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한 곳’ 오명 쓰게 된 논산의 집창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고착화된 지역사회 분위기
그저 유명무실한 집창촌일 뿐이라 말하는 지역 사람들...
어른들의 무관심 속, 학교 옆에서는 매일 밤 성매매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취재를 통해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은 봄직한 성매매업소(집창촌)에 대해 다뤄 보았습니다. 특히 아직도 학교 주변에서 버젓이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집창촌을 중심으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국민 누구나 불법인걸 알지만 근절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취재를 통해 그동안 독자들 또는 국민들이 느꼈을 해당 사안에 대한 답답함과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시사의창 7월호=정용일 기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상황들에 처하거나 그런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종종 목격하게 된다. 특히 누구나 그 행위가 위법인걸 알면서도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위법한 행위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들도 참 많다. 그러한 위법행위를 목격했을 때 누군가 적극적으로 반복해서 사법기관에 신고를 해도 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불법성매매를 꼽을 수 있다. 간혹 성매매 단속과 관련한 소식을 매스컴을 통해 접하곤 하지만 국민들 대다수는 그러한 소식을 접하면 경찰을 향해 조롱석인 반응을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단속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 사방팔방에 널린 불법성매매 현장을 왜 지금까지 단속을 안 하냐”는 것이다.
경찰이나 관할 지자체 입장에서 아무 이유 없이 단속을 회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속을 위한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불법성매매의 경우 현장단속을 통해 증거를 확보함에 있어 상당한 애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법성매매 영업에 대한 99%의 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단속의 애로사항을 핑계 아닌 핑계로 단속을 등한시한다면 이 또한 분명 문제가 있다. 시대가 디지털화되면서 성매매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가 흔히 알던 집창촌(사창가)에서 한 발 나아가 앱을 통해 성 제공자와 매수자의 만남이 이뤄지는 방법이 생겨나면서 불법성매매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불법성매매 현장을 단속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함정수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함정수사의 위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 또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상 학교 주변 유해환경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집창촌’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18일 ‘초등학교 주변 환경 점검으로 어린이 안전에 한 발짝 더 가까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에 배포했다. 내용인 즉 전국 6천여 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5주간 978개 기관이 참여해 대규모 합동점검에 나섰으며, 교통안전, 유해환경 등 6개 분야에 대해 중점 점검을 통해 과태료, 이행강제금 등 71억 원을 부과, 영업정지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이번 집중 점검에서 초등학교 주변 유해환경 분야에 대한 점검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주변 15,737개 청소년 유해업소를 점검하여 청소년 출입/고용금지 위반 등 총 3,234건을 적발하였으며, 위반업소에 대한 계도와 함께 형사입건 등 법적조치 117건, 과징금 3건, 시정명령 402건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단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학교 주변 성매매 업소와는 전혀 무관한 단속이었다.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의 담당 주무관은 시사의창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소년 유해업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청소년 유해업소는 유흥주점이나, 성인PC방, 키스방 등과 같은 불법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업소들을 단속하는 것”이라면서 “성매매업소‘는 그 자체가 이전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곳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주변 환경점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해당 관계부처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앞서 언급한 유흥주점이나 성인PC방, 키스방 등과 같은 유해업소들과 성매매업소들 중 어느 쪽이 청소년들에게 더 유해한 지 말이다.
학교 주변 금지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그에 따른 행정적 절차를 진행해야 맞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의 성매매에 관한 법률은 1916년 일본의 식민지 당시 만들어진 공창제에 의해 합법 및 묵인되어 왔던 성매매의 해당 법률은 1948년 해방 3년 후 다시 폐지되었다. 그 후 1961년 박정희 정권 때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의해 불법이 되었지만 또 같은 해 미군을 대상으로 ‘기지촌’을 통한 성매매가 이루어졌으며, 일종의 집창촌이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2004년 9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에 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되었으며, 이를 ‘성매매 특별법’이라 말한다.
학교에서 걸어서 1분 15초 거리에 성매매업소들이?
집창촌에서 차로 불과 2~3분 거리에 경찰서가 있지만...
본지 취재진은 충남 논산시에 소재한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로부터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제보 내용은 초등학교 인근에 불법 성매매업소들이 밀집된 집창촌이 있는데 수년 동안 전혀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지역사회의 관심도 없는 것 같아 반드시 취재가 필요해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취재진은 충남 논산의 해당 장소로 취재차 방문해 보았다.
충남 논산에는 예부터 조선의 3대 시장으로 불리던 강경대흥시장이 있으며 이곳은 젓갈로도 매우 유명하다. 그리고 그 시장 바로 맞은편에 강경황산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1차로 정도 폭의 도로가 있으며, 학교 정문 맞은편에 작은 골목 하나가 있다. 그 골목에서 성인 걸음으로 천천히 130보(1분 20초)를 걸어가니 문제의 그 성매매업소들이 밀집된 집창촌이 나왔다. 그곳에서 성매매 영업을 하는 곳으로 보이는 업소들은 골목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며, 대략 30여 곳의 업소들이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참고로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 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성매매업소들이 밀집된 집창촌 역시 환경정화가 되면서 지금의 유리문 안에 성 접대부 여성들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본지 취재진이 찾은 이곳 역시 외관상 누가 보더라도 99.9% 불법성매매가 이뤄지는 전형적인 성매매업소의 모습이었다.
또한 골목 한쪽에는 빨간색으로 오후 5시 이후부터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는 관할 지자체나 경찰서에서도 이곳이 불법성매매가 이뤄지는 집창촌임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해당 집창촌은 여성가족부장관 고시로 초등학교 반경 200M 이내 청소년출입/고용 금지업소가 들어올 수 없다는 청소년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한 상황이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해당 집창촌에서 차로 불과 2~3분 정도의 거리에 법원이 있고 논산경찰서가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일단 집창촌과 지근거리에 있는 해당 학교 측은 어떤 입장인지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학교 측 한 관계자는 우선 학교 앞 집창촌과 관련해 본인들 역시 근거리에 논산경찰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앞에 불법성매매 업소들이 즐비한 집창촌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학교 측에서도 집창촌과 관련해 민원도 넣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논산시청이나 논산경찰서도 뻔히 초등학교 앞에 집창촌이 있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저렇게 오랜 세월 별다른 제재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가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새로 부임해서 오는 선생님들 역시 기존 선생님들에게 학교 앞에 이러한 성매매 업소들이 있다는 것을 미리 전해 듣습니다. 저 또한 지금의 학교로 오기 전에 같은 얘기들을 듣고 왔으며, 막상 실제로 보니 학교와 이렇게나 가까운 상황에 많이 당황스러웠죠”라고 말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서로가 서로의 고객일 수도 있는 공생의 관계일 수도
“서로가 생존이 달린 문제, 특유의 지역문화도 무시 못해”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어느 지역이든 자식들의 교육 환경에 유난스럽도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부모들이 있기 마련인데 학교 앞 불법 성매매 업소와 관련해 인터넷상에 올라온 그 어떤 글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해당 지역 언론에 보도된 내용 역시 단 한 건의 기사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저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방 소도시들의 경우 지역사회 특유의 분위기나 지역 특성이 있어요. 해당 성매매 업소들에 종사하는 분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주변 시장에서 장도 보고 하겠죠. 또 학생들의 학부모들 중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또 그 업소 종사자 분들이 시장 상인들의 고객일 수도 있고요. 이 강경이라는 곳이 역사가 깊고 굉장히 오래된 지역이다 보니까 지역민들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지내는 그런 지역문화 같은 것도 무시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서로가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보니까 주변 상인들 입장에선 본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면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뭐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십 년째 집창촌이 같은 장소에서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지역민들의 그 무언가의 공동체적 개념으로 치부하기엔 어린 학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법으로 보장해줘야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한 불법행위인 학교 앞 집창촌을 마냥 지켜만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저희는 그저 논산시청으로부터 학교 앞 유해업소들의 명단을 받아 현장 실사를 통해 어떤 업소가 폐업을 했는지, 어떤 업소가 업소명을 바꿨는지 정도를 체크해서 이 내용을 그 어떤 상부 기관에 다시 보고하지는 않고 교육지원청에서 그냥 보관하는 정도입니다”
해당 학교는 매 년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교육환경 보호구역 운영관리 계획’이란 제목 하에 초등학교 주변 위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 논산계룡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원청)에 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학교 측은 주기적으로 학교 앞 성매매업소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다. 총 몇 개의 업소가 영업 중인지, 문을 닫거나 상호명이 바뀐 업소는 어떤 곳인지 등등을 조사 후 교육지원청에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오랜 세월 교육지원청에서는 이러한 초등학교 측의 보고를 받은 후 어떤 행정적 조치를 취했을지 이 또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지원청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학교 앞 성매매업소들과 관련해 교육지원청은 어떤 입장인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관계자는 “저희는 그저 논산시청으로부터 학교 앞 유해업소들의 명단을 받아 현장 실사를 통해 어떤 업소가 폐업을 했는지, 어떤 업소가 업소명을 바꿨는지 정도를 체크해서 이 내용을 그 어떤 상부 기관에 다시 보고하지는 않고 교육지원청에서 그냥 보관하는 정도입니다”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상 학교 앞 성매매업소들에 대해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당연히 관련 재량권도 없는 상황이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황산초등학교에서 일 년에 두 번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는 ‘학교주변 유해환경’(환경정화구역에 대한 실태 보고)는 학교주변 유해환경에 대한 환경정화와 관련해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차가지였다.
논산경찰서, “마지막 현장 단속은 지난 2019년”
수년간 민원 및 신고 접수된 것 단 한 건도 없어
“현장 단속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이해해 달라...”
국민들은 누가 봐도 성매매업소인 불법업소들을 경찰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차원에서 단속을 안 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더욱이 초등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1분 남짓한 거리에 성매매업소들이 버젓이 영업중인 현실과 그 업소들 지근거리에 경찰서가 있음에도 오랜 세월 버젓이 불법 성매매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다.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논산경찰서 생활질서계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찰 측 예기를 들어 보았다. 학교 앞 성매매업소가 특별한 제재 없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박 계장은 “우선 처음부터 이곳이 성매매업소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여인숙으로 시작해 점점 그 수가 늘면서 언제부터인가 성매매업소들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매매업소 단속의 특성상 현장 단속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움이 많다”고 단속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여기엔 더 황당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논산경찰서 측의 최근 단속은 언제였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마지막 단속을 펼친 시점은 지난 2019년이었다”고 답했다.논산경찰서측의 말대로라면 아마도 최소 3년 이상은 단속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또한 수년 동안 지역에서 성매매업소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민원이나 신고가 없다 할지라도 학교 앞 성매매업소에 대한 경찰 측의 자발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함이 당연하다.
이에 대해 “당연히 단속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실적인 부분에 애로점이 많다. 성매매업소에 대한 함정수사의 경우 위법의 소지가 다분해 마땅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인식
과연 무관심일까... 암묵적 용인일까...
본지 취재진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뜻밖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논산에서 수십 년째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한 기업의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그곳(집창촌)은 아마 그 자리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야 영업이 잘 됐을지 몰라도 요즘은 찾는 사람도 없고 장사도 안 되고 그럴 거예요. 규모도 작을뿐더러 있으나마나 한 그런 곳에 사람들 관심도 없고 그냥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죠”라고 말했다. 매우 침착하고 태연하게 말하는 그 말투와 내용을 보면 해당 집창촌 정도는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그런 상태라고 말하는 뉘앙스였다.
그의 그 말을 듣고 나니 논산시 지역사회와 더불어 해당 집창촌에 법적,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논산시청과 논산경찰서 등 모두가 집창촌의 존재를 알고 위법한 시설임을 잘 알면서도 별 것 아닌 것쯤으로 여기며, 서로 암묵적으로 묵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오죽하면 집창촌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들과 학교 교직원들의 항의 섞인 글 하나를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논산시청에서 오래도록 근무해 왔으며, 어쩌면 해당 사안과 밀접한 관계로 보이는 한 부서의 직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경에 그런 곳이 있었나”고 오히려 본지 기자에게 반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집창촌 바로 맞은편의 강경대흥시장의 한 상인은 해당 집창촌에 대해 상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저 집창촌은 같은 자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곳이라 지역민들은 그냥 무덤덤한 편이고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법적 제재 권한은 관할 지자체와 경찰서뿐이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 “지역민들의 유대관계가 영향”
“관할 경찰서의 지휘관 성향에 따라 분위기 바뀔 수도”
이번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학교 주변 성매매 업소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이나 권한, 법적,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곳은 환할 경찰서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뿐 이라는 것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및 교육부나 관할 교육지원청 등 그 어느 기관도 집창촌을 관리 및 단속할 재량 및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의지할 곳은 관할 지자체나 경찰서인데 매번 같은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할 뿐 오랜 세월 개선된 부분은 전무후무하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와의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곽 교수는 “지방도시 논산에서 특히 강경이라는 지역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써 아마도 지역민들과 유대관계가 끈끈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 30여 곳에 달하는 성매매업소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주변에 성을 살만한 수요로 짐작될 요소들도 딱히 많지 않다면 명백한 불법업소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의 관심이나 시선 등이 미미함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큰 문젯거리로 이슈화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역사가 깊은 지역인 만큼 앞서 말한 지역민들과의 깊은 유대관계나 집창촌 바로 앞 전통시장의 상인들과의 유대관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나 여러 곳에서 민원이나 신고가 지속적으로 강하게 들어갔다면 분명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경찰서의 경우도 어차피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해당 경찰서의 경찰서장이나 경찰 간부 등의 성향 등도 단속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단 한 곳’... 오명 쓰게 된 논산 집창촌
현명한 어른은 못 돼도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말아야...
전국에서 초중고등학교 주변 반경 200M 이내 성매매업소가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4곳이 영업 중이었다. 청량리 인근의 청량정보고등학교와 전국 최대 집창촌이었던 대구 중구의 ‘자갈마당’ 앞 수창초등학교, 경남 마산의 무학초등학교 주변 집창촌과 더불어 논산 강경 황산초등학교 앞 집창촌이다. 이 중 소위 말하는 ‘청량리588’은 이미 철거 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또한 대구 중구청 건축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회에서 대구의 자갈마당은 현재 철거된 상태이며, 해당 자리에 아파트 604세대, 오피스텔 164호의 주상복합 건물이 올해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창원시청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경남 마산의 집창촌 역시 지난 2022년 1월에 폐쇄 후 창원시청은 이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 전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학교 앞 반경 200M 이내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곳은 충남 논산 강경에 위치한 황산초등학교 앞의 단 한 곳이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본지는 가장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를 포함, 여성가족부, 교육부, 서울경경찰청,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 논산시청과 더불어 논산지 지역 구성원들까지 그 취재 범위를 매우 폭넓게 확대하여 많은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본지가 원하는 방향에 닿지 못한 것 같아 취재 후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행정안전부는 관할지자체 및 관할 경찰서에서 단속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교육부 또한 교육부는 학교 앞 집창촌을 관리/단속을 할 재량이 없다는 답변을 전했다. 관할 교육지원청은 관할 시청에서 학교 유해업소 관련 명단을 받아 해당 업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호명이 바뀐 업소들을 체크하는 수준이었으며, 집창촌과 관련해 그 어떤 재량권도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관할 지자체인 논산시청의 경우 관할부서의 담당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단속을 위해서는 논산경찰서와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해당 집창촌을 폐쇄 또는 철거할 경우 해당 지역을 어떠한 용도로 활용할지에 대한 합리적인 명분이 사전에 준비되어야 보다 원활한 업무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며, 때문에 이를 위해선 많은 인력 투입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행정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논산경찰서와 공조를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산시장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경찰에 협조 요청
본청에서 각 지자체에 강제적 단속 지시는 할 수 없어
서울경찰청, “충남청에 단속 요청 등 대책마련 하겠다”
본지는 마지막으로 서울경찰청의 입장도 들어 보았다. 서울경찰청 A 경위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논산시 지역사회 내에서 해당 지역의 집창촌에 대한 지역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별거 아니라는 식의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는 본지 기자의 주장에 “그러한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A 경위는 “충남청의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고 현장 실태파악을 해보라고 요청을 해보겠다”는 말을 전했다.
아울러 “관할청이나 논산경찰서 및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사항이다. 관할 지자체의 업무이기 때문에 본청에서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속을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경찰의 공조가 필수적이며, 해당 집창촌의 여성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해당 집창촌을 철거했을 시 이후 개발 방안에 대한 것도 프로세스에 맞게 논산시장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파주 용주골의 경우를 보면 파주 시장께서 MOU도 체결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관할 지자체의 시장이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경찰 측에 협조 요청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도시정비를 할 것인지, 도 차원에서 할 것인지, 시 차원에서 할 것인지 그런 것들이 마련되고, 그리고 저희는 어차피 합동단속이며, 시스템 자체가 신고나 첩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현장에 출동하도록 되어 있다, 안 나갈 수가 없는 그런 시스템이다. 충남청에 요청을 하고 관할 지자체와의 논의를 통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기관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단속에 대한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분명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좀 이해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사안을 접한다면 몰랐던 사람들도 누구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게 될 것이다. 논산시청도 알고 있을 것이며, 논산경찰서의 모든 관계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며, 논산 시민들 중 상당수가 알고 있을 것이며, 특히 강경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앞 집성촌이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 관계 기관들은 지금껏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귀찮아서 두 손 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당신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정문 앞 1분 거리 골목에서 매일 밤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자식들에게 또는 주변의 아이들에게 현명한 부모이자 현명한 어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러운 부모,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학교 앞 성매매업소들이 지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막무가내로 그들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업소의 여성 종사자들에 대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향 후 그들의 자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그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관계자 등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으며, 이들은 경찰이 성매매 단속 목적으로 초소형 카메라 1,055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속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의 알몸 등 신체가 무분별하게 촬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촬영물을 공유하고 언론 촬영을 허용하거나 촬영물을 언론에 배포해 피촬영자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산경찰서의 생활질서계장 역시 전화통화에서 “성매매업소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 종사자들의 인권보호와 관련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어 이 또한 단속에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물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성공적인 모범적 사례도 봐 왔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바로 전북 전주시의 성공사례다.
성매매 집결지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대변신 성공
성매매 업소들 매입해 각종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전북 전주시청 뒤편의 ‘선미촌’은 지역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다. 1960년대를 전후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한때 80곳이 넘는 성매매 업소가 있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성매매 업소가 넘쳐나면서 범죄가 덩달아 급증했고, 혐오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주변 지역까지 급격히 슬럼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선미촌의 어두웠던 과거는 이제 역사로만 남게 됐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전면적인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선미촌은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고,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적 방식이 아닌 점진적 문화 재생사업을 통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선미촌의 변화는 전주시가 2014년 시작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여성 성 착취와 인권 침해의 상징이자 도심 공동화의 한 원인이었던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예술과 여성 인권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로 되돌리려는 야심 찬 사업이었다.
관이 주도하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문화 예술인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냈다. 2016년 방치된 폐가 등을 매입해 사업의 거점 공간을 만든 뒤 첫 번째 문화행사로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듬해에는 선미촌에 현장 시청을 설치하고 건물 매입에 속도를 냈다.
사들인 건물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속속 바꿔나갔다.
거리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져
2018년 선미촌 한복판에 예술책방 '물결서사'가 문을 열었고 이후 첫 번째 지역거점 소통 협력공간인 '성평등전주', 마을사 박물관인 '노송늬우스박물관', 폐자원을 가치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전주시 재활용센터 다시봄', 예술작품 전시관인 '뜻밖의 미술관', 예술협업 창작지원센터인 '놀라운 예술터'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그리고 남은 업소는 '청년들과 예술인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로 만들어 지역문화 콘텐츠를 전시·판매하거나 물품 제작·판매 등을 하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수공예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포토존, 브런치 카페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예술제와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거리 곳곳에서 열리며, 이제는 축제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됐다.
또한 주변 환경 정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어두운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골목길과 거리를 정비하고 곳곳에 작은 정원들을 만들었다. 주민 안전을 위해 보안등과 가로등을 설치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들도 다양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격렬했던 반발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생활 터전을 잃게 됐다며 공개 집회를 열고 사업 중단을 요구할 만큼 거세게 저항했다. 그러나 전주시의 설득과 중단 없는 사업 추진에 하나둘 업소를 접기 시작했고 작년을 끝으로 마지막 남은 성매매 업소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성매매 집결지로서의 선미촌은 더는 남아있지 않게 됐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의 성공은 각종 상을 휩쓴 데서도 확인된다. 전국 지속발전대상 대통령상, 거버넌스지방정치 대상,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도시재생 최우수상 등을 받았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로도 인증 받았다.
여야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고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자치단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시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제 '선미촌 2.0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해 명실상부한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으로 만들고 주민이 돌아오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국내 최대 여행지 한옥마을과 연계해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선미촌은 과거 반세기 동안 시민 발길이 닿지 않은 단절되고 폐쇄된 어둠의 공간이었고,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마저 보장받지 못했던 곳이었다"며 "그런 선미촌을 문화 예술촌으로 바꾼 것은 치밀한 기획과 사전 준비, 여성 인권활동가와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협력,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때문이었다"고 자평했다.
물론 모든 지자체가 이러한 성공사례를 도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의 다양한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실정에 부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논산시 강경읍의 성매매 집결지를 정상적인 도시의 일부로 기능전환 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따를지언정 지역사회 모두가 합심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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