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인문학] 기억의 색, 향기의 색

편집부 승인 2024.03.06 15:10 의견 0

[시사의창 2024년 3월호=김향란 칼럼니스트] 에나가 타미오의 책 [색채 기억]은 색으로 풀어본 마음의 여행이라는 부제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색채 기억을 통해 색과 마음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치유로까지 확장하여 색을 통한 심리연구로까지 연결하고 있다. 그의 책 서두에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오는 구절의 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시작하는데, “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문 순간, 나는 내 몸에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떨었다..... 이제야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콩브레의 모든 일들이 뚜렷한 형태로 내 찻잔에서 배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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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마들렌은 향기와 기억이라는 시간의 복잡성을 나타내고 있다. 색채는 하나의 감정에 다른 감정을 동시에 수반하는 공감각적인 작용을 하고, 이는 시각적, 후각적인 정보가 뇌로 전달되어 측두엽에서 두 개의 감정을 동시에 일으키는 것으로 느껴진다.
과거에 경험한 특정한 냄새, 맛, 소리 등의 자극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강렬하게 되살아나는,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평소 잊고 있었던 과거의 어느 순간이 일상의 물건으로 기억의 퍼즐을 완성하는 이를 통해 프루스트는 기억과 시간의 관계, 미묘한 자극이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지에 대한 심리에 집중한다.
인간의 기억 재생 시스템은 후각과 연결하였을 때 더욱 잘 떠올린다는 사실을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헤르츠(Rachel Herz) 박사팀에 의해 증명되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냄새를 맡게 했을 때가 사진만을 단독으로 보여줄 때보다 과거의 느낌을 훨씬 잘 떠올린다는 사실이다.
측두엽은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고, 향기는 연결된 기억을 통해서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게 되는 원리다.
사랑하는 연인의 향이 오래 남아, 헤어진 이후에도 같은 향을 맡았을 때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이러한 측두엽의 일부 작용 때문에서 연유된다.
이는 자발적으로 내가 애써 기억하려고 했던 기억들이 아닌, 비자발적으로 저장된 기억들임을 전남대학교 류재한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언급한다(프루스트의 마들렌”(Madeleine de Proust)과 감성마케팅의 관계 고찰, 2023.4 93 – 121,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여름철 포슬하게 올라오는 복숭아털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경험 그리고 탐스러운 핑크빛의 잘익은 복숭아색은 이제 막 돌이 된, 아니 그보다 어린 아기의 엉덩이의 부드러운 촉감과 베이비파우더 향기로 연동되는 경험들은 많은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기억일 게다.
무의식적인 경험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고, 이런 비자발적인 기억의 연동으로 인해 행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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