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등 돌린 여수MBC, 손 놓은 여수시 집행부...시민만 멍든다

김영규 여수시의원


여수MBC가 순천 문화콘텐츠 기회발전특구로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여수시민들의 상처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이전 문제가 아니라, 지역 방송의 오만한 배신과 이를 막지 못하는 여수시 집행부의 무능이 뒤엉켜 여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건이라는 점에 있다.

■ 여수MBC, 기회발전특구 취지 왜곡하는 이기적 행보

순천 문화콘텐츠 기회발전특구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수도권 기업과 자본을 유치해 전남 지역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국가 전략 사업이다. 그러나 여수MBC의 이전은 이러한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수도권 기업이 아닌 인접 도시로의 이전은 전남 동부권 전체의 경제 총량을 늘리지 못한 채, 한정된 파이를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신규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한 '수평 이동'에 그치면서,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파격적인 혜택을 여수MBC가 '이사 비용'으로 챙기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지자체 간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지역 갈등의 불씨만 지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 55년 역사를 저버린 지역방송의 자기부정

1970년 개국 이래 반세기 넘게 여수시민의 곁을 지켜온 여수MBC는 단순한 사기업이 아닌, 시민의 희로애락을 담아온 공적 자산이다. '사옥 노후'와 '경영난'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자신들을 지탱해준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을 저버린 행위는 명백한 배신이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방송사가 스스로 공동체를 저버린 것은, '여수'라는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방송사로서의 자기부정이자,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다.

■ 무능과 무대응으로 위기를 키운 여수시

이 사태에서 여수시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핵심 지역자산의 유출이라는 중대한 위기 앞에서 여수시 집행부의 무대응과 무전략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구체적인 대응 전략 하나 제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무책임한 침묵이 여수MBC의 오만한 결정을 부추겼음을 직시해야 한다. 여수MBC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여수는 지역 언론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도시 위상이 추락하며, 종국에는 남해안 거점 도시의 자격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 파국이냐 상생이냐, 대안은 있다

여수MBC 이전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근본적인 이유는 해결 방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결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여수시 집행부의 무기력한 방관과 여수MBC의 일방적인 독주는 둘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공멸의 길이다. 이제는 비판과 갈등을 넘어, 위기를 지역 상생의 전환점으로 삼을 구체적 대안을 논해야 할 때이다.

첫째, 여수시 집행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멈추고 사태 해결의 '주도자'로 나서야 한다. 단순히 이전을 반대하는 소극적 자세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여수MBC가 '사옥 노후'와 '경영난'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그 명분을 무력화시킬 방안을 제안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여수MBC는 '생존 논리' 뒤에 숨지 말고 '공적 책무'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성장한 방송이 공동체의 절규를 외면하는 것은 자기 존재의 부정이다.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이전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여수시와 시민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은 양측에 넘어갔다. 여수시 집행부의 행정적 결단과 여수MBC의 열린 자세가 결합된다면, 이번 위기는 오히려 지역과 방송사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공멸의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상생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