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원정 이후로 중국과 서방을 잇는 교통로를 장악한 흉노는 이전과 다른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이제 동쪽의 조선에서 서쪽의 강거康居(지금의 카자흐스탄 초원)로 이어지는 ‘초원길’ 운영의 주체가 되어 개별 세력이 분점하던 교통로를 하나로 통합하고, 나아가 동서 교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흉노는 중국의 자원을 최대한 얻어내 흉노 사회의 질적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다. 대선우가 된 묵특이 한에 화친을 강조하며 많은 물자 지원을 요구한 것은 이후 흉노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정재훈 지음 ㅣ ㈜사계절출판사 출판


[시사의창=편집부] 2016년에 출간한 <돌궐 유목제국사>로 아시아학자세계협의회(ICAS) 최우수학술도서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경상국립대 정재훈 교수가 몽골 초원의 첫 유목제국 흉노의 역사를 복원했다.

흉노는 기원전 3세기 중반 고비 사막 이남의 몽골 초원을 무대로 등장한 유목 세력으로, 기원전 209년 초원에 흩어져 살던 다양한 세력을 통합해 국가를 세우고 중국의 통일제국 한과 지속적인 대결을 벌이며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초원의 유목민, 장성 주변의 목축민, 중원에서 이탈한 정주민, 오아시스 지역 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을 포괄한 복합적 성격의 국가로서 정주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400년 넘게 이어진 흉노의 역사는 돌궐, 위구르, 몽골로 이어지는 고대 유목제국의 원형으로 이후의 세계사에 막대한 영향과 유산을 남겼다.

이 책은 <사기>, <한서>, <후한서> 등 문헌 자료를 새롭게 해석하고 고고학 발굴 자료를 활용해 흉노의 통사를 쓰는 시도로, 유목 국가의 시작점에 있는 흉노를 통해 초원 세계를 하나의 역사 단위로 자리매김하고 동아시아사를 ‘공존’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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