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거울을 두려워한다.” 허먼 멜빌의 경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백악관 시대를 날카롭게 비춘다. 그는 취임 직후 ‘미국 우선’이라는 간판 아래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교역 질서에 일방적 충격을 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이미 보호무역 여파로 세계 상품교역이 –0.1 % 역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식 자국이기주의가 2025년 재집권과 함께 더 거칠어진 지금, 글로벌 공급망은 제2의 진앙을 맞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은 1990년 7.2 %에서 2023년 2.6 %로 내려왔다. 그러나 트럼프 1기와 2기를 거치며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6 %대를 넘나들고, 동맹국 또한 맞불 관세로 대응하며 ‘탈동맹형 블록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21세기판 스무트-홀리 악순환이며, 미국이 주도해 설계한 자유무역 시스템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행위다. 달러는 여전히 결제 시스템의 절반을 지키지만 위안화·유로화가 꾸준히 영역을 넓히며 ‘탈달러화’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관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달러 약세와 동반된 물가 급등, 원자재 가격의 도미노 상승으로 귀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4 %로 전망하며 ‘트럼프 변수’를 위험 요인에 올렸다. 아이오와 농부가 수확량을 늘려도, 베를린 공장이 속도를 올려도 관세 장벽을 넘는 순간 가격은 왜곡된다. 포드는 작년 관세 부담만으로 10억 달러 추가 비용을 떠안았고, 애플은 일부 생산거점을 인도로 돌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가 역설적으로 미국을 공급망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제만이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담론에 깔린 ‘백인 노동계층 보호’라는 레토릭은 사실상 백인우월주의를 정당화한다. 2017년 샬러츠빌 사태 이후 그는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극우 시위를 비호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2025년 7월 8일 대규모 공무원 감원 계획을 허용하자, 그는 곧바로 중국·EU·한국을 겨냥한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보호무역이 인종적 포퓰리즘과 결합하는 순간 국제사회는 관세 폭탄 위에 인종차별이라는 도화선까지 함께 목도했다.
역사는 자국만을 위한 패권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증언한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의 불길을 키웠고, 1971년 닉슨의 금 태환 정지는 달러 신뢰를 흔들었다. 세계 GDP의 25 %를 차지하던 미국 비중은 2024년 23 %대로 내려왔고, 달러 결제 비중도 20년 만에 10 %p 줄었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약화됐다”는 응답은 62 %에 달한다. 존경받지 못하는 1등은 실질적 리더십을 잃는다는 냉정한 메시지다.
동양 고전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 했다. 자국우선 관세는 미국 산업과 소비자를 옭아매는 밧줄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투자 회복’을 외치지만, 세계 자본은 불확실성을 혐오한다. 이미 캐나다·멕시코·베트남이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흡수하며 ‘탈(脫)미국’ 리쇼어링을 가속하고 있다. 패권은 군사력뿐 아니라 신뢰와 품격 위에 선다. ‘공존을 위한 리더십’ 없이 손익계산서만 따지는 강대국은 결국 외톨이 1등으로 전락한다.
마틴 루터 킹은 “정의가 어디서든 위협받을 때, 정의는 어디에도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의 협박성 관세 청구서는 국제 규범의 교과서를 찢는 행위다. 그 부메랑은 금융 프리미엄 축소·동맹 피로감·달러 기축 약화로 되돌아올 것이다. 존경받지 못하는 1등이 결국 ‘1등의 자리’ 자체를 잃어버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추는 이미 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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