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부안군 ‘변산 비치펍’, 이국적 감성 바탕 체류형 야간관광(부안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부안군이 올여름 야심 차게 시범 운영한 ‘변산 비치펍’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2일부터 17일까지 변산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부안군의 야간관광 전략 실험장이자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 낮보다 뜨거운 밤, 체류형 관광객을 불러 모으다
한국의 대부분 해수욕장은 낮에만 북적인다. 저녁이 되면 상점은 문을 닫고, 해변은 금세 고요로 돌아간다. 관광객은 숙소로 흩어지고, 지역 상권의 활력은 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안군은 문제의식을 가졌다.
<변산 비치펍>은 “떠나는 관광객이 아닌, 머무는 관광객을 잡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해변의 야경과 청량한 밤바다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행사장에는 대형 야자수 조형물과 형형색색 조명이 설치돼 이국적인 무드를 자아냈다. 라틴 음악과 재즈가 흘러나오는 무대 위에서는 버스킹과 DJ 공연이 이어졌고, 쿠바풍 칵테일과 남미 음식이 판매되는 카바나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해변’을 완성했다.
무엇보다도 야간 체류형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의미 깊다. 해수욕만 즐기고 떠나던 피서객이 공연을 즐기고, 음료를 마시며 밤을 보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는 곧바로 지역 경제와 연결된다.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숙박, 식음료, 교통 등 지역 내 소비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 차별화된 콘셉트, “남미 해변을 옮겨왔다”
이번 행사가 각종 여름 해변 축제와 달랐던 이유는 명확하다. 흔히 열리는 불꽃놀이, 야시장, 단발성 공연이 아닌, 콘셉트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남미 해변 감성’이라는 키워드는 방문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변산 비치펍은 그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거대한 야자수 장식과 라틴 음악 속에서 마시는 칵테일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부안에서 남미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국적 감각과 지역 자원의 결합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 단순히 부안의 해변 경관만 내세웠다면 진부했을 터. 그러나 ‘남미 콘셉트’라는 외피를 입히자, 변산해수욕장은 전혀 새로운 장소로 재탄생했다.
사진 - 부안군 ‘변산 비치펍’, 이국적 감성 바탕 체류형 야간관광(부안군 제공)
■ 공연·영화·음식, 복합 문화콘텐츠로 진화
<변산 비치펍>의 또 다른 성과는 복합적 콘텐츠의 결합이다. 버스킹과 댄스 공연이 열기를 달아오르게 했고, DJ 공연은 해변을 클럽처럼 바꿔놓았다. 이어 해변 스크린에서 펼쳐진 야외 영화 상영은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어우러져 낭만적인 체험을 제공했다.
이는 기존의 ‘판매 위주 행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관광객들은 단순 소비를 넘어 문화적 경험을 하며, 그 경험이 곧 ‘부안만의 기억’으로 남는다. 관광학자들이 말하는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를 현장에서 증명한 셈이다.
■ 경제적 효과와 정책적 함의
행사 기간 내내 평일 방문객이 꾸준히 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축제는 주말 중심으로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주중 야간 소비 활성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는 지역 상권에 숨통을 틔우는 직접적 효과다.
부안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히 축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야간관광 모델”이라며, “정례화와 브랜드화를 통해 부안 여름밤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관광산업의 성패는 ‘재방문객 확보’에 달려 있다. 변산 비치펍이 매년 열리고, 점차 완성도를 높여 간다면, 변산해수욕장은 단순 피서지가 아닌 ‘야간 관광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사진 - 부안군 ‘변산 비치펍’, 이국적 감성 바탕 체류형 야간관광(부안군 제공)
■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물론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변산 비치펍은 첫 시범 운영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이국적 감성은 일회성 이벤트로는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결국 부안군이 풀어야 할 과제는 ‘남미 감성’이라는 외래 콘셉트를 어떻게 부안 고유의 자원과 접목시켜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예컨대 변산의 해산물, 부안의 농산물,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가 결합된다면, 단순히 이국적 감성에 머물지 않고 ‘부안다운 야간관광’으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인프라다. 교통, 숙박, 안전 관리, 쓰레기 처리 등 뒷받침이 부실하다면,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브랜드 신뢰는 무너진다.
사진 - 부안군 ‘변산 비치펍’, 이국적 감성 바탕 체류형 야간관광(부안군 제공)
결국 <변산 비치펍>은 관광 콘텐츠 실험을 넘어 지역 정책의 시험대다. 부안군이 이번 성과를 토대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지원을 연계한다면, 부안은 대한민국 해변 야간관광의 본거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벤트성 흥행’에 취해 후속 전략을 소홀히 한다면, 이번 성과는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 것이다.
<변산 비치펍>은 부안군이 보여준 작은 혁신이자, 한국 해변관광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실험이었다. 관광은 더 이상 낮에만 소비되는 단순 상품이 아니다. 밤까지 살아 있는 콘텐츠가 곧 지역경제의 엔진이 된다.
부안군의 이번 시도가 ‘일회성 축제’로 끝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뿌리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안이 대한민국 야간 해변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흥행에 취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과 전략적 후속 조치다. 부안이 이번 성과를 토대로 제대로 된 야간관광의 길을 개척한다면, 변산의 밤은 한국 관광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부안군 #변산비치펍 #해변관광 #야간관광모델 #체류형관광 #패러다임 #자화자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