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한의학] 음양의 소장평형(消長平衡)

편집부 승인 2024.03.06 15:15 의견 0

[시사의창 2024년 3월호=박현수 칼럼니스트] ‘음양의 소장평형(消長平衡)’이란 음과 양이 끊임없이 소장변화하여 이루는 상대적 평형을 말한다.
처음에는 소장(消長)은 ‘소식(消息)’이라 하였다. 『주역·풍』에서 ‘해가 중천에 뜨면 기울기 마련이고 달도 차면 기우니, 천지의 차고 빔은 시간에 따라 소장한다.’고 한 것과 서한(西漢) 시기 매승(枚乘)의 『칠발(七發)』에서 ‘소식음양(消息陰陽)’이라 한 것이 그 증거이다. 여기서 ‘소(消)’는 사라지거나 감퇴됨을 뜻하고, ‘식(息)’은 번식·생장 즉 번성함을 뜻한다. 즉 소장은 사물의 성쇠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음양소장이란 음양의 성쇠변화를 뜻한다. 음양소장에는 음양 자체의 소장과 음양간의 소장이 포함된다. 음양은 음이나 양 자체 또는 음양 사이의 성쇠변화로써 상대적 평형을 유지한다.

『황제내경』에 ‘음양소장(陰陽消長)’이란 표현이 없지만, 음양소장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적지 않게 논술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귀납된다.
① 음양의 분포는 균일하지 않다. 『소문·천원기대론』에서는 ‘음양의 기는 각각 많고 적음이 있으므로 삼음삼양이라 한다.’고 하였다.
② 인체의 음양 변화는 자연계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영추·근결』에서 ‘자연계의 기후변화에서 추위와 더위는 교체되어 서로 바뀌고, 음기와 양기는 많고 적음이 있다.’고 하였고, 『소문·사기조신대론』에서는 ‘사시 음양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다. 그러므로 옛 성인들은 봄과 여름에는 양을 보양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음을 보양하여 근본적인 자연규율에 순응하였다.’고 하였다.
③ 정상적인 생리상황에서 인체의 음양은 ‘음평양비(陰平陽秘)’의 상대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하지만, 만약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음이나 양 중에서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우월해지면 음양의 음양소장(음平衡)이 깨져 여러 가지 병리상태가 나타난다.

음양의 소장운동은 절대적·항구적인 것으로서, 음양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소장운동의 기본형식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음이나 양 중 어느 한쪽의 소장이다. 예를 들면 『소문·생기통천론』에서 ‘인체의 양기는 낮에는 외부를 주관하는데, 하루 중 새벽에는 양기가 막 생겨나고, 낮이 되면 양기가 왕성해지며,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에는 점차 쇠약해지며 땀구멍도 이를 따라 닫히게 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즉 양기 자체의 소장을 가리킨다.
② 음양 상호간의 소장이다. 즉 양이 생장하면 음은 소멸하기 시작하고, 음이 발생하여 자라면 양은 소멸하게 된다. 이렇듯 한쪽이 소멸하면 다른 한쪽이 생겨나고 한쪽이 생겨나면 다른 한쪽이 소멸하는 것은 음양의 상호제약의 작용이다.
③ 음양의 소장(消長) 중 ‘호장(互長)’ 위주의 운동상태를 가리킨다. 양은 만물의 발생을 주관하는 에너지이고, 음은 만물의 성장과 결실을 주관하는 물질이므로 ‘양생음장(陽生陰長)’이라 한다(『소문·음양응상대론』), 인체의 生·長·壯·老·死 중에서 출생에서 장성까지의 단계, 즉 ‘양생음장’을 위주로 한 음양소장 상태를 가리킨다.
④ 음양의 소장) 중에서 ‘호소(互消)’ 위주의 운동상태를 가리킨다. 즉 『소문·음양응상대론』에서 ‘양살음장(陽殺陰藏)’이라 한 것이다. 인체에 있어서는 장성에서 노쇠하여 죽음에 이르는 단계, 즉 ‘양살음장’을 위주로 한 음양소장 상태를 가리킨다.

음양은 이처럼 끊임없이 소장함으로써 상대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발전 변화한다. 사계절의 기후변화를 예로 들면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옴으로써 추위와 더위가 바뀌는데, 이것이 바로 음양소장의 과정이다. 겨울에서 봄과 여름에 이르기까지 한기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열기는 계속 증가하므로 이를 따라 기후가 변하여 봄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덥다. 또한 여름부터 가을과 겨울에 이르기까지는 열기가 점차 사라지고 한기는 증가하므로 가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추워지는데, 이것이 바로 음양소장(陰陽消長)의 과정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음양의 소장은 사계절의 기후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천지 음양의 소장변화로부터 한열온량(寒熱漂凉)의 기후변화가 생기고, 이로부터 생물이 생(生)·장(長)·화(化)·수(收)·장(藏)하게 하는 추기적 변화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소문·음양응상대론』에서는 ‘하늘에는 무형의 정기(精氣)가 있고 땅에는 유형의 물체가 있으며, 하늘에는 팔기(八紀:八節)가 있고 땅에는 오리(五里:五方)의 구분이 있으니,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다. 맑은 양기는 하늘로 상승하고 탁한 음기는 땅으로 하강한다. 천지의 운동과 정지는 모두 음양의 오묘한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연계 만물의 생·장·화·수·장이 끊임없이 반복·순환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하늘에는 무형의 정미로운 기가 있고, 땅에는 유형의 무겁고 탁한 형체가 있는데, 하늘에는 사립(四立: 입춘·입하·입추·입동), 이분(二分: 춘분·추분), 이지(二至: 동지·하지)가 있어서 여덟 절기로 나뉘고, 땅에는 五方이 있어서 천지음양의 소장(消長) 운동에 의해 1년 중의 24절기가 형성되며, 이와 같이 소장·변화함으로써 만물이 생·장·화·수·장함을 뜻한다.

인체 생리활동의 평형도 역시 음양의 소장 과정이다. 예컨대 기기(氣機)의 승강 출입의 경우 승(升)과 출(出)은 양에 속하고, 강(降)과 입(入)은 음에 속한다. 이들은 소장(消長)의 관계로서 상대적인 평형상태가 유지된다.
인체의 물질과 기능을 상대적으로 말하면 물질은 음에 속하고 기능은 양에 속한다.
기능이 극렬해지면 물질이 과도하게 에너지로 변해 물질이 소모되는데, 이것이 ‘양장음소(陽長陽陰)’의 표현이다. 물질이 화생하려면 반드시 일정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것이 바로 ‘음장양소(陰長陽消)’이다.
인체의 생명은 음양의 소장운동으로 상대적 평형을 유지한다. 음양설은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음평양비(陰平陽秘)’, ‘음양균평(陰陽均平)’이라는 기본개념으로 개괄하였다. 만약 어떤 요인으로 인하여 인체의 음양소장(陰陽消長)이 균형을 잃으면 상대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음양의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성하거나 쇠하여 질병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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