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의원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취약계층 식생활 지원을 위해 쓰는 ‘농식품바우처’ 카드가 계산대 앞에서 오히려 신분 노출을 부르는 ‘낙인 효과’를 만든다는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드 뒷면에 ‘농식품바우처’ 문구가 인쇄돼 있어 이용자가 취약계층임을 드러내는 구조라며 즉각 개선을 요구했다. 해당 지적은 시범사업 단계였던 2022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지만 본사업으로 확대된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올해 농식품바우처는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2020~2024년 시범을 거쳐 2025년부터 전국 확대를 공식화했고, 시범 기간 설문에서도 영양 보충·식생활 만족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가 카드 디자인에서 미흡했다는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윤 의원실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로 파악한 올해 바우처 사용처는 6만660개소. 2024년 2,260개소에서 불과 1년 새 26.8배 늘었다. 물리적 접근성은 확 넓어졌지만, 결제 수단 자체가 낙인을 남기는 구조라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원 요건과 금액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농식품바우처는 ‘생계급여(기준 중위소득 32% 이하) 수급가구’ 가운데 임산부·영유아·아동을 포함한 가구만 대상이다. 청년 단독가구 등은 구조적으로 배제된다. 지급액은 가구 단위 차등으로 1인가구 4만 원, 2인 6만5천 원, 3인 8만3천 원, 4인 10만 원 등으로 책정돼 다자녀일수록 1인당 체감액이 낮아진다는 한계가 반복 지적된다.

예산은 늘었다. 정부·지자체는 2022년 81억6,500만 원, 2023년 138억4,600만 원, 2024년 138억2,800만 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약 320억8,700만 원 규모로 확대했다. 제도 외형은 커졌지만 설계 보완 없이는 체감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국회와 현장의 공통 문제의식이다.

결제 환경은 빠르게 확장됐다. 하나로마트·GS더프레시 같은 동네 마트, CU·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각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바우처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셀프 계산대’는 사용이 제한되는 등 이용자 안내의 세밀함은 여전히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낙인 최소화를 위한 ‘보편형 디자인’ 전환을 주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현금·일반카드·전자바우처 등 보편 매체는 낙인 위험이 낮다고 분석했고, 전용 디자인·표시는 낙인감 증대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대안으로는 ①카드 전면·후면에서 ‘바우처’ 명칭 삭제 ②일반 체크카드와 동일한 BIN·디자인 적용 ③앱 기반 전자바우처 병행 도입 ④슬림형 결제 로직으로 계산대 체류시간 단축 등이 제시된다.

정부는 본사업 전환과 함께 제도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국면에서 ‘먹거리 안전망’이 실효를 갖기 위해선 대상 확대(청년·단독가구 등 취약군 포함), 다자녀 가구 보정, 지역별 물가 반영 단가 조정, 프라이버시 친화적 카드 설계가 한 묶음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책 목표가 “건강한 식생활 보장과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이라면, 계산대 앞에서 누군가가 주저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부터가 출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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