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내내 강회되는 그의 복수심은 도시에서 겨우 살아남는 수준의 생존이 아니라 그곳의 생활과 부를 갖고 싶다는 지배욕으로 나타난다. 장차 우리가 보게 될 이청준의 비범함은, 그가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지배욕을 보통 사람들처럼 물질이나 권력이 아니라 문학으로 완성했다는 데 있다.”

-본문 중에서-

이윤옥 지음 ㅣ 문학과지성사 출판


[시사의창=편집부]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한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시키는 데 한평생 고뇌한 소설가 이청준(1939~2008).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1958년 광주일고 1학년 재학시절, 《학원》지에 발표한 단편 「닭쌈」과 1965년 제7회 사상계(思想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퇴원」, 1966년 여름에 시작해 1967년에 완성한 첫 장편 『조율사』로부터 그가 자신의 이른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채 결국 미완의 장편으로 남게 된 『신화의 시대』(2008)에 이르기까지 생전의 이청준이 쓰고 발표한 소설은 장편 17편, 중단편 155편에 유일한 희곡(「제3의 신」, 1982)까지 더해 200자 원고지 5만 매로 170편이 훌쩍 넘는다.

“소설은 개성적 삶과 사회적 삶과의 온당하고 창조적인 관계의 드러냄이어야 한다”(「전짓불 앞의 방백」, 1988)는 작가적 신념을 그대로 실천한 ‘이청준 문학의 총체’는 그가 가고 꼬박 10년 세월을 더 보태 34권의 〈이청준 전집〉(문학과지성사, 2010~2017)으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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