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의 '충격적 총기난사'... 하지만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은 이유, 불특정다수를 향한 흉악범죄에 안전한 나라는 없다

공포탄만 쏠 수 있도록 설계된 총기, 실탄을 장착할 수 있게 개조 후 범행
태국 경찰청 "소년은 현재 정신병을 앓고 있다" 밝혀...처벌 수위 어떻게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흉악범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정용일 승인 2023.10.05 14:04 | 최종 수정 2023.10.05 22:55 의견 0

방콕 쇼핑의 메카 '시암'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
총기소지에 대한 규제 없다면 뾰족한 대책 없는 현실
어둡고 인적 드문 골목길 피하고 스스로 안전 챙겨야
여행 중 지나친 경계, 불필요한 불안감 가질 필요 없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도시의 중심가에서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번화한 곳에서 이런 사건이?", "아니 어떻게 사람들이 몰리는 중심가 한복판에서 이런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 수 있나..."라는 등의 의문을 던지곤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고 싶다. "한적한 장소가 아닌 대도시나 번화가의 중심에는 언제 벌어질지 모를 흉악범죄에 대비한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나요?" 라고 말이다.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다. 세게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또는 그 누군가에게, 그 어떤 국가나 단체에게 그러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것일까. 그 자체가 참으로 난센스가 아닐까?

지난 분당 서현동 쇼핑몰의 흉기난동 사건이나 이번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 총기난사 사건이나 모두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는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한 사람이 때와 장소를 가릴리는 만무하다. 단지 그 범행이 자행된 장소가 번화가, 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놀랄 일은 아니란 말이다. 그 누구도 갑작스러운 이러한 흉악범죄를 사전에 막지는 못할 것 같아 보인다. 해당 국가나 경찰당국을 무작정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태국만 보더라도 태국 정부나 경찰당국에 책임을 묻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단지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총기관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나 시스템구축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사회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분류해 보다 체계적인 관심과 관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편집자주]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께 태국 방콕의 한 유명 쇼핑몰인 시암파라곤에서 총기를 난사해 7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의 나이가 14살 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방콕의 대형 쇼핑몰인 '시암파라곤'에서 총기를 난사 후 투입된 특공대원들에게 체포된 14세 용의자

10대 용의자가 공포탄 전용 총기를 개조해 범행에 이용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용의자가 공포탄만 쏠 수 있도록 설계된 총기를 개조, 실탄을 장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경찰청은 사건 직후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한 뒤 이 14세 소년은 현재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밝히며, 해당 청소년은 사건 당일 처방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태국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용의자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향해 총을 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면서 "부모와도 이야기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에라완 응급 의료센터는 이날 오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중국인 1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쳤는데 부상자 중 5명은 상태가 위중하다고 밝힌 반면, AP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인과 미얀마인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총격 신고가 들어오자 현장에 특공대원들을 급파해 용의자를 체포한 뒤 총기 소지 경위 및 범행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태국은 총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작년 10월 6일에도 전직 경찰인 빤야 캄랍(당시 34세)이 어린이집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24명과 교사 등 성인 1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외신들도 집중 조명을 한 대형 사건이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태국의 수도이자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몰리는 방콕 중에서도 쇼핑의 메카라 불리는 시암 지역에서 핵심 건물로 꼽히는 럭셔리한 대형 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충격이 더욱 커 보이는 것 같다. 이 지역에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암파라곤 외에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시암 센터, 시암 디스커버리와 더불어 인근에 시암센트럴월드, MBK센터(마분콩), 시암 스퀘어 등의 대형 쇼핑몰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때문에 충분히 더욱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격이 발생한 시암 파라곤 쇼핑몰에 도착한 구급차량

등록되지 않은 총들이 넘쳐나는 태국

언제 어디서든 총기사고 발생 위험...

앞서 태국 경찰 당국은 특수부대를 투입해 가해 청소년을 체포한 뒤 조사 과정에서 그가 정신병 환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 가해자의 나이도, 그가 정신병 환자인 것도 아닌, 바로 14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총기를 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관리에 대한 부분도 중요할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이 초점은 총기를 손에 쥐게 된 과정이다. 하지만 경찰 당국은 아직 10대인 용의자가 어떻게 총기를 구입했는지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은 미국이나 필리핀처럼 총기 구매가 쉬운 나라이다. 물론 내국인만 가능하고, 외국인은 살 수 없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구입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현실적으로 태국에서 외국인이 총기를 구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내국인의 경우 총기를 구매하려면 당연히 정부에 총기소지 허용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등록되지 않은 총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또한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 보니, 태국에 사는 부유층들은 마치 과시용으로 좋은 자동차나 값비싼 장신구들을 구매하듯이 과시용으로 좋은 총을 구매해서 소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자기 방어용 및 호신용으로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꼭 그렇지많도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매한 총기를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총기사고도 발생한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학교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하는 미국처럼 태국에서도 중학생이 학교로 아버지 총을 들고 와서 자기를 괴롭히던 친구를 총으로 쏘는 일도 발생했다.

총기[일러스트]


심지어는 태국의 한 학교 교실에서 10대 학생이 수업 중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태국 북부 논타부리주 방부아통 지역의 왓 랏 쁠라 덕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 중 남학생 노빠신 앙무숫(14) 군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한 학생이 수제 권총을 가져와 친구에게 자랑하다가 키보드에 떨어뜨리면서 격발 된 사고라고 밝혔다.

또 지난 4월 태국 남부에서 결혼식 직후 하객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사망한 남성 2명은 친구 사이였으나 2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식 후 이들은 주차장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다가 싸움이 커졌고 결국 총격적으로 이어졌다.

태국 최대 명절 연휴인 송끄란 축제 기간에는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방콕 시내 RCA 거리의 유명 클럽 입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 외에 범죄목적으로 총을 쏘거나 조폭끼리 총질하는 것은 미국, 필리핀, 태국 등 마찬가지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차고 넘칠 정도니 말이다.

방콕 클럽 총격 사건 현장

총기류에 대한 관리 및 통제도 부실해

외국인을 제외한 태국인의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은 후 총기를 보유할 수 있지만 불법 총기류가 워낙 많고, 총기류에 대한 관리 및 통제도 부실해 항상 대형사고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총기 모니터 그룹 건폴리시에 따르면 2017년 태국 민간에서 보유 중인 총기는 1천34만여 정이지만 등록 총기는60%인 622만여 정에 불과했으며, 2019년 한 해에만 총기 사건으로 1천292명이 사망했다는 집계도 있다.

2016년 1월 26일 태국은 경찰관 370여 명을 투입해 태국 라자망갈라 기술대학과 빠툼완 기술대학을 급습한 결과 라자망갈라 대학에선 실탄 52발, 권총, 폭탄, 방탄조끼가지 압수되는 등 태국의 총기 관련 문제는 성인뿐만이 아닌 청소년들에게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또 지난 2021년 8월에는 동북부 콘캔과 북부 치앙라이에서 체포된 밀매상 3명에게서 총기 3,500정과 실탄 100만발이 압수됐으며, 이는 군대급 규모와 맘먹는 것으로써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5년간 총기류를 불법 판매해 오는 등 전국에 고객을 5만여 명이나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2개월 전인 2021년 6월 태국 범죄진압국은 방콕에 거주하는 43세 금은방 주인을 체포했는데 권총 41개, 소총 15개, 수류탄 14개와 실탄 1천발을 압수하는 등 태국 전역을 경악케 했다.

방콕 시내 주택가서 현직 경찰 총기난사…24시간 대치 끝 체포


태국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는 하지만 성인에 한해 허가를 받으면 외국인도 권총은 물론 반자동 소총까지 보유할 수 있다. 외국산 총기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지만 허가받는 데는 한 달 정도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난 2020년 2월 8일과 9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주 나콘랏차시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대량 총기 난사 사건으로써 태국 육군 부사관인 짜끄라판 톰마가 무려 29명을 사망하게 하고, 58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용의자는 수라탐피탁 기지(태국어: ค่ายสุรธรรมพิทักษ์)에서 지휘관 등 3명을 사살 후 무기류와 험비를 훔쳐서 터미널 21 코랏 쇼핑몰로 가서 총기를 난사하였다. 쇼핑몰로 가는 길과 불교 사원인 왓파사타루암에서도 난사를 하였다. 공격 중에 용의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게시물을 올렸으며,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였다.

전직 경찰인 빤야 캄랍(당시 34세)이 어린이집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24명과 교사 등 성인 12명을 포함해 총 36명의 사망케 한 당시의 사건과 함께 두 사건은 태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불법 무기류 [CBC 홈페이지]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 쏠리는 태국의 안전성

경계는 하되, 지나친 불안감 가질 필요 없어

이번 대형 쇼핑몰의 총기난사 사건을 두고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경우 소위 마니아층이라 불리는 한국 국민들이 많은 만큼 그 관심도 매우 뜨겁다. 대체적인 반응은 "태국이 총기 소지 국가인 줄 몰랐었다", "태국의 중심이자 방콕의 중심지에서... 그것도 가장 유명한 쇼핑몰 중 한 곳에서 대낮에 이런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밤에 으슥한 곳은 정말 가면 안 될 것 같다"등의 내용들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그다지 안전한 곳은 아니지 않나", "불과 몇 달 전 대낮에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만 봐도 그 어느 나라도 안전한 곳은 없다", "태국에서 매일같이 이런 흉측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국 당국에서도 국민들과 관광객들의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본다"들의 내용이었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의 대표적인 국가는 바로 천조국 미국이다. 미국에서도 연례행사처럼 꾸준히 총기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필리핀도 예외는 아니다. 이 외에도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들은 무수히 많으며, 우리가 모르는 매우 다양한 총기 관련 사건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총기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미국이나 필리핀으로의 여행을 꺼려할 수는 있으나 통계적으로만 봐도 실제 미국이나 필리핀으로의 여행객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물론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 잠깐 위축될 수는 있으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여행 수요는 제자리를 찾는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나라를 가든 안전과 관련해 그 해당 국가에 여행객의 안전을 바라고 기대는 것은 분명 극히 제한적이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태국, 필리핀 등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나를 방문한다면 스스로의 안전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태국을 예로 들면 당연히 어두운 밤 으슥한 골목길이나 인적이 드문 길을 밤에 걷는 것은 당연히 위험할 수 있다. 현지인이 총기나 흉기를 들고 달려든다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대처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택시나 툭툭이 등 운전기사와 불필요한 언쟁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설령 본인이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일지라 하더라도 굳이 그 약간의 이익을 위해 위험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분 좋게 여행을 간 만큼 적정선에서 큰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계획한 여행을 맘껏 즐기는 마인드도 때로는 필요해 보인다.

태국은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90% 이상 줄어드면서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던 태국이 이번 쇼핑몰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산업 수입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는 태국 당국의 입장에선 이번 사건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건 직후 태국 증시의 관광산업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큰 적지 않은 하락폭을 보이기도 했다.

태국은 2024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규모를 팬데믹 이전 수준인 4000만명으로 잡았다. 관광 수입 목표는 3조1000억 밧(약 115조1960억원)이다. 이런 목표치와 달리 올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태국 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1850만명에 그친다.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조치 및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마디 더 남긴다면 지금 벌어진 사건이 충격적이라기보다 이러한 총기난사 사건이 더 많이 벌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앞서 얘기했듯이 언제 어디서라도 총기난사가 당장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말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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