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생산자연합회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윤준병 의원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버섯 농가가 매일 씨름하는 비용의 뿌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버섯을 키우고 남은 ‘버섯배지’를 법이 ‘폐기물’로 묶어두고 있어서다. 처리시설 등록, 운반·처리 비용까지 농가 몫이다. 반면 원료가 똑같아도 ‘사료용’으로 들어오면 폐기물에서 빠진다. 같은 재료, 다른 잣대다. 이 모순을 풀자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읍·고창)이 19일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지역 농가·전문가와 간담회를 열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김민수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회장, 모준근 전북버섯연구회장, 허병수 전북기술원 연구사 등 정읍·고창 버섯농가 10여 명이 참여해 현장의 부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행 체계에서는 재배 후 배출되는 버섯배지가 폐기물관리법상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돼 배출 신고와 처리시설 등록이 필요하다. 반면 같은 식물성 잔재를 사료 원료로 수입하면 사료관리법 체계로 관리돼 폐기물 규제에서 벗어난다. 업계는 “수입·용도에 따라 규제가 뒤바뀌는 이중 잣대가 시장 왜곡과 비용 증가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업계에선 “배지원료는 사료·퇴비·토양개량 등으로 활용 가능한 만큼 폐기물에서 제외해 순환자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 의원은 벼 도정 부산물인 왕겨·쌀겨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한 2021년 제도 개선 사례를 들어 “버섯배지도 같은 취지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왕겨·쌀겨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했고, 시행규칙에는 ‘왕겨·쌀겨 등 장관 고시 대상은 사업장폐기물 신고에서 제외’가 명시돼 있다. 윤 의원은 “동일한 논리로 버섯배지의 순환자원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체감 부담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업계 추산으로 재배 후 배출되는 버섯배지는 연간 70만~90만 톤에 이른다. 국내 연구에서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수확후배지(SMS)’만 따져도 연 97만 톤 규모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폐기물 지위 탓에 재활용까지 행정 절차와 비용이 덧씌워져 활용이 막힌다는 것이 농가의 일관된 호소다.

버섯배지의 잠재력은 확인돼 있다. 퇴·비료와 사료는 물론, 바이오차·바이오연료·친환경 포장재·건축 보조자재 등 응용연구가 활발하다. 곤충사육용 매체나 토양개량 소재로의 전환 사례도 보고된다. 재활용 고도화가 이뤄지면 농가 처리비를 낮추고 순환경제 가치사슬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도적으로는 ‘버섯산업발전법(또는 버섯산업육성법)’ 제정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과거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끝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는 신설 법안에 △수입 배지원료의 ‘농업용’ 명확화 △관리 주체를 환경부에서 농식품부로 이관 △순환자원 인정 요건·절차 간소화 등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윤 의원은 “상임위에 법안이 상정되면 통과까지 지원하고, 순환자원 인정 확대 등 대안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법 체계가 버섯배지를 ‘버려야 할 것’으로 볼지, ‘다시 쓸 자원’으로 볼지의 선택이다. 왕겨·쌀겨처럼 ‘순환자원’으로 돌려 현장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가 오늘 간담회에서 다시 확인됐다. 제도 정비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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