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타파(제주는 왜 국민 밉상이 되었나...)] 치솟는 물가, 추락하는 부동산, ‘바가지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외면 받는 제주... WHY?

자연적 경관 외 관광콘텐츠 부족이 드러낸 한계...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책 수립해야

편집부 승인 2023.12.07 15:15 | 최종 수정 2024.04.22 15:59 의견 0

“가게 오픈 1시간 후 드디어 손님이 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올 것 같다. 하지만 그 첫 손님이 마지막 손님이었다. 제주에 사람이 없다. 그냥 없다. 계속 없다. 참 힘든 10월이었다...” 제주 월정리해변에서 라면가게를 운영하는 어느 업주의 한 숨 섞인 말이다. 지금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한 업주의 모습만 보고 제주 전체의 모습으로 일반화시킬 순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지금 제주의 분위기가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제주도 여행 갈 돈이면 차라리 동남아나 일본으로 가는 게 훨씬 낫다.”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조롱 섞인 말은 제주에서 장사를 하는 상공인들의 입장에서 절대 달갑지 않은 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버린 제주에 대한 인식을 다시 바꾸기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쩌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휴양지 제주도가 이런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제주도의 고물가를 그 예로 들지만 어디 유명 관광지들 중 물가 비싼 곳이 제주도뿐이란 말인가. 또 비싸면 대체 얼마나 비싸기에 이리도 제주도가 욕을 먹는 것일까...


[시사의창 12월호=정용일 기자] 대한민국의 대체불가 선호도 1위였던 제주. 제주 관광산업은 1960년을 전후해 관광에 필요한 교통과 숙박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태동했다. 1955년 4월 제주에 최초의 여행알선업인 ‘제주관광안내소’가 설립된 데 이어 제주∼서울을 1일 1회 운항하는 정기 항공노선이 개설되고 제주∼목포 또는 제주∼부산 정기여객선이 차례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관광호텔로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30실 규모의 제주관광호텔이 문을 열었다. 초기 제주 관광 정책은 모든 게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는 1966년 '국토건설종합계획법'에 따라 제주 전역을 지금처럼 ‘특정지역’으로 지정, 제주 관광지를 정비·개발했다. 이어 제주 관광개발은 중문관광단지와 관광지구, 도립공원 등을 개발하는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목표 기간 1973∼1981년)을 수립하면서 본격화했다.

전국 휴가지 만족도 조사 부동의 1위에서 4위로 추락
63년 동안 이어진 ‘개발’ vs ‘보전’ 갈등은 지금도 ing
항상 지적되어 온 제주의 고물가... 모두가 그렇진 않다
제주의 막대한 관광개발 혜택이 도민에게 돌아갔을까?
잠시 멈춘 후 쉼의 시간을 갖고 재정비를 할 필요가...


그러나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제주 관광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들어와 대외경쟁력이 더욱 급격히 약화했다. 21세기 개방화·세계화 물결 속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었다.
제주를 동북아의 거점 관광휴양도시로 육성하고,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더욱 확장된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도는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 확대를 꾀했고, 관광개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제주의 관광산업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개발되기 전 제주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제주의 모습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놀라움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게 개발과 발전을 거듭한 제주가 요즘 비난의 대상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의 제주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1963년 제주도관광호텔 개장식


팬데믹 기간 제대로 호황을 누렸던 제주가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상을 회복한 상황에서 그동안 억눌려있던 여행욕구가 폭발하면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수가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동안 대한민국 인기 여행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며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넘쳐났던 제주가 요즘 한산하기 그지없다.
제주 관광업계는 팬데믹(대유행) 기간 해외여행의 까다로운 제한으로 인해 국내에서 여행 욕구를 해결하려는 여행객들이 대폭 늘면서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렸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무려 1,381만 1,068명으로, 현지 관광이 본격화된 1962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호텔 등 숙박업소부터 렌터카, 식당, 골프장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폭리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법이라 하지만 제주관광에 소비되는 전체적인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이다. 이에 국내 여행객들의 불만과 비판이 이어졌고, ‘제주는 바가지물가다’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가는 양상이다. 그렇게 호황기를 누리던 제주 관광업계가 불과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때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던 제주. 제주국제공항이 가득찬 여행객들로 붐비던 모습.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68만 8,554명(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1만 792명보다 5.9%(42만 2,238명)가 줄어들었다. 성수기인 7·8월 방문객도 9.2% 줄었으며, 특급호텔 객실 가동률 역시 20% 급감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해외여행이 재개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제주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혀를 내두를만한 고물가를 꼽을 수 있다.
이렇듯 제주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물가에 등을 돌린 여행객들이 여행지 선정을 두고 고민하는 사이 여행사들이 앞 다퉈 해외여행 특가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동남아와 일본 등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제주의 관광산업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전체 방일 외국인 중 약 30%(260만명)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항공료와 현지 숙박 및 외식 등의 여행비용이 제주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며, 원·엔 환율이 870원을 하회하는 슈퍼엔저 상황에 지난달 일본으로 여행을 간 한국 여행객들의 수는 전년대비 3배나 폭증했다.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제주 관광산업에 좋을 리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만하다.

78월 성수기 쪼그라든 제주 방문객 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들일 콘텐츠 필요
제주 높은 물가 잡으려는 노력↓ 국민들 불만은↑

지난 26일 오후 2시 기자가 방문했던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내국인 면세점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맴돌았다. 썰렁한 매장 내부를 둘러보던 몇몇 여행객들은 어색하리만치 텅 빈 풍경에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러한 풍경만 보더라도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달라진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항공사들 역시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운항 편수를 늘리고자 함이 당연하고, 운항 가능한 항공기의 수는 제한되어 있으니 당연히 국내 운항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약 4.2%(2,400편) 정도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항공운임을 제주와 가까운 일본을 비교할 때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일본의 경우 골프 비용이 제주보다 저렴해 중장년 골프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이나 동남아로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 골프 관광객들의 경우 약 35%가 급감했다. 결국 제주도가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여행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와 제주도의 높은 물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시 애월 카페거리에 있는 주요 카페의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7,00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4,500원)보다 55.5% 비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7월 제주도에선 칼국수가 1인분에 평균 975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16만명 이상 늘어나긴 했으나, 한국인 관광객이 40만명 이상 줄어들면서 도내 각종 관광 관련 지표는 급격히 나빠지는 추세다.
제주의 관광업계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여행객들을 다시 유인하려면 수려한 자연경관에만 의존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으며, 현 체계를 고치고 취약한 관광콘텐츠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엔저 현상이 해결되더라도 여행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기에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MZ세대를 끌어들일 대형 쇼핑몰 같은 콘텐츠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서울의 인기 관광지 10곳을 집계한 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대기업 유통업체 점포 6곳이 포함됐으며, 제주에서는 이마트 서귀포점이 19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쇼핑시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관광객이 현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 제주 관광산업도 활기를 띨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이 없는 제주의 경우 7월 기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지출한 총비용 가운데 쇼핑에 쓴 금액 비중은 23.3%에 불과했다. 서울(33.6%)이나 부산(40.1%)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쇼핑시설 부족은 재방문율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재방문율(최근 3년간 제주도를 2회 이상 방문한 관광객 비율)은 74.8%로 전년 대비 7.4%포인트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침체된 제주 관광산업이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제주 관광의 큰 손은 국내 여행객들과 더불어 바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游客)이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사실상 해제된 상황에서 제주 관광업계는 침체되어 가는 상황을 유커가 타개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제주의 높은 물가는 해외여행객 유입에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료와 숙박 및 음식 등 제주 관광 전반에 걸쳐 높게 형성된 물가가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주변국 일본이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등과 비교해 제주 관광이 유커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현 고물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한한령 이전인 지난 2016년 한국의 4박5일 패키지 최저가가 35만원이었으나, 최근 중국 온라인 여행사 등지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구성의 패키지여행 판매가가 3배인 100만원에 달한다. 지난 7~8년 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유커들이 느끼기에 지나치게 높은 금액일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항공료나 숙박비, 차량 렌트비, 골프 이용권 등 제주에서의 체류 시 발생하는 전반적인 가격들을 내리지 않는 이상 돌파구는 없어 보이며, 제주의 높은 물가를 잡을 노력 자체가 보이지 않고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제주 관광산업은 먹구름만 가득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주만이 갖춘 수려한 자연경관에 더해 관광콘텐츠 개발 등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자구책을 내놓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다시 발돋움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제주의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우도의 한 카페에 갈려 있는 재미있는 글구가 눈에 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
인스타 홍보용 식당만 찾는 MZ세대들

제주 애월읍 ‘애월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주환 씨(46). 그는 요즘 지난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당시의 불황보다 요즘 더 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수많은 내국인들이 제주를 찾았고, 가뜩이나 높았던 물가는 더욱 치솟기만 했다. 그런 과정에서 국내 관광객들 사이에 “‘제주의 미친 물가’ 때문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굳어진 것이다. 이 여파는 반토막이 나버린 매출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여름 휴가철인 7~8월 매출을 정산해보니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는 김씨는 “관광객들의 제주에 대한 불신과 나쁜 인식이 언제 바뀔지 그저 앞이 막막한 상황이다”라며 “역대급 엔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제주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은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제주는 바가지’라는 비판에 편승해서 무작정 욕을 하고 비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유인 즉 현재 제주에서 이름 좀 알려졌다 하는 식당이나 카페들 중 상당수가 외지 사람들의 자본에 의해 외지인들이 운영되는 곳이다.
이들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특히나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 겉모습만 그럴듯해 보이면 홍보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 단적인 예로 굳이 전국 팔도에서 맛볼 수 있는 흑돼지를 굳이 값비싼 식당까지 검색해서 찾아가 먹고 멋지게 인증사진 한 장 찍은 후 #제주흑돼지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린다. 뭐 제주에서 먹는 흑돼지 맛이 서울에서 먹는 그 맛과 별반 차이도 없는데 말이다.
제주에 정착한지 10년이 넘었다는 한 도민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주도 식당들이 모두 바가지 바가지 하는데 제주 현지인들이 다니는 식당도 보통 1인분(200g) 기준 2만원 정도가 평균 가격이다. 도대체 어디서 어떤 흑돼지를 먹었길래 그렇게 바가지 타령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며 제주의 바가지 물가 인식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제주의 식도락 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증사진이 있으니 바로 길고 굵직한 생갈치 조림이다. 이러한 생갈치는 제주뿐만이 아닌 전국 어딜 가도 다 비싸다. 동네 오일장에 가도 비싸서 쉽게 사먹을 수 없는 것인데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식당의 가격이야 오죽하겠냔 말이다.

제주 식당의 바가지 논란에서 단골 메뉴로 거론되는 제주은갈치 상차림.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값비싼 생갈치 조림도 멋진 인증사진 하나 올리는 맛에 사먹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관광을 즐기며 맛있는 식사 한 끼 하고자 들렀다 입이 쩍 벌어지는 가격에 기분이 상한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다. 중요한건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적인 식당들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식당들도 매우 많다.
제주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다는 또 다른 도민은 “동남아도 본인들이 가는 블로그 맛집에 가면 그 나라의 물가 대비 비싼 수준이며, 바다가 보이고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이나 위치 등 그런 곳에 가면 다른 곳보다 비싼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도민은 “어딜 가든 좋고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관광지 물가를 내야지 대체 뭘 얼마나 기대하는 것이냐. 어느 식당이든 버젓이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억지로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찾아 와서 가격표 확인 후 먹었으면서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며 “마음에 안 들면 안 먹고 안 가면 그만이다. 수요가 줄면 자연스레 가격은 내려가게 되어 있고, 수요가 몰리면 자연스레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 법칙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타 도시들에 비해 유독 제주의 고물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올해 여름 휴가지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의 고물가 문제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이번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이 1위를 차지했고 2016년 조사 시작 이래 부동의 1위이던 제주도는 강원·전남에도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를 시행해 전국 광역시도별(세종시 제외)로 비교하고 있다.
세부 비교 항목은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 5개(쉴거리,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와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 5개(청결·위생, 편의시설, 물가·상도의, 안전·치안, 교통)이다.
제주도는 총점 1천점 만점에서 723점을 얻어 지난해 757점에 비해 34점 하락했다. 부산은 736점, 강원 735점, 전남 724점 등으로 제주보다 총점이 앞섰다. 이어 경남 721점, 경북 717점, 서울 707점, 전북 697점 순이다. 제주는 지난해 ‘고물가 논란’으로 점수가 23점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번 조사에서 제주의 경우 먹거리와 쉴 거리 점수가 낮아졌고 물가와 상도의 평가가 전국 최하위로 떨어져 고물가 논란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제주에서 사시사철 멋진 노을을 감상하기 좋아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도담무지개해안도로의 일몰.


성수기라 하더라도 적정선은 넘지 말아야...
“일부러 바가지를 쓰러 가는 여행객 없다”

대한민국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을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속초, 강릉, 여수, 부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도시들의 숙박시설이나 유명 식당들의 가격대를 보면 제주도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결론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가 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들 도시들보다 좀 더 비쌀 수는 있다.
11월 단풍철에 경주에 있는 3성급 호텔의 경우 1박에 20만원대로 예약이 가능하다. 평상시라면 7만원 정도면 가능하니 성수기의 경우 3배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 제주의 경우 3성급 호텔의 경우 여름 휴가철이라면 경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성수기에 유명 관광지는 예외 없이 바가지요금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유독 사람들은 제주의 물가를 두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둘째치고라도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관광지라는 인식이 박힌 상황에서 이를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제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고물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말이다.
전국의 수많은 관광지들이 특히나 성수기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값비싼 요금을 받는 것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왜 유독 제주만을 콕 집어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지 겸허하게 분석하고 제주 관광의 개선을 위해 어떤 혁신을 해야 할지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갈하고 예쁘게 잘 차려진 상차림과 창가 너머로 시원스레 펼쳐진 파란 제주바다의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인스타용 사진 한 장은 그 한 끼 식사의 가격이 얼마가 되더라도 불만스럽지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여행 중 그저 맛있는 식사 한 끼 먹기 위해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식당을 방문하는 그 목적이 전자인지 후자인지에 따라 그 식당의 가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기분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누가 방문하더라도 기분상하지 않는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식당이든, 숙박업소이든, 렌터카이든 무엇이 됐든 제주 여행에서 소비되는 그 모든 요소들에서 말이다.
그 누구도 일부러 바가지를 쓰러 여행을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으러 간 그 곳에 상술이 가득한 상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어 여행객들은 선택지가 없이 부득이하게 바가지를 쓰는 것뿐이다. 좋은 곳, 유명한 곳에는 어김없이 이러한 지나친 상술이 판을 치는 행위가 항상 존재한다. 그걸 지례 짐작하면서도 사람들은 가서 당하고 기분이 상하고 여행을 망치곤 한다. 이러한 상황은 항상 무한 반복된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보다 기분 좋은 여행을 원한다면 해당 지역의 영업주들이 바뀌기 전에 스스로 생각의 전환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합당한 선제적 방어에 의한 여행계획을 세움으로써 스트레스 없는 좀 더 멋지고 즐겁고 유쾌한 여행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가 극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솟기만 하는 제주 물가... 추락하는 부동산
이제 더 이상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천장이 없는 듯 무섭게 치솟기만 하는 제주의 높은 물가처럼 제주의 땅값 역시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 왔다. 지난 2016년 제주의 땅값은 전년 대비 무려 28% 가까이 치솟았다. 말 그대로 폭등 수준이었으며, 상승률은 당연히 압도적으로 전국 최고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개별공시지가라는 점이다. 실거래 가격은 그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그 당시 2년 새 무려 40%라는 경이로운 수준의 폭등세를 보이는 등 제주의 부동산 시장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던 시기였다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시기에도 제주에선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으니 당시의 열기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제주 이주 열풍은 가히 광풍 수준이었다. 10년 만에 인구 10만명이 증가할 정도였으니 그 열기를 짐작케 한다. 당연히 부동산 수요도 급증했으며 그러한 열기는 고스란히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천장을 뚫고 치솟던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올해 전국 평균(-5.73%)보다도 낮은 전년 대비 –7.06%로 떨어졌다. 도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마다 무더기 청약 미달 사태는 물론 준공후 미분양도 증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제주로 이주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제주를 떠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부동산’이다. 입지가 좋은 카페나 식당의 경우 연세로 4,000만~5,000만원은 줘야 임대가 가능하지만 이처럼 서울보다도 높은 연세와 임대료로 제주 지역의 낮은 임금과 가게 수익으로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이주 열풍이 식으면서 과거에는 매물이 나오면 무섭게 팔리던 부동산도 이제는 매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각종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 매물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제주의 비정상적이게 높은 매매가격과 요즘처럼 높은 고금리 상황에서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요즘처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대에서 제주의 부동산시장 추락이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제주의 관광산업이 무너지면 제주가 망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관광산업이 무너진다면 정말 제주는 망할까?
제주에 들어온 거대한 자본들은 조용한 섬 제주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유명 관광지의 상징과도 같은 대형 면세점과 호텔,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어김없이 수많은 식당들과 카페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새로 오픈했다.
겉으로 보기엔 제주의 관광산업이 화려해 보이지만 현재 제주는 전국에서 평균 임금이 가장 낮고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제주 관광산업의 수입 절반은 신라·롯데·JDC3 등 면세점에서 나오며, 이렇게 막대한 수입은 주로 본사로 가며 정작 제주에는 거의 남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다른 사설 관광지나 대규모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수입 역시 그 관광수입이 대부분 서울의 본사로 송금된다.

보트를 탄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주상절리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민 제1의 소득원은 무엇일까? 그렇다 예상한대로 여전히 감귤이다. 이렇게 감귤농사 외에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제주도민의 소득과 고용은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이름을 날렸던 제주지만 정작 전국 최하위의 평균임금과 가장 높은 비정규직 비율만 보더라도 제주의 관광산업 및 관광개발의 혜택이 도민들에게 돌아갔다고 말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제주가 관광산업과 별개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제주도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자본으로 2차 산업인 농수축산 가공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자연스레 관광까지 어우러진다면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 관광개발의 수혜자들과 지역개발을 주도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제주가 제주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지금의 모습에서 일단 잠시 멈춘 후 쉼의 시간을 갖고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관광도시로써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라면 많은 생각과 많은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되는 요즘이다.
현시점에서 제주가 수용 가능한 총량과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과제를 지난 20년 가까이 반복해서 외쳐왔지만, 누구도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만 낳았다.
돌·바람·여자가 많던 제주도가 쓰레기·사람·자동차로 넘쳐나는 신 삼다도(三多島)로 변하고 있다는 관광객의 푸념 섞인 목소리에 더해 ‘제주는 곧 바가지다’라는 인식의 고착화까지, 제주가 위태롭다. 제주에 대한 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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