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일 기자의 사진산책-걸어서 서울 한 바퀴...157km 도보여행] 아름다운 서울의 숲길, 산길, 마을길 하천길, 도심 길을 걷는 ‘서울둘레길’

서울 외곽 157km 걷는다...서울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느끼는 힐링 도보여행

편집부 승인 2024.04.05 15:04 의견 0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걷기운동마저 못한다는 것처럼 형편없는 핑곗거리도 없는 것 같다. 아무런 도구 없이 오로지 시간만 내어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 바로 걷기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눈에 보이는 무미건조한 길을 걷기보다는 이왕이면 주변 풍경이 예쁘고 그저 그 길을 걸으면서 숨만 쉬어도 힐링이 되는 그런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국내에도 서서히 걷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중 걷기의 매력에 불을 지핀 몇 가지 요소와 계기들이 있으며, 제주올레길과 배우 하정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걷기의 효과와 그가 걷기에 빠진 다양한 이유들, 그의 일상에서 묻어나는 걷기의 매력들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걷는 것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걷기의 열풍 속으로 오롯이 스며들었다. 필자 역시 걷기의 매력에 빠져 10년이 지나도록 그 매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제주올레길 완주 후 걷기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할 즈음 ‘서울둘레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7일 만에 완주했다. 그리고 당일 완주가 불가능하다던 서울둘레길 8코스(북한산둘레길)를 하루 만에 완주하고야 말았다.

[시사의창 2024년 4월호=정용일 기자]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리는 제주올레길이 처음 생길 당시 사람들에게 생소하게만 여겨졌으나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걷기 코스로 자리잡았다. 2012년 11월 완주자 집계를 시작한 이후 무려 27개의 코스, 437km에 달하는 긴 구간을 완주한 사람들이 지난 3월 초까지 총 2만 3천여 명으로, 한달 평균 400∼500명이 완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레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걷기의 그 매력에 빠져 걷기 좋은 다른 코스를 찾아보게 된다. 또한 올레길 외의 둘레길이나 걷기 코스들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주올레길을 최종 목표점으로 정하고 올레길 완주를 위한 도전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걷기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이 또한 중독성이 강한 편이라 빠져나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걷기 운동에 중독되었다면 단언컨대 그건 매우 건강한 중독이라 칭찬하고 싶다. 걷기라는 것이 그다지 위험부담이 있는 운동도 아니다. 그저 적당한 체력에 적당한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국 곳곳에는 현재 샐 수 없을 만큼의 매우 다양한 둘레길과 걷기 코스들이 개발되어 있다. 걷기 열풍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지역의 특색에 맞은 둘레길이나 걷기 코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수서역에서 출발해 대모산과 구룡산을 거치면 나오는 우면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남 일대의 180도 파노라마 뷰가 일품인 곳이다.


전국 어디에 살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환경에서 걷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길(425km)과 더불어 지리산둘레길(295km), 강릉바우길(400km), 서울둘레길(157km) 등이 거리가 긴 코스들이며, 그중 가장 긴 코스는 우리나라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약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인 ‘코리아둘레길’이다.
걷기의 매력에 빠졌다면 코리아둘레길 완주라는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도 남은 인생의 모든 여가시간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만큼의 거리이기에 심심할 겨를이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지난 제주올레길 완주에 이어 걷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2023년 8월의 무더운 여름날에 총 거리 157km의 서울둘레길을 완주에 도전했다.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은 서울둘레길 외에도 남한산성둘레길이나 북한산둘레길도 있으며, 이들 코스도 차차 완주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서울둘레길은 완주하기까지 7일이 소요됐으며, 제주올레길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은 체력이 소모되었던 길이었다. 특히 북한산둘레길 코스는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코스로 기억되었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차차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눈에 담기는 서울의 모든 것
지난 2014년 11월 정식 개통된 서울둘레길은 총 8개의 코스로 숲길 84.5km와 마을길 40km, 하천길 32km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울을 한 바퀴 휘감는 총연장 156.5km를 걷는 동안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생태 등을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도보길이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도시길, 산길, 숲길, 하천길, 마을길 등 다양한 길을 걷게 된다. 또한 말 그대로 서울둘레길인 만큼 각 코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아 굳이 모든 코스를 순서대로 걷지 않아도 된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그저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봄이나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어도 쉽사리 지치지 않을 가을에 걷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무더운 8월에 걷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서울둘레길 157km 완주는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그렇게 무더운 8월의 서울둘레길 걷기는 시작됐다.
8월의 어느 토요일 오전 제5코스(13km)인 관악/호암산코스에서 첫 스타트를 해 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하차 후 남현동 주택가 쪽으로 계속 오르다 보면 본격적인 산길의 초입이 나온다. 산길을 걷다 보면 서울대 후문 방향으로 나와 다시 좁은 숲길을 걷다 보면 또다시 서울대 정문 방향으로 나온다. 조금만 더 걷다 보면 관악산 정문으로 진입해 다소 길게 느껴지는 관악산 산행(?)이 시작된다, 관악산 코스를 빠져나오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말은 도보길(숲길)이라 하지만 그냥 등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게 관악산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신림동의 호암산으로 이어진다. 호암산 도보길을 다 걷고 산에서 내려오면 금천구의 석수역 주변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5코스의 시작과 끝이다. 5코스는 주로 산과 숲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급함 없이 천천히 산내음을 맡으며 걷다 보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코스라 생각한다. 중급 체력의 소유자를 기준으로 총 소요 시간은 5~6시간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다.

봉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해 질 녘 특히 아름다운 안양천길과 한강길
다소 길게 느껴졌던 봉산&앵봉산 트레킹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 다음 코스인 6코스부터 바로 이어 걷기로 했다. 6코스는 18.2km의 다소 긴 구간으로써 지하철 석수역 앞에서 안양천을 따라 걷는다. 고척스카이돔 주변을 지나 한강코스를 걸으며, 가양역까지 이어지는 등 행정구역 상 강서구와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를 걷게 된다. 석수역 앞에서 시작되는 안양천길과 바로 이어지는 한강코스는 주변의 시야가 시원스럽게 뚫린 점은 좋았다. 하지만 그늘길이 거의 없는 긴 직선 구간이라 다소 덥고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해 질 녘 한강코스 구간을 걷는다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눈앞에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기에 이 점은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코스는 길었지만 오르막길이 없는 평지길이라 4시간에서 5시간이면 충분히 완주 가능한 코스다. 그리고 다음 날인 월요일에도 어김없이 코스를 이어 걸었다.
이번에 걷게 된 총 거리 15.7km의 7코스는 가양역에서 가양대교를 건너 봉산과 앵봉산을 넘어 은평구 구파발역까지 걷는 코스다. 5코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코스가 등산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가양대교를 건너 난지한강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면 상암월드컵 경기장이 나온다. 계속 걷다 보면 불광천 구간이 나오는데 누군가는 이 구간이 매우 지루하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하천의 청둥오리를 구경하며 설렁설렁 걷는 평지길이 매우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어떤 길이든 저마다의 성향에 따라서 달리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어떤 길이 좋고 나쁘다고 정의할 순 없다.
하천길을 지나 은평구의 평범한 주택가를 걷다 보면 증평체육공원이 나오고, 이 시점부터 기나긴 산행이 시작된다. 아마도 필자처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이 구간에서 많은 땀을 흘리게 될 것이라 미리 말해주고 싶다. 해당 구간은 붉게 물든 단풍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가을에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일단 시원한 건 둘째치고 눈이 매우 즐겁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에 걷게 되면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될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땀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해발 209m인 봉산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과 경기도 고양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서 산 정산에 봉수대가 있어 봉산(烽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약 120년 전까지 사용하였던 봉수는 과학적으로 잘 갖추어진 통신 방법이다. 봉수대에서는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고, 밤에는 불빛을 이용하여 정보를 먼 곳까지 신속하게 전달하였다. 신호가 전달하는 내용은 봉수대의 굴뚝에서 올리는 연기나 불꽃의 수에 따라 달랐다. 이렇게 연기나 불빛을 이용하여 만든 신호는 인근의 봉수대에 차례대로 전달되어 한양(현재의 서울)까지 전달하였다.
봉산 정상에서 능선길을 따라 또 걷다 보면 앵봉산과 연결이 되고 산을 내려오면 마지막 스탬프가 보인다. 이곳에서 구파발역 까지는 도보로 불과 10여 분 남짓한 거리다. 7코스의 총 소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은 이번 서울둘레길 도보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8코스(북한산 코스)로서 이른 새벽부터 오후까지 무려 13시간의 산행을 했던 고난의 하루였다.


오랜만에 느껴본 극한 트레킹과 짜릿한 성취감
13시간 34km의 트레킹, 힘들었지만 멋진 날...

서울둘레길 8코스(북한산·도봉산산코스)는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해 도봉산역 1번 출구까지 강북구, 도봉구, 성북구, 은평구, 종로구 등 5개 구에 걸쳐 있는 코스다. 33.7km의 긴 구간으로 구성된 서울둘레길의 모든 코스 중 가장 길고 가장 힘든 코스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3일에 나눠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km가 넘는 구간 중 대부분이 산행 코스다. 서울시 홈페이지의 서울 둘레길 소개 글에 8코스(북한산)는 완주 예상시간이 16시간 30분으로써 하루에 완주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도대체 얼마나 길고 힘든 구간이기에 하루에 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필자는 하루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에 은평구에 있는 구파발역 2번 출구에 도착했다. 쉬엄쉬엄 새벽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니 어느새 본격적인 트레킹 구간의 초입인 선림사 근처에 도착했다. 시작부터 숲길이었다. 비장한 각오로 배낭을 메고 출발했다. 잠이 덜 깼는지 동산 수준의 산속에서 같은 구간을 무려 3번이 반복해서 걷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두 눈 똑바로 뜨고 이정표를 보면서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다시 출발지점이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산속에서 그렇게 같은 장소를 무려 세 바퀴를 돌고 나니 상당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시작부터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감에 휩싸여 버렸다. 잠시 길가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결국 길을 찾았다. 완주까지 90%가 넘게 남은 길고도 긴 구간을 다시 힘을 내서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숲길을 걷다 보면 옛성길이 나오고, 나무데크길을 걷다 보면 눈앞에 시야가 트이면서 서울 시내의 모습이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또 걷다 보면 북한산 생태공원이 나오고, 바로 등산로 초입으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풍경이 꽤 멋지기 때문에 이왕 힘들게 긴 코스를 걷는 것이라면 주변 풍경도 만끽할 겸 가급적 맑은 날 걷기를 권한다.
산속에서 평창마을길 구간을 지나면 처음으로 행정구역이 은평구에서 종로구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곧 으리으리한 저택들로 가득한 평창동 마을 구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대저택으로 가득한 평창동 마을길 전체를 외곽으로 한 바퀴 걷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번 서울둘레길을 완주를 위한 걷기가 아니라면 과연 또 있을까 싶었다.
평창동 전체를 둘러보며 걷는 이 평창동 마을길 구간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저택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이 좋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늘이 없기 때문에 여름에 걷기에는 상당히 덥다. 또한 오르막길이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어느새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 등 생각보다 고된 구간이다.


진짜 힘든 구간은 후반부의 8-4, 8-5코스였다
당일 완주가 목표라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

평창동 마을길의 정상부를 지나 다시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좌측에 다시 산행이 시작되는 명상길 시작점이 나오고 빨간색 스탬프함이 보인다. 그렇게 산길을 한참을 걷다 보면 다시 종로구에서 성북구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산에서 내려오면 주변에 상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가방에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식사 한 끼를 하는 것이 체력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또 부지런히 산길을 걷다 보면 흰구름길 구간이 나오면서 또다시 성북구에서 강북구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사람마다의 체력 수준에 따라 각 코스별 받아들여지는 난이도는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지금까지의 8-1, 8-2, 8-3 구간은 그런대로 무난했다면 남은 8-4, 8-5코스의 난이도는 확실히 전 코스와는 다르다. 대략 3개 정도의 산을 넘게 되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감에 더해 체력소모가 상당히 많은 구간이다.
체력은 떨어지고 온 육체가 피로감에 젖어 주변 경관을 구경할 정신은 온대 간데없고, 그저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길만 응시하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그토록 지긋지긋한 구간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해당 구간을 어렵사리 빠져나오면 순례길 구간이 이어진다. 해당 구간은 그나마 장시간 트레킹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누적된 피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킬 수 있는 구간이다. 천천히 휴식 같은 트레킹을 하다 보면 북한산 우이역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은 북한산 백운대탐방지원센터로 가기 위한 루트이기도 하다. 그렇게 8-4코스가 종료되고 이제 마지막 8-5코스인 왕실묘역길이 시작된다.
코스 내에 연산군 생가와 정의공주 묘가 나오기도 한다. 아마 그래서 왕실묘역길이라 하는 것 같다. 열심히 또 산길을 걸으면서 방학동길을 지나 도봉옛길로 이어지며, 그렇게 길고 긴 서울둘레길 8코스는 어느덧 북한산 국립공원 푯말과 함께 도봉산탐방지원센터를 끝으로 종료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길고도 힘겨웠던 8코스는 마지막 행정구역인 도봉구에서 끝을 맺게 된다.
그리고 마음으로는 정말 끝난 줄만 알았던 도봉산역 2번 출구는 끝이 아닌 서울둘레길 1코스의 시작점으로서 또다시 먼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한마디로 정말 만만치 않은 서울둘레길이다.


가장 힘들었던 하루...다음 날 다시 마주친 상급 코스
서울둘레길 8코스를 당일 완주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남기고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다음 날 다시 도봉산역 2번 출구에 도착해 창포원에서부터 중랑구에 위치한 화랑대역까지 총 18.6km의 구간을 걸었다.
서울둘레길의 안내 글에 따르면 둘레길 모든 코스 중 유일하게 상급으로 표시된 구간이 바로 수락산·불암산의 1코스다. 8코스의 경우 당일에 완주를 하는 경우 난이도가 상이 아닌 최상급의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2~3일에 나눠 걷기 때문에 난이도는 중급으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1코스는 난이도 상급의 수준으로 액면 그대로 어려운 코스라는 뜻이다.
안내 글에도 예상 소요시간이 8시간으로 되어 있으며, 실제 걸어본 결과 꽤나 힘든 구간이었다. 코스의 대부분이 산자락을 지나는 코스로서 18km 전체를 꾸준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걷기 때문에 특히나 초보자들에게는 체력 소모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또한 산속에서 헷갈릴 수 있는 갈림길이 두어 곳 나온다. 이러한 코스의 경우 보통 먼저 걸었던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친절하게도 온라인상에 올려놓기 때문에 트레킹 시작 전 코스의 기본 정보에 대해 숙지하고 가는 게 가장 좋다. 길을 한 번 잘못 빠지면 20여분을 허비하게 되며, 걷는 도중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날 8코스의 피로감에 더해 이날 1코스를 완주하면서 상당한 피로가 누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피곤해서인지 이 날은 사진도 별로 안 찍었던 것 같다. 당초 계획은 2코스까지 이어서 걷기로 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당일 1코스만 마무리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음 날 오전 2코스 트레킹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누적된 피로감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용마산과 아차산을 넘어 광나루역까지...
강동구를 지나 탄천을 경유해 수서역까지...
16시간 동안 총 38km의 최장 트레킹

6호선 화랑대역 근처 신내어울공원 입구에서 시작된 2코스는 중랑캠핑숲을 지나 망우묘지공원을 거쳐 용마산과 아차산을 넘어 광진구의 광나루역까지 이어지는 총 거리 12.3km의 코스다.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구간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산을 넘어야 했기에 누적된 피로감에 연이은 산행은 생각보다 지치고 힘들었다.
특히 용마산을 오르는 과정에서의 끝이 안 보이는 계단길은 정말 다리가 후들거리는 고난의 구간이었다. 두 개의 산을 넘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용마산 정상에 오르면 완만한 산 능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차산 정상석을 만나기 때문에 실제로는 산 하나 정도를 넘는다고 보면 된다. 용마산 정상에서의 주변 풍경도 좋지만 특히 아차산 쪽에서의 주변 풍경이 매우 훌륭하다.
아차산 정상부에서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일출 풍경이 워낙 멋지기 때문에 이곳은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그렇게 용마산과 아차산을 넘어 산을 내려오면 광나루역에 도착한다. 총 소요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였으며, 이 날은 3코스까지 내리 이어서 걸었다.
3코스는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광진교를 건너 고덕산과 일자산, 성내천을 지나 문정근린공원을 거쳐 탄천을 경유해 수서역에 도착하는 코스로서 난이도 초급에 해당하지만 25.6km의 긴 구간으로서 예상 소요시간도 9시간인 만큼 넉넉한 시간을 갖고 걸어야 한다. 시작 부분인 광진교 위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롯데월드타워가 시원스럽고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광진교를 지나 고덕산에 진입하기까지 다소 무료한 일반 차도 옆길을 걷게 되며, 고덕산과 일자산은 그다지 높지 않은 도심 속 산으로서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 3코스는 한강 다리를 건너고 강길과 숲길, 하천길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서울의 자연경관을 보고 느끼기에 좋은 코스다.
하루 만에 2~3코스까지 두 개의 코스를 16시간 동안 총 38km를 걸었다. 예전 제주올레길 3개의 코스 54km를 걸었던 적이 있다. 그중 20km 정도는 비를 맞으면서 걸었다. 그때의 극한 경험은 필자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한 지속된 트레킹의 습관이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이 날 장시간 강행군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날은 서울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인 4코스 하나가 남은 날이었다. 새벽에 출발해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필자가 버틸 수 있는 임계점 근처에 다다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단 하나의 코스만이 남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일어나 다음날 마지막 트레킹을 시작했다.


풍부한 산림자원과 탁 트인 서울 조망까지
나지막한 3개의 산 넘어 종착지 사당역으로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인 4코스는 수서역에서 출발해 대모산과 구룡산, 우면산을 거쳐 사당역에 도착하는 코스다. 이번 트레킹에서 첫출발지점인 사당역이 이 날은 마지막 도착점이 되는 날이었다.
대모산은 수서역 바로 옆의 산을 오르는 초입이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대모산과 구룡산 역시 그다지 높지 않고 산세도 험하지 않아 부담 없이 구간을 통과하기에 좋다. 본 코스는 대부분 산행코스지만 산림자원이 풍부하고 걷는 내내 구간 곳곳의 서울 조망이 좋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또한 구룡산과 우면산 사이의 여의천이나 양재시민의 숲, 양재천을 경유하는 길 또한 산책로 수준의 걷기 좋은 환경으로써 전반적으로 코스 전체가 기분 좋게 걷기 좋은 길들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의 도착지점인 사당역의 경우도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매우 편리하다.
개인적으로는 우면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강남의 풍경이 아주 멋스럽고 특히 이곳은 야경이 일품이다. 필자의 집에서 가까워 종종 운동 삼아 야경을 보러 오르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항상 기분 좋은 곳이 우면산이다.
4코스의 종착지인 사당역에 도착 후 서울 둘레길 안내센터가 있는 양재 시민의 숲으로 바로 이동해 완주증을 발급받았다. 서울둘레길을 완주하는데 7일이 걸렸으며, 모든 코스를 완주 후 필자의 피부는 흑인이 되었다. 지난 제주올레길 430km 완주 후 오랜만의 장거리 트레킹이었으며,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트레킹이었다. 그리고 산행에 자신이 있고, 걷기에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필자이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서울둘레길을 걷든 제주올레길을 걷든 그 어떤 길을 걷든 코스가 장거리라면 되도록 더운 계절이 아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 자체를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봄이나 가을에 걷기를 권한다. 또한 조바심을 버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되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걷는 과정 자체를 눈과 마음으로 온전히, 천천히 맘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마치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코스들을 빨리 걷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바보 같은 행위다. 그래서 필자도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든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토록 쉼 없이 무리해 가면서 걸었는지, 누구에게 “나 며칠 만에 완주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려고 그렇게 걸었는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한 바퀴 걸어서 완주했다는 것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뿌듯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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