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과거의 빛을 기리는 동시에 앞으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분단 80년 가까이 이어진 냉전과 대결의 구조는 여전히 한반도의 목줄을 죄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된 순간들은 한반도의 공기 자체를 바꾸었다.
김문교 (현)CAM방송.뉴스대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대화가 복원될 때, 전쟁 위기의 그림자는 옅어졌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교류 사업은 남북 주민이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임을 체감하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감정의 문제를 넘어 경제·안보·외교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줄여 사회복지·교육·기술혁신에 재투자할 수 있다. 긴장 완화는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준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군사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한반도 전역의 투자심리와 시장 안정성이 흔들린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외교가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며 자율성을 잃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대화가 단절된 사이, 북한은 군사력을 고도화했고, 한반도는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밀려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엉킨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겠다”고 한 것은, 과거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인 ‘상호 존중과 불간섭’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다. 적대의 언어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평화는 오직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는 과거의 빛을 되찾은 날을 넘어, 미래 세대가 전쟁 없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데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평화 허브로 도약하는 열쇠다. 이제는 평화의 상상력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김문교 전문위원 kmk47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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