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권력형 학폭 무마의혹’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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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7 10:18 | 최종 수정 2023.11.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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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11월호=김성민 발행인]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한 사건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더군다나 전치 9주라는 상해진단은 성인이었다면 구속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중대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어머니는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리코더와 주먹으로 2학년 여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해 피해자가 각막이 훼손됐을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었음에도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고 피해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반성시키려 때렸다는 논리로 자식을 감싸는 가해 학생의 어머니를 보면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틀림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을 화장실로 유인한 뒤, 다른 칸에 사람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피해학생을 변기에 앉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손을 뒤로 하라고 시킨 후 리코더와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초3 여학생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잔혹하고 심각한 폭력이다.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피해를 당한 초2 여학생이 혼자서 겪었을 공포스러운 시간을 생각하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눈물이 난다. 이런 학폭 사건이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해당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의혹과 미흡한 대처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윤리적 병폐를 보여주고 있다.
피해 학생이 “언니가 무서워요.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애원했지만 교육당국은 가해 학생을 학급교체라는 실효성 없는 조치로 피해 학생과 부모를 또 한 번 울렸다. 학교폭력 심의는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 개최되고, 3달이 넘도록 가해자 측의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의 소극적 대응은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대통령실 의전 비서관이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가해 학생의 어머니가 카툭 프로필 사진을 출석 정지 당한 날 바꾼 것은 대통령 측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도 학생이기에 교육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이 수긍되려면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조치했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권력형 학교폭력 무마의혹이 벌써 세 번째 불거지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김승희 의전비서관의 사표수리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하지만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권력형 학폭 무마의혹이라는 꼬리표는 정순신 변호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지만 김 비서관 자녀 학폭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부담이 될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김승희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 대학원 동문으로 임명 당시부터 논란을 만들었던 인물 아니던가?
권력형 학폭 무마의혹에 등장했던 가해자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은둔하는 모순된 현상이 한국형 윤리적 병폐로 자리 잡아선 안 된다.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사건을 철저하게 진상규명하고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조치를 통해 학폭을 예방하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 또한 전문성과 공감능력 부족을 드러낸 대통령실의 투명한 인사정책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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