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충돌설...전황 고전 속 내분까지?

젤렌스키, 군 지휘관들을 향해 "내일 정치나 선거를 할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전쟁에 임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

김성민기자 승인 2024.01.31 14:09 의견 0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2년 가까이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차기 권력투쟁 성격의 내분에 휩싸였다는 보도가 나와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사퇴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두 사람의 정치적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X
독일 미군기지 깜짝 방문한 젤렌스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유럽·아프리카군 사령부가 있는 독일 비스바덴 미군기지를 방문해 사령관들과 함께 걷고 있다. 비스바덴 미군기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조율을 위한 센터를 설치하려 했던 곳이다. (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

이에 대해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가까운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는 "이들 사이에는 근본적인 문제는 없지만, 대통령실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군사적 발언이 아닌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상황을 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론과 국제사회 반응을 살펴본 후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축출되면 후임으로 군 정보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이 유력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작년 9월 경질된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X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대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경우 현 대통령의 강력한 맞수로 평가되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어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정계 입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비공식 페이스북 게시물엔 정치에 뜻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잠재적 라이벌인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경계심이 충돌설의 진원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계엄령으로 모든 선거가 유예된 상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3월 대선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은 그의 통치 능력 입증을 위해 예정대로 선거를 치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군 지휘관들을 향해 "내일 정치나 선거를 할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전쟁에 임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대선 결선 투표를 하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오리시아 루체비치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설에 대해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단결을 내부에서부터 흔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고려할 때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공격은 적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