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정서 이용한 감성팔이식 의료개혁은 그만...의료계는 진정 제 밥그릇 챙기기 아닌 대의를 위한 것인가...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교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어
정부, "교수들도 법에 따른 각종 명령의 대상 될 수 있다"

정용일 승인 2024.03.13 15:15 | 최종 수정 2024.03.13 15:36 의견 0
12일 오후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교수들이 긴급 전체 회의를 위해 의과대학 강의실로 모이고 있다. 이날 교수들은 의대 증원과 관련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최근 대한민국의 이슈메이커는 단연 전공의 파업이다. 더욱 큰 문제는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고생을 하면서 일을 하는 전공의들의 꿈은 유능한 전문의가 되어 병원을 차리고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두어달 전 전남의 한 종합병원 병원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병원이 매년 적자 상태이다보니 박디다매로 최대한 많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병원 매출을 올려야하는 상황이다."라고.

맞다. 병원도 많은 환자를 보면서 박리다매로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병원도 하나의 기업이니 망하거나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각자의 운이고 노력인데,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꿈을 망가뜨리고, 다시는 병원을 차리기 어렵게 해놓으면 좌절감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체제가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없다. 외국에 살다온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런 체제를 조심스럽게 전문적으로 잘 다루어 의사의 수도 적정한 선에서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전공의, 의대생들에 이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에게 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박 차관은 "여러분이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들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수님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교수님들이 사직하지 않으시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교수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다. 교수님들께서 현장을 떠나실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의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으로서 의료법을 적용받으므로, '진료유지명령' 등 법에 따른 각종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저녁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을 포함한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들은 온라인 회의를 열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달 15일까지 집단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 역시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비상진료체계 운영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막는 공공의료기관에는 올해 총 948억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예산은 정부의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가 최근 추가로 배정받은 예산이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에 공공병원 총 41곳을 대상으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의료 공백 완화를 위해 진료를 연장하거나 주말, 휴일 진료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에는 예비비 393억원을 지원한다. 이달 중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의사는 월 최대 1천800만원, 간호사는 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문의는 하루 평균 최대 45만원·휴일 최대 90만원, 간호사는 일 최대 15만원의 당직 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환자 입원과 경증환자 외래 수요는 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일부 해소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는 2월 첫 주 대비 3월 첫 주에 7% 늘었고, 이달 12일 기준 입원환자는 지난주보다 1.9% 늘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초·재진 구분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에서 지난달 23∼29일 3만569건이 청구됐는데, 이는 직전 주보다 15.7%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76건을 비대면 진료로 청구했다.

박 차관은 "병원에 확인한 바로는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자가 주된 비대면 진료 이용자"라며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는 데 1∼3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더 많은 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의료취약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평일'에, 의원뿐 아니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가능케 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논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전문의 집단 사직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편에 서든, 의료계 편에 서든 한 가지 확실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바로 의대정원을 한번 늘리면 다시 꺼꾸로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 배출 기간이 15년이 걸리는데, 그 효과를 볼 때까지 기다리려면 최소 20년이 걸린다. 이미 대폭 늘어난 상태가 되어 꺼꾸로는 못갈 것이다. 의대정원을 너무 비약적으로 늘린다면 의료시장을 왜곡하여, 의대정원확대의 목적이 열악한 지역에 병원을 더 유치한다는 목적이었는데, 이것이 거꾸로 작용하여 기존 지역의 필수의료병원을 침식해 들어가서 없애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필수의료병원이 대폭 줄어들면 일반 국민들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소위 말하는 병원 뺑뺑이 도는 것이 일상화되고, 중증/응급/수술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상이 되고, 유튜브 방송에서와 같이 지금 일본처럼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뺑뺑이 돌다가 부지기수로 죽어가는 상황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쉽게 생각하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좀 더 냉철하게 현 의료계를 바라본다면 현재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병원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지 정부에 묻고 싶다. 의사의 수를 너무 늘리면, 그 의사들이 청진기시설의 좀비의사가 되어 필수의료병원을 잠식하여 문을 닫게 할 수도 있지는 않은지 이 또한 정부에 묻고 싶다.

의대증원의 본질은 사실상 의사 수의 절대 부족 문제라기보다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격차와 지방의료의 공백은 아닐런지. 도제시스템으로 인한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체계와 상급병원으로만 몰리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돈이 되는 과로만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되는 필수의료과의 인력부족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런지.

의료개혁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앉아 끝없는 논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강대강 편가르기로, 또는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용일 기자 zzokkoba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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