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으로 다가온 막말과 비방만이 난무하는 3류 총선…정당과 후보자 공약 꼼꼼히 살펴 옥석을 가려내야

민심과 동떨어진 채 기득권에만 올인하는 거대 양당의 진면목 생생히 드러내...
문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수하고 또다시 위성정당 급조하는 꼼수는 그만

정용일 승인 2024.03.11 10:01 | 최종 수정 2024.03.11 10:08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대한민국 총선 과정이 언제나 그러했듯이 역시나 온갖 비방과 잡음이 난무하면서 22대 총선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정치적 측면에서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과 21대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공존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의회 권력을 재편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이 당면한 경제·안보 위기의 해법과 미래 비전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자리라는 좀 더 큰 의미가 있다.

2월 임시국회 개회식 모습


특히 양극단의 구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강하게 작동하는 선거로 평가된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 정치권의 모습에서는 이런 총선의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여야의 지역구 공천은 민심과 동떨어진 채 기득권에만 올인하는 거대 양당의 진면목을 생생히 드러냈다. 저마다 쇄신공천을 다짐했던 여야이지만, 핵심인 주류의 물갈이와 희생은 거의 전무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속칭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친명(친이재명)계 주류가 지역구 대부분을 독식하면서 불공정 공천 논란을 초래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현역·주류 불패' 논란 속에서 현역의원과 친윤(친윤석열)계 상당수가 압도하면서 혁신 공천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진 정치의 척도인 여성 공천 비율은 여야 모두 당초 공언했던 30%에 턱없이 못 미치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20·30세대 청년이 후보로 확정된 경우도 미미하다.

비례대표 공천은 국민의 눈에 더욱 한심해 보인다. 특히 거대양당이 문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고 또다시 꼼수 위성정당을 급조하면서 그 폐단이 심각하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는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위헌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계열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반국가세력에 국회 진출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국민의힘 정책국장을 대표로 세우고 공천관리위원 3명도 국민의힘 측이 겸직하는 등 여당 비대위가 대놓고 공천 전반을 장악했다.

거대 여야가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하면서 정책 논쟁은 아예 실종됐다. 당장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만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생결단식 진영 대결 구도가 고스란히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

벌써부터 '운동권 청산론'과 '정권심판론'의 프레임 대결이 불붙고 있다. 거대 양당을 심판하겠다며 제3지대로 뛰쳐나온 신당 세력도 아직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선택의 날까지 30일이 남아있다. 총선의 승부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저출생·저성장·지방소멸 등의 구조적 위기에다 대외경제·안보 불안까지 겹친 한국을 위기의 늪에서 살려낼 대안을 놓고 여야는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이 공천 잡음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안정적 공천 관리에만 신경 쓰면서 민주당 공천 파동의 반사이익만을 보려는 전략이라면 오판이 될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자당 공천을 두고 잡음은 없지만 쇄신도, 감동도 없는 3무(無) 공천이라는 세간의 비판론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공천은 잡음이 있고 없고가 핵심이 아니다. 얼마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국민에게 쇄신 의지와 신선한 감동을 보여주느냐가 생명이다. 물론 남은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가 대폭 이뤄질 수도 있고, 유권자를 깜짝 놀라게 할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끝까지 보면 많은 쇄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말이 맞는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지만,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영남지역 텃밭에서부터 갈등이 불가피하더라도 국민에게 확실한 변화와 쇄신의 분명한 의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참신한 인재로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혹여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의 교훈을 잊는다면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도 지금부터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 옥석을 가려내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향후 4년간 우리 정치가 새롭게 거듭나느냐, 아니면 퇴행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정용일 기자 zzokkoba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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