 운전사와의 유쾌한 대화에서부터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은 시작되었다.
택시 운전사는 우걱우걱 무언가를 먹으면서(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먹으면서 하나 먹어보라고 권함. 절대 권하는 걸 먹거나 받으면 안 되고 정중히 사양할 것.) 귀를 쫑긋하게 할 말을 은근하게 종용하며 이야기한다.
내용은 이렇다.
자신이 잘 아는 예쁜 여학생이 있는데, 지금은 돈이 없어서 휴학 중이다. 정말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고, 앞으로 크게 성공할 학생인데 소개해 줄 테니 좀 도와줄 수 없느냐? 만약 도움을 준다면 하룻밤을 같이 지낼 수도 있고, 필리핀에 머무는 동안 어디든지 동행하고, 같이 지낼 수도 있다. 하루에 50불이면 충분하다.
A씨는 선해 보이는 택시기사의 말에 흔쾌히 수락하고, 호텔에 도착해서 10여 분을 기다리는데 과연 택시기사는 늘씬하고 예쁜, 아직은 어려보이는 필리핀 여성 B를 데리고 왔다. 돈을 지불하려는 순간 택시기사의 야릇한 눈빛과 함께 또 다른 제안을 해왔다. B보다 더 예쁜 B의 친구 C가 있는데 처지가 똑같다 한다.
몇푼 안되는 돈으로 두 여성과의 하룻밤을 황홀하게 상상한 A씨는 결국 필리핀 여성 B, C와 함께 호텔방에 투숙하고, 미처 샤워도 마치기 전에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되어 닭장 같은 경찰서에서 상당한 시일동안 구금되고, 수천만 원의 어마어마한 거금을 날리고서야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업소에 근무하는 여성


[사례 2]
은퇴한 60대 남성 A씨는 한국에 가족을 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필리핀에서 장기거주(은퇴이민)를 하게 됐다.
가족과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A씨에게 필리핀은 환상이요 천국이라는 느낌을 갖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도 언제든 간섭받지 않고 즐길 수 있고, 필리핀의 밤거리는 외로움을 달래줄 충분함이 차고 넘쳤다.
밤이면 네온사인의 황홀한 불나방이 되어 필리핀 여성과의 끈적한 밤은 A씨를 더욱 나락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몇 달이 지난 후 고향 후배 B씨가 A씨를 찾아 필리핀에 왔다.
당연히 같이 골프도 치고, 어깨동무로 불나방이 되어 황홀경에 빠진 두 사람은 다시 A씨의 여자를 그곳에서 만나고, 이번에는 A씨의 여성을 후배 B씨가 며칠을 함께 지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몇 달 후 A씨는 필리핀 여성으로부터 난감한 전화 연락을 받게 됐다. 덜컥 임신이 됐단다.
난감한 세월이 흘러 그 필리핀 여성은 예쁜 딸을 낳고, 한국인 A씨와 B씨는 서로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다투다 유전자검사까지 마친 결과 A씨의 자녀로 판명됐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그 필리핀 여성에게 매달 상당한 양육비를 지불하면서도 늦둥이를 얻은 감격에 그럭저럭 살아가는가 싶었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코로나는 온 세상을 뒤덮었고, 건강하던 A씨는 코로나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아직 어린 딸을 세상에 남긴 채 유명을 달리했다.

필리핀 클락인근의 한인타운


위의 사례는 필자가 접하고 취재한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 둘에 불과하다.
숨 막히는 경쟁과 삶의 압박에서 벗어나 생활의 활력을 찾고, 억눌린 심신을 회복하는 데는 여행, 특히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의 해외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러나, 삶의 멍에에서 벗어난 해방감은 자칫 평범하고, 건전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던 사람들도 유혹에 현혹되고, 순식간에 일탈을 꿈꾸는 밤의 불나방이 되는 것. 이것은 수없이 많이 보아온 일탈의 보편화가 어쩌면 사람이기에 생기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돈의 욕망에 찌든 끈적한 유혹.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감.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천박한 정신세계가, 필리핀이라는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시각을 만들고, 꾸준하게 코피노를 생산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몇몇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피임을 왜 안 하느냐?
임신 중절은 왜 안 하느냐?
필리핀 여성들은 정조 관념이 없느냐?
피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절 수술...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이 든다. 불법이다. 정조... 사흘을 굶어봐라. 그것도 딸린 애까지. 매매춘은 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길고도 유구하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의 소중한 후손인 코피노가 길거리에서 걸식하고, 손가락질받고, 천대받으며 살도록 놓아두는 것은 지금 이 세상을 사는 기성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똑바로 통찰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다음 편에서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찾아가는 종교단체, 개인, 시민단체의 소식을 전하며 이어가고자 한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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