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간담회 장면./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경제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관세 문제는 한국 산업 전반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엇박자 없이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이 대통령은 미국 순방에 동행할 경제단체장과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자리에 모인 인물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핵심 인사들이었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방산, 바이오, 에너지 등 한미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고르게 참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만남의 배경에는 지난달 말 사실상 큰 틀에서 합의된 한미 관세 협상이 있다.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 상호 관세율을 확보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협상력의 지렛대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재계가 보여준 지원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세부 협상에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익이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역시 이번 자리를 통해 향후 대미 투자 과정에서 예상되는 규제와 행정적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사전 인사 자리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상 전략을 가다듬는 사실상의 ‘전략 회의’ 성격을 띠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재계와 접촉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도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6월에는 주요 경제단체 인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국제 통상질서 변화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위축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고민은 경제 현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또 다른 핵심 의제인 안보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미국은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며 한국에 더 큰 안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고도화하면서도 한반도의 안보 균형이 흔들리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 인사 개편도 병행 중이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초대 주미대사로,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를 주일대사로 내정하고 아그레망 절차를 진행하는 등 외교 라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한미·한일 정상 외교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닌, 한국 경제와 안보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관세 협상의 최종 결론과 한미동맹의 조율 결과에 따라 향후 한국의 경제 지형과 안보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그리고 외교라인까지 총동원해 ‘원팀’으로 회담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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