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물며 진화와 변화를 지속하는 노먼 포스터 건축을 만나다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서병철 승인 2024.04.30 13:25 의견 0

[시사의창=서병철기자] 독특한 건축물을 만나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영국 런던에서 오이지 모양을 연상시켜 ‘거킨 빌딩(The Gherkin)’이라고 부르는 빌딩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항구의 현대식 건축물에서 천장 거울에 비친 모습에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밝은 표정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비로소 그 건축가를 온전히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와 그의 자회사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주요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처음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 서소문 본관에서 2024년 4월 25일부터 7월 21까지 무료로 개최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건축 모형,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등 300여 점으로 구성된 대표 프로젝트 50건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미래긍정(Future Positive)’은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 파트너스의 건축 철학을 가장 잘 함축하는 표현으로, 미래를 향한 이들의 지향점을 총 다섯 개의 섹션 구성을 통해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유’다. 노먼 포스터는 이미 1960년대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고민해 왔고, 그는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구현하고자 했던 친환경 건축의 선구자이자 발명가이다.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 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술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공유하고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자연과 사무실을 하나의 거대한 돔 안에 결합한 ‘기후 사무소(Climate office)’를 상상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에 현대적 해석으로 조화를 더한 ‘레트로핏(retrofit)’접근을 통해 극대화했다. 대표작으로 런던의 영국박물관의 대중정, 독일 국회의사당, 뉴욕의 허스트 타워 등이 있다. 근대와 현대, 과거와 현대의 만남은 새로운 건축환경으로 사용자 경험을 이끌면서 공공 건축의 개념을 넓힌다. 이들에게 있어 ‘레트로핏’은 옛것에 단순히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조심스럽게 정교하게, 그러나 혁신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고 현재와 교차, 결합하면서 물리적인 건축을 넘어 하나의 ‘장소’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영국박물관의 대중정 개조 프로젝트는 매우 간결하고 섬세한 개입을 통해 크게 인식되지 않던 공간의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핵심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영국박물관 대중정 모습 (사진 : 서병철)

세 번째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이다. 미국 애플파크, 영국 블룸버그 본사,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와 같은 랜드마크 건축에는 독보적인 외형만큼이나 최첨단으로 설계된 기술력이 응축되어 있다. 영국 블룸버그 본사의 경우, 건물 외관과 지붕에 설치된 지느러미 형 구조가 공기 흐름을 조절하고, 음향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갖춘 천장 패널은 온도를 쾌적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또한 일반적인 사무실 조명 시스템보다 40%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사무실의 쾌적한 공기 공급률을 높이고 입주자의 생산성과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켰다.

30 세인트 메리 액스 (사진 : 나이절 영 _ 포스터 + 파트너스)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의 문화는 물론, 특정적인 기후 환경에 관한 다층적인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아부다비 지역의 극한 기후환경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에어컨이나 공조 시스템 없이 건물이 자체적으로 원활한 공기 순환을 유도하는 공기역학적 설계는 지속 가능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제에 기반한 결과다.

마스다르 연구소 (사진 : 나이절 영 _ 포스터 + 파트너스)

또한 애플 신사옥인 애플 파크의 경우 투과성이 높은 토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열섬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설계되었다. 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투과성 면적의 확대는 풍부한 녹지 조성과 열 흡수율을 줄이고,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며, 더욱 쾌적한 야외 환경을 조성했다.

애플 파크 (사진 : 스티브 프로엘)

네 번째로,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이다. 버려지거나 상실되었던 공간의 재생을 통해 새로운 공공장소를 조성하는 일은 단편적이고 파편화되는 도시 구조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는 단일 건물의 디자인을 넘어 도시 삶의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 트라팔가 광장, 프랑스의 마르세유 구 항구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마르세유 구 항구의 옴브리에 프로젝트가 실현됨으로써 많은 관광객과 방문객이 해당 지역을 찾아 지역 경제 발전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항구 도시는 견고하게 디자인된 건축 설계와 문화적 풍요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산업에 폭넓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린 공간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마르세유 구 항구 건축물 (사진 : 서병철)

마지막으로, ‘미래 건축’이다. 10년 전부터 지구 밖 행성에서의 삶을 상상하면서 유럽 우주국(ESA),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한 달 거주지(2012), 화성 거주지(2015)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이때 주력했던 부분 중 하나는 건설 자재를 지구에서부터 운송해 오는 비효율성을 피하고, 현지의 재료를 토대로 구현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서 팀으로 구성된 연구와 삶의 가치를 위한 디자인 철학은 단순히 미래지향적이거나 기술 예찬론으로 집중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경험으로 나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인류가 삶을 영위하고 다양한 생명 종이 공생하는 세계를 위한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달 거주지 프로젝트 (사진 : ESA _ 포스터 + 파트너스)


“건축가로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 대한 인식과 함께 현재를 설계한다.” 노먼 포스터는 말한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그의 거대한 건축 세계에 나의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경계를 허물면서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고 확장되고 재창조된다. 새로운 개별 건축물이 도시를 진화하고 변화시키면서 우리 모두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60년 경력의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 전시회를 통해 그의 건축 철학을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서병철 기자 bcsu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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