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결국 재보복 결정...이란·이스라엘 국민들 전쟁에 대한 두려움 상당해, 커지는 美·中 역할론

현지에는 통화가치 급락 등 벌써 일부 충격 체감 역력해
"고립·경제고통 가중 우려" vs '이란은 강하다' 애국주의
사태 긴박해지자 국제질서 주도하는 美·中이 나선 형국

정용일 승인 2024.04.16 09:57 | 최종 수정 2024.04.16 11:12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지구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전쟁이 없었던 때는 거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에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을 완벽히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전쟁의 그 대가는 처참하리만큼 혹독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결국 “분명하고 강력한” 재보복을 결정하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 12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시내각이 이란에게 분명하고 강력하게 반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스라엘은 이 정도 규모의 공격에 대한 무반응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이스라엘의 메시지는 이란이 향후 자국 영토가 다시 공격을 받을 경우 다시 한 번 이란에 대한 재보복 공격에 나서겠다는 이란의 강한 경고를 묵살한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대응은 중동 전쟁을 촉발하거나 ‘이란 연합’을 무너뜨리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은) 미국과 행동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명분을 인정하고 지지한 이란인들은 전쟁만은 피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각종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인들은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쟁이 몰고 올 파국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 중부에서 이란의 드론을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막아내고 있다.


이란 북부 아몰에 사는 올해 45세 교사인 헤삼은 긴장 격화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몹시 나쁜 뉴스일 뿐이라고 밝혔다. 헤삼은 경제적 압력이 커지고 안전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두 아이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중부 야즈드에 사는 올해 37세의 가정주부인 파르바네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서방의 제재와 부정부패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고통을 받는 자국 경제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르바네는 이라인들이 지난 수년간 충분히 견뎌왔다면서 전쟁은 재앙을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이 이뤄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이란 리얄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가 요동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실거래 환율을 제공하는 본바스트닷컴에 따르면 보복 공격이 이뤄진 지난 13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이란 리얄화 환율은 달러당 70만5천리알까지 급등했다.

이스라엘 공습을 지지하는 이란 시민들./사진 연합뉴스


테헤란의 한 기업인은 일요일 이후 사람들이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온건파 진영의 전 관리는 많은 사람이 경제난과 사회적 제약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뤄지면 억눌렸던 분노가 터지면서 시위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한 엔지니어는 외국인들이 이란을 떠나면 이는 이스라엘이 공격할 것이란 신호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면 이란인들은 더 고립되고 더 비참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서북부 타르비즈의 공무원인 호세인 사바히는 먼저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이기 때문에 보복해야만 했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바히는 이스라엘도 이란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영방송들은 보복 공격 직후 여러 도시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면서 공격 지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란은 지난 13일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상대로는 처음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재보복을 시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에는 '고통스러운 보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국제 사회,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 이란이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공격을 감행해 전 세계가 긴장하는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15일 만난 이리트 벤아바 주중 이스라엘 대사와 자이쥔 중국 중동특사


'영향력 있는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리키는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스라엘의 편에 서온 미국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관련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국면이 더 고조되는 일을 피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을 자제하도록 해주면 중국은 이란에 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이란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이란은 지난 2016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방문 당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며, 2021년 3월 양국간 '전면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결국 이스라일과 이란의 직접 충돌로 중동 사태가 긴박해지자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이 나선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 만큼이나 이란의 강경 대응을 자제시키려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와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도 JCPOA 복원에 실패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책임을 돌리고 있어 이번 사태는 갈수록 복잡한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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