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찬 경복궁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엿새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는 3일의 휴가를 내면 최대 12일간의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기회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휴가철에 저마다의 다양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행도 좋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고궁을 거닐며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겨보는건 어떨까.

문화재청은 이달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서울의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화요일에 문을 닫는 경복궁은 개천절인 10월 3일에도 문을 활짝 연다.

나머지 궁과 조선왕릉, 세종대왕 유적 역시 당초 휴관 예정일(매주 월요일)이었던 10월 2일에 쉬지 않고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창덕궁 후원, 해설사 없이 자유 관람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후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용지 일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오는 11월 30일까지 3개월간 평상시 제한관람으로 운영해 온 창덕궁 후원 관람 방식을 문화유산 해설사의 인솔 없이도 자유롭게 후원을 관람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10월부터 11월까지의 회당 입장 인원을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한다.


비용 부담이 없는 만큼 연휴에 여러 차례 궁을 찾아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좋다. 최근 복원 작업을 마치고 공개된 경복궁 계조당(繼照堂)은 일제강점기에 철거된 이후 약 11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왕세자의 공간'이다.

조선 제5대 임금인 문종(재위 1450∼1452)은 왕세자 시절 부친인 세종(재위 1418∼1450)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이곳에서 신하들과 현안을 논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정면 5칸·측면 3칸 규모로 되살아난 계조당과 주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담장, 월대(越臺, 月臺) 등을 보면서 계조당의 역사성을 느끼며 복원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110년 만에 되살아난 경복궁 계조당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이 '왕세자의 공간'인 계조당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 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며 왕세자가 집무 공간으로 썼던 경복궁 계조당은 1910년대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철거됐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복원 작업을 마치고 이날부터 공개됐다.

경복궁 인근에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칠궁(七宮)도 연휴에 문을 연다. 칠궁은 왕을 낳은 친모이지만 정식으로 왕비에 오르지 못한 7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육상궁, 저경궁, 대빈궁, 연호궁, 선희궁, 경우궁, 덕안궁 등이 있다.

덕수궁에서는 대한제국이 꿈꾼 외교 무대를 새로 만날 수 있다. 26일 정식 개관하는 돈덕전(惇德殿)은 1902∼1903년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으로, 고종(재위 1863∼1907)의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장으로 쓰고자 만든 건물이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는 건축 양식을 따른 이 건물은 국빈급 외국인을 맞는 숙소로도 쓰였으나, 1921∼1926년쯤 일제에 의해 헐린 것으로 전한다.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지, 덕수궁 돈덕전 공개

문화재청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연 '돈덕전 개관 및 전시실 언론 간담회'에서 공개된 돈덕전 전경. 덕수궁 돈덕전은 대한제국 시절 외교사절 알현, 연회, 영빈 숙소 등으로 활용된 외교 중심 공간으로 일제에 의해 헐렸다가 100여년만인 올해 재건됐다.

당시 건물을 찍은 사진, 문헌 기록 등을 토대로 재건한 돈덕전은 대한제국의 외교사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과 도서 자료실 등으로 구성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각 궁에서는 추석 연휴에도 주요 문화 행사가 그대로 열린다. 조선시대 왕실 호위 문화를 보여주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흥례문 광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유료 체험 행사 '창덕궁 달빛기행'과 경복궁 야간 특별관람, 창덕궁 후원 관람 등은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그대로 진행된다.

조선 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追尊·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이에게 임금의 칭호를 주던 일)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는 연휴 기간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종묘대제 영녕전서 봉행

7일 오후 종묘 영녕전에서 종묘대제가 열리고 있다. 종묘대제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올리는 제사다.


도심을 떠나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조선왕릉을 찾아도 좋다. 연휴 첫날인 28일에는 경기 구리 동구릉, 남양주 광릉, 남양주 사릉, 서울 태릉과 강릉, 파주 장릉 등 왕릉 8곳의 숲길이 열려 편히 산책할 수 있다.

전통문화와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곳곳에서 열린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지구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 명절 큰잔치' 행사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윷을 던지며 승부를 겨룬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8일과 30일, 10월 1일에 추석 관련 세시풍속을 소개하는 한마당 행사 '보름달이 떴습니다'를 열고 다채로운 체험 행사와 공연을 선보인다.

4대 궁과 종묘 개방 안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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