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 기자] 일본 언론이 최근 잇따라 “한국적인 것이 팔리는 시대가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류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 주류 자본이 만든, 그러나 한국적인 감정과 미학으로 채워진 작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제작한 드라마 ‘버터플라이: 쫓는 자와 쫓기는 자’다. 전직 CIA 요원이자 아버지인 ‘데이비드(대니얼 킴)’가 비밀조직 요원이 된 딸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첩보극이지만, 무대는 뉴욕이 아니라 서울이다. 극 중 데이비드는 호떡을 굽고, 노래방에서 회식을 한다. 딸 레베카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는 블랙핑크의 음악이 흐른다. 붕어빵, 빨간 고무장갑, 편의점 — 장면 곳곳에 ‘K라이프’의 디테일이 숨 쉬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이 작품을 두고 “미국 드라마의 심장이 한국에서 뛴다”고 평가했다. 또 NHK는 “한국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하고, 미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은 글로벌 문화 융합의 결정판”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킴이 총괄 제작과 주연을 맡고, 한국계 작가 스테프 차가 각본을 담당한 이 작품은 한국인의 시선과 미국의 제작 시스템이 결합된 드라마다. 대니얼 킴은 “한국은 내 정체성의 근원이며, 이 작품은 나 자신을 되찾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TBS 방송은 이 발언을 인용하며 “한국 출신 창작자들의 자의식이 미국의 콘텐츠 주류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흐름은 ‘버터플라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애플TV 플러스의 ‘파친코(Pachinko)’가 그 신호탄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서사를 다룬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배우들의 연기와 한국어 대사로 가득 찬 미국 드라마를 일본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풍경이 새 시대를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이처럼 한국적 소재를 정교하게 담아내는 미국 콘텐츠는 더 이상 ‘이국적 판타지’가 아니다. 과거 ‘뮬란’처럼 동양 문화를 혼합적으로 다루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한국인 창작자들이 중심이 되어 진짜 한국의 일상과 정서를 그려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은 일본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만든 한국 배경 작품은 종종 ‘기모노를 입은 아시아인’을 등장시킬 만큼 오류가 많았다”며, “우리는 한국 문화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일본의 문화평론가 나카무라 요지는 “한국 창작자들이 세계 콘텐츠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한국은 문화로 세계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일본 내 분석가들은 한국 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정체성의 명확함’에서 찾는다. 문화평론가 다케우치 겐은 “한국은 자국의 역사와 정서를 그대로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서구의 시선을 의식한 모호한 문화 전략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진짜 ‘로컬’을 원한다. 한국은 그것을 가장 글로벌하게 표현한 나라”라고 평했다.
한편, 일본 학계에서는 K콘텐츠의 장기 지속성에 대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대 미디어학과 교수 오카모토 리사는 “한국적인 디테일의 신선함이 사라진 뒤에도 이 흐름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한국은 이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유행이 아니라 구조”라고 평가했다.
K콘텐츠는 이제 ‘세계가 소비하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만드는 한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의 표현대로, “한국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기준”이 되었다.
한국적 정서와 세계적 감각이 결합된 이 문화의 파도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콘텐츠 시장의 지형을 다시 쓰고 있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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