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김철환 기자] 동대문 패션 시장은 연단위 15조원이 거래되고 15만명의 패션 소상공인이 밀집해 있는 산업단지이다. 하루에도 3만여개의 신상품 의류가 쏟아져 나오고, 대학 의류학 출신들과 전문 디자이너 1만 명이 일하고 있는 활기찬 동대문 시장이다. 2000년대 초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보따리 상인들이 들끓었던 시장이고, 인터넷과 모바일의 힘을 입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 시장이다.
2008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인터넷은 세상 많은 것을 바꾸었고, 그 중에 가장 많이 바뀐 소비 행태 중 하나가 패션 이커머스이다.
무신사의 폭발적 성장
패션 이커머스를 이끌기 위해 많은 IT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 중의 무신사의 기록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PC통신이 한창일 당시, ‘프리챌’ 서비스의 한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많은 곳”이란 이름의 카페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성장하여 2009
년도 무신사 스토어로 독립하게 되었다. 창업자 조만호 사장은 8년 동안 모인 커뮤니티 유저들에게 예쁘고 퀄러티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였으며, 독특하고 유니크한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였다. 초창기에 비바스튜디오나 라이플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커버낫이나 디스이즈네버댓과 같은 개성이 강한 스트릿 패션 상품들
이 인기를 끌었고, 패션 매니아층이 주 고객이어서, 일반인이 참여하기에는 다소 부담
스러웠다. 그러나 2017년도부터 무신사는 대중화 전략을 취하면서 나이키나 폴로와
같은 인기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마침 큐레이팅 시장과 맞물리면서 패션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하는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내게 되었다.
2022년 무신사 플랫폼에는 7천여 개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으니, 동대문의 잘 나가
는 브랜드들은 대다수 입점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출면에서 17년도 3천억원의 매
출이 21년도 2조 3천억원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7배 성장했으며, 온라인 시장에서 매
출이 지그재그의 1조원 매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무신사는 ‘29Cm’, ‘스타일쉐어’, ‘w concept’ 회사를 인수하면서 패션 분야의 공룡이 되었다.
동대문 도매와 소매를 이어주는 비대면 솔루션 기업들의 성장
국내 전체 패션 시장의 약 40%가 동대문 도매에서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500
억여원 거래되는 패션 의류 집적지인 동대문은 아날로그 대면 거래 방식이 디지털 비
대면 거래 방식으로 상당히 바뀌고 있다.
바로 도매와 소매를 이어주는 디지털 플랫폼들이 등장하여 찾아가지 않고도 도매에서 개발한 신상품들을 들여다 보고, 주문하고, 결재하고 배송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온라인 도매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신상마켓, 링크샵스, 셀업을 비롯해 동대문 기반 의류를 판매하는 여성 온라인 쇼핑몰들을 한데 모은 지그재그까지 대표적 성공 사례가 많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하며 성과를 냈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1월 런칭한 골라라도 연간 거래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서울시나 중소기업부의 지원 정책은 동대문 패
션 생태계를 위한 지원 시스템은 많이 부족하고
현실에서 벗어난 경우가 대다수다.
확 달라진 동대문 시장
한국 패션의 중심인 동대문 패션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 기획, 생산, 유통이 모두
통합된 브랜드 생산 시스템으로 ‘패스트 패션’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유통 시장으로
인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된다.
바로 오전에 디자인이 나오면 당일 샘플이 완성되고 24시간 운영되는 시장 메커니
즘으로 인해 도매와 소매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다. 동대문 패션타운이 하루에 생산해
내는 신상품은 약 2만~3만 개에 이른다. 디자이너 1만 명을 포함해 동대문 패션업계
종사자 15만여 명이 2만 개 생산공장과 협업을 하는데,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2~3일 안에 마무리한다. 2주마다 신상품이 나오는 자라, 유니
클로, H&M 등 세계적인 브랜드보다 동대문은 훨씬 빠른 한국형 SPA 시스템을 구축
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패스트 패션’을 이루는 데 핵심인 고객의 유입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도매를 찾는 소매 고객과 지방 고객, 일반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시장의 활성도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옮겨지게 되고, 실제 소비자 3명 중 1명이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있고, MZ 20대에서 모바일 패션 구매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중요한 것은 모바일에서 이슈가 만들어지고, 트렌드를 이끌면서 인기 있는 스타일
의 옷이 판매를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해가면서, 동대문 시장의 활기는 그만큼 빠져 나
간다고 보면 된다. 물론 도매에서 소매로 이어지고 다시 소매는 자신들의 인근 마켓이
나 지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예전같지 못하다. 특히 새
로운 디지털 유통구조에 어둡거나 무방비로 방치된 사업자의 경우는 어떻게 온라인으로 판매를 해야 할지, 또는 어떻게 콘텐츠를 구성해서 판매 노출을 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제 동대문은 2000년대 전후 밀레오레와 두타, 뉴존, 엠폴리스 등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대와는 다른 비대면의 디지털 플랫폼 마켓에 적응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해 가고 있다.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의해 플랫폼을 가진, 패션 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 패션 테크 스타트업 셀업 사례
동대문의 도매와 소매를 연결해주는 사입삼촌의 불편한 수기 장부를 대신해줄 수 있
는 셀업의 성장이 돋보이고 있다. 사입삼촌은 일종의 배달대행으로 동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들의 수기 영수증이나 엑셀로 관리하던 장부를 편리하게 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도록 개발한 셀업은 주문과 배송을 처리하는 간편한 서비스로
인해 동대문에서 주문량이 많은 소매점이나 온라인 몰 MD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도매업체는 소매와 사입자가 요청한 주문 관리와 매장 및 소매업체 정보 관리가 가능하고, 소매업체는 상품 주문, 정산, 부가세, 매입금 등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사입삼촌은 도매처별 대량주문 전송과 종이 주문장 없는 업무 처리가 가능하여 셀업을 개발한 쉐어그라운드의 매출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큐레이션이 가능한 빅데이터와 AI 기술
온라인 패션 분야를 현재의 급성장 산업으로 키워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타일과 취향을 자동적으로 파악해서 알려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큐레이션 기술은 여러 기술 기업에서 도전했고, 다양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추천 기능을 제공해주는 오드컨셉 기술이 단연 으뜸이다.
오드컨셉은 2012년부터 ‘컴퓨터 비전’을 연구·개발한 회사로 2017년에는 국내 최
초로 컴퓨터 비전 AI 기술을 패션 이커머스 산업에 최적화해 접목했다. 자체적인 알고
리즘을 통해 컴퓨터 비전 AI 기술을 활용하였고, 초개인화 트렌드 패션 스타일링 서비
스를 개발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옷과 연관된 취향의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매우 정확도가 높아 구매율이 커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오드컨셉의 서비스
를 이용하는 패션 이커머스 기업은 국내외 5개 국가에 1000곳이 넘는다.
동대문의 미래
국내 온라인 패션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도매와 소매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대면과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고, 더욱 경쟁이 치열한 속에서 경쟁력
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온라인에 필요한 마케팅에 익숙해야 하
고, 제공하는 앱 솔루션이나 기술 툴에 적응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영세 상
인에 불과하고 조직이 없이 개인이 사업을 하고 있는 동대문 대다수의 상인들을 위한 적절한 지원시스템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아직 서울시나 중소기업부의 지원 정책은 상위 기업만을 타켓한 정책은 있으나, 동대문 패션 생태계를 위한 지원 시스템은 많이 부족하고 현실에서 벗어난 경우가 대다수이다.
디자인과 마케팅, 자금에 열악한 패션분야 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대안
과 시장 활성가 되지 않는다면 동대문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결국 타이타닉과 같이
오프라인 시장은 꺼져가고 온라인에서 성과를 낸 패션 기업들만이 살아나고 활력은
사그러질 것이 분명하다.
김철환 기자 hanbisd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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