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창 = 최진수 기자]

사진 - 축산과_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해제 요구에 따른 간담회(고창군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움직임에 맞서 축산기관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 21일 고창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대응 긴급 간담회’에는 고창군 축산부서를 비롯해 고창·부안축협, 고창군 한우협회 회장단 등 주요 축산 관계자 7명이 참석해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군 차원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해당 규제를 이미 해제한 점을 들며 한국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창군 축산기관들은 “국내 소비자 안전과 한우 산업 보호가 최우선이다”라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강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30개월령 이상 소 수입은 광우병 공포 부활…FTA 무관세 시행까지 겹쳐 한우산업 위기”

참석자들은 광우병(BSE, 소해면상뇌증) 발생 가능성, 국내 소비자의 신뢰 하락, 그리고 국내 한우 농가의 경제적 피해 등을 심각한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한 참석자는 “2008년 광우병 파동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역사적 사건”이라며, “당시의 국민적 트라우마와 우려는 지금도 여전한데, 다시 그 길을 걷는 것은 소비자와 한우농가 모두를 외면하는 결정”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은 2026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소고기 수입이 완전 무관세로 전환되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부터의 정부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6년 이후 미국산 소고기는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오고, 이미 한국은 일본보다 미국산 소고기를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0개월령 이상 수입 제한까지 풀리면 미국산 수입육은 한우산업을 초토화할 것”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중앙정부가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국민 건강권과 식량주권을 우선에 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폭염·집중호우에 축산농가 이중고…기후위기 대응도 절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축산 현장의 또 다른 긴급 과제인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대응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특히 7월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폭염과 돌발성 집중호우는 축산농가의 사육 환경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농가에서는 축사 내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가축 폐사, 사료효율 저하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고창군 한우협회 관계자는 “이제는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만큼, 단순한 단기 대책이 아닌 근본적 사육환경 개선책이 절실하다”며, “폭염 팬 설치, 급수시설 개선, 차광막 지원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창·부안축협 관계자도 “기후 변화에 따른 가축 건강관리 지침과 신속한 행정지원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며 군과 협력해 대응 체계를 확대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고창군 “축산 농가 보호, 선제 대응이 관건…정책·재난·FTA 전방위 전선 구성할 것”

이에 대해 고창군 축산과 염경선 과장은 “고창군은 축산농가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염 과장은 이어,

“앞으로 예상되는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대비해 가축 폐사 예방을 위한 사전점검과 시설 지원, 교육 등을 강화하고, 각종 재해 예방 홍보에도 군이 앞장서겠다”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지역 축산 보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역 한우 산업은 고창군의 경제, 문화, 정체성과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단기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축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행정의 책무를 충실히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창군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정부에 대한 건의문 제출 ▲도 차원의 공동대응 촉구 ▲지역 축산농가 실태조사 및 수입육 동향 모니터링 ▲소비자 단체 및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FTA 무관세 수입에 대비한 한우 농가 경쟁력 강화 지원책 마련”, “지역 브랜드육 홍보 확대”, “청년 축산인 유입을 위한 제도 정비” 등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도 재점검할 방침이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기억하는 국민에게 이번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요구는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닌, ‘안전’과 ‘주권’의 문제로 다가온다. 고창군은 이제 이 문제를 단순한 지방행정의 수준을 넘어 국가 축산 정책의 방향성과 생존권 보장의 현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창군의 대응은 단지 ‘지역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전북특별자치도 전체 축산농가, 나아가 전국의 한우산업을 지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지역이 목소리를 낼 때”라는 고창군 축산 행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시사의 창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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