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창] 영화 ‘리멤버’를 통해 느낀 한국의 아픈 역사, 그리고 필자의 생각

편집부 승인 2024.03.06 14:53 의견 0
영화<리멤버> 포스터


[시사의창 2024년 3월호=의향도 웹소설 작가] 들어가며
얼마 전에는 삼일절이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삼일절은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일본의 식민통치 관련한 국경일로는 삼일절과 광복절이 있다. 그만큼 일본의 식민통치는 한국에게는 흑역사이면서도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일관계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풀리지 않은 미완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영화 ‘리멤버’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었다. 다만 일본인보다는, 과거 친일행각을 했던 인물들이 주로 다루어진다. 그리고 그런 과거 친일파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한 바 있던, 시인 하상욱은 ‘좋은 일본인은 있어도 좋은 친일파는 없다’는 말을 했었고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그만큼 친일파에 대한 국민정서는 절대 좋을 수가 없고, 여전히 척결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척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영화 ‘리멤버’에서는 친일파에 대한 복수극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느낀 필자의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영화 <리멤버> 속 장면


살펴보기
영화 ‘리멤버’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등을 만든 이일형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로는 이성민, 남주혁 등이 출연하였다.
이성민과 남주혁의 연기호흡이 일품이었고,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가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평생을 준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2020년에 촬영하여 2022년 10월에 개봉한 영화로 관객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촬영과 개봉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관객수만으로 영화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이 영화를 매우 의미있게 봤다.
비록 개봉한지 1년 이상 지난 영화이지만, 친일파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삼일절이 포함된 2024년 3월호에 다루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선정해 봤다.
그러면, 이제부터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 대사 등을 살펴보며 필자의 생각을 공유해보겠다.

①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자들을 척살할 것입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서빙 직원으로 일한 80대 노인이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고, 젊은이들과 게임 이야기를 할 정도로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인물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였지만 누구보다 젊고 긍정적으로 살던 도중,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수십년을 준비해온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결심한다.
영화 속에서 비춰진 그의 집에는 엄청난 양의 프로파일링 자료들이 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어 자신의 독백을 녹화하기 시작한다. 그의 독백 내용은 이렇다.
“내 이름은 한필주, 뇌종양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을 기록하기 위하여 이 테이프를 남깁니다. 저희 아버지는 누명을 쓰고 일본 순사들에게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사망하였고, 그로 인하여 저희 어머니는 광인이 되어 삶을 마감했습니다. 제 친형은 친구의 말에 속아 강제징용되어 지하 탄광에서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던 제 누이는 일본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자들을 척살할 것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인공 한필주(이성민)의 복수는 시작된다.

영화 <리멤버> 속 장면


② 첫 번째 복수
필주는 어느 종합병원으로 가서 CCTV의 사각지대를 확보한다. 미리 조사해놓은 직원 통로를 통해 첫 번째 원수, 대기업 회장 정백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계획대로 VIP 병실에 들어가 수십년을 기다려온 원수를 마주하며 이렇게 말한다.
“기억하기에는 세월이 많이 흘렀지? 내 아버지는 양주에서 신망 받는 지주였다. 소작농이었던 너는 우리 아버지를 좌익으로 몰아 감옥에 보내고 모든 재산을 빼앗았지. 넌 그런 아버지를 잔인하게 때려 죽였다. 내가 보는 앞에서”
그의 죄를 조목조목 말해준 뒤 필주는 자신의 원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백진이 이제 자네가 죽어줘야겠네” 그리고 필주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③ 두 번째 복수
필주의 두 번째 원수는 여전히 학계에 영향력 있는 대학교수로서 현재도 대중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었다. 그의 강연내용은 이러했다.
“일본에 의해 근대화된 대만은 지금도 일본에게 고마워하고 친밀하게 지내는데 우리는 강제징용이다 위안부다 하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일본과 전쟁을 하고 있어요. 노인들의 복수를 위해 지금의 젊은이들을 희생시킬 겁니까? 과거에 사로잡힌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습니다”
필주는 그에 대한 경호가 허술해지는 시각, 그에게 접근하여 말한다. “너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죽마고우였던 친구를 일본놈들에게 팔아 넘겼다. 돈 몇푼에 눈이 멀어서. 야나가와 유스케!”
필주는 마지막으로 그의 일본 이름을 부른 후 척살에 성공한다.

④ 세 번째 복수
필주는 세 번째 복수를 위한 장소에 간다. 어느 행사장에서 홀로 일어나 화약으로 연막을 피워대고 세 번째 복수대상에게 향한다. 필주의 세 번째 복수대상은 일본인이었다. 전직 일본 자위대 헌병대장이었으며 현재는 일본의 어느 대기업 상임고문인 토조 히사시. 멸망한지 80년 가까이 된 일본제국을 마치 실존하듯이 말하거나 자신을 대일본제국의 심장부라고 말하는 등 매우 극우적인 모습을 보인다.
결국 필주는 경찰들의 눈을 피해 그를 척살하는 데도 성공한다.

⑤ 네 번째 복수
필주의 네 번째 복수의 대상은 김치덕 장군이라는 인물이다. 김치덕은 과거 반도청년정신대의 대장으로 활동했던 친일파로, 종군 위안부를 여성 노동이라 속여 수많은 조선인 여자들을 모집했고, 그 중에는 필주의 누나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 김치덕은 한국의 전설적인 전쟁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어느 공공시설에 그의 동상이 제막되려고 까지 한다. 필주는 김치덕의 동상 제막식에 찾아가 총을 들이밀며 “니가 어떤 인간인지 여기있는 사람들에게 말해라”라고 그에게 명령했고, 김치덕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친일 활동을 토로한 뒤 한필주에게 “그래 한필주, 나는 친일파다.”라고 소리친다.
필주는 치덕의 손녀를 가리키며 “저 아이가 잘못된 세상에서 살지 않기 위해 죽음으로 사죄해라”고 말한 뒤 치덕의 머리에 총을 쏴 죽이게 된다.

영화 <리멤버> 속 장면


필자의 생각 – 잊어서는 안된다
① 안타까운 현실

영화에서 필주가 정한 복수의 대상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충분히 있을 법한 유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민족의 사람들을 속이거나 허위로 고발하여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일제에 충성한 대가로 높은 자리를 받거나 재산을 불리며 같은 민족 사람의 불행을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삼았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해방 이후에도 성공한 기업가, 교수, 심지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 또는 애국자 등으로 포장되어 아직도 나라의 상류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면, 해방 이후 그에 따른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기에 지금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복수를 명분으로 살인을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살인이 왠지 모르게 그렇게까지 나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친일파들에 대한 응징은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일이었고, 오죽하면 이런 영화가 나왔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잘 살고 있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왜 우리는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나’는 말이 나오곤 한다.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밤새 이야기해도 부족할 것이다. 혹자들은 해방 이후 미군정으로 인해 우리의 독자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도 하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태도도 미온적이었다고도 하며, 6.25전쟁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고도 한다.
어쨌든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대독협력자 청산과는 많이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공식적인 사법기관에 의해 형을 선고받은 사람만 15만 8천명이라고 한다. 그 중 최고재판소 또는 일반법원을 통한 사형판결 6,800명, 종신강제노동형 2,777명, 유기강제노동형 1만434명, 유기징역형 2만 6,529명에 공민권박탈형 3,678명 등이었다고 한다.
물론 프랑스의 사례와 우리의 사례를 동일한 잣대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제강점기는 나치의 프랑스 점령보다 기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에 쉽게 사실확인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인원의 규모상 프랑스처럼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으며, 6.25전쟁 등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도 프랑스의 사례와는 달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친일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응징과 대가 없이, 오히려 독립운동했던 사람들보다 사회의 지도부에 많이 포진되어 있으며 자손들까지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임에 틀림 없다.

영화 <리멤버> 속 장면


② 지금도 해야만 하는 일
해방으로부터 70년이 넘게 지난 현재, 친일파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참이나 지난 일이니 과거사를 바로잡는 문제를 마냥 손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가 힘이 없을 때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 등으로 인생을 망치거나 몸과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처럼 그저 지나간 과거니까 이러한 것들을 거론하는 자체를 마치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치부하거나, 일본으로 인해 지금처럼 잘살게 되었다고 떠들면서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떠드는 것은 당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사실상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신의관계는 상호작용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국민들에 대한 신의와 의리를 지킬 때 국민들도 국가를 믿고 국가를 위해 소임을 다할 것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는 일본에 대해, 그저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가야 하는 이웃이라고만 규정하며 우리가 앞장서서 과거의 일을 덮으려고만 한다면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③ 복수하는 방법 – 강해져야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한석규)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너 진짜 복수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네가 그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거야. 널 무시하고 널 차별하고 널 걸러내고 떠들어대던 편견과 우려가 얼마나 개소리였는지, 네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는 거야”라는 대사였다. 즉, 그들보다 잘되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말이다.
물론 앞의 대사는 인간관계에 관한 말이었지만 이 말은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복수는 일본보다 우리의 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전세계 GDP 순위 12위를 기록하였다. 유럽의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등보다 높은 수치이다. 게다가 2024년에 발표된 군사력은 세계 5위이다. 6위는 영국, 7위는 일본이다. 일본이 7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군사력은 일본보다 수치상 두계단이나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 이 정도 수치에서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불과 70여년 전만 해도 지도에서 사라져 있던, 게다가 6.25전쟁까지 치르며 가난에 허덕이던 국가가 이룬 성과라고 하기에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이 일본 덕분에 잘 살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논리에 대한 충분한 반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빠른 성장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충분히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스스로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K팝이나 K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것을 감안하면 문화예술적인 재능과 소양도 세계최고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는 한국과 일본이 극심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혹자들은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그르친다고도 했고, 아직도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측면에서 생각을 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력을 갖추고, 세계 5~6위권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으니 일본과의 대립관계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이다. 한국이 일본과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이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지 않은 채 대체로 중립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우리가 그만큼 강대국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억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경제력, 더 나은 군사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한일관계의 주도권은 점점 우리에게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국민들의 노력이 모여서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고 부강한 나라가 되면 과거처럼 힘없이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화 속 한 친일파는 ‘과거에 사로잡힌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그와 반대로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에 얽매이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거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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