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근하-댕기머리 미용실

편집부 승인 2023.09.14 13:03 의견 1

[시사의창 9월호=박근하 시인]


댕기머리 미용실

시인 박근하

화순읍 광덕리
팔순의 고운
어머니 사는 집

그 골목길엔
쭈--욱 3개의 미용실이
처마에 달린 빙빙도는
무지갯 빛깔 광고판을
한 껏 뽐내면서 서있다

그 중 하나
이름도 촌스런
댕기머리 미용실

3개의 미용실
어딜 가도 곱게
싹둑싹둑 잘 잘라줄 것 같은데

촌스런 이름의
‘댕기머리 미용실’은

가위를 들고
있는 미용실 원장 아지매의
군시렁 거리는 소리가 그리워
자주 간다

“아랫집
중앙 미용실 여자는 몇 년전
나한테요 가게 팔고 갔슴스로
또 와서 아래에 떡 하니 미용실을 차랬네”

“울 아들이 에어컨
기사여라
어디 중매할 디 읍쓸까요?”

날카로운 가위와 면도날을 든 손은
아지매 시야를
벗어난 나의 머리카락에

아지매 눈은 거울에 비친
나의 눈을
마주보며

댕기머리 아지매는
오늘도
바닥에
쏟아지는 숱헌
머리카락 보다 더
많은 수다와 군시렁을 쏟아 낸다

이곳은
화순읍
광덕리. 댕기머리 미용실이네

숱헌 머리카락 쌓인만큼
더 사연많은 수다를 뿜어내는 정다운 곳.

후기: 이곳은 어머니 집 앞에 있는 시인의 단골집이였는데 지금은 가게를 접고 다른 분이 미용실을 운영하신다. 물론 촌스런 이름도 바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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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개]

박근하 변호사
2016. 서정문학 시분야 신인상 등단
서초동 법률사무소 문곡 대표변호사
( 대표전화 02-3486-5803 )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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