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시사의창=김세전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국회의 정면 충돌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디지털자산산업 육성법」 개정안은 자본금 5억 원 이상 기업의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한국은행은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공개 반대를 표명했다.

갈등의 배경에는 올해 1분기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해외 유출’이라는 충격적 통계가 있다. 대부분이 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로 자금을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며, 한국은행은 이를 “디지털 시대의 자본 도피 경로”로 규정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의원들은 “차라리 공인된 기업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국내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 법안은 블록체인 기업들과 핀테크 업계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송금, 커머스,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이 상용화되면 수수료 절감, 거래 안정성 확보 등으로 산업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사설화폐’로 규정하며, 이는 “국가의 통화주권 포기와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사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 확대가 은행 예금 이탈, 지급준비금 축소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발행 조건 및 담보 규제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기재부, 금융위, 과기정통부 간 입장차가 존재해, 정책 조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속 디지털혁신위원회의 한 위원은 “정치권은 금융 혁신을, 한국은행은 시스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며 “국가 단위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병행 구조가 가능한지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경제와 법제 간 괴리를 좁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논쟁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 주권, 금융 규율, 디지털 시대의 법적 정합성이 걸린 구조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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