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마약사범 수사 이대로 괜찮나?...인천중부경찰서, 마약 투약 혐의자 자진출두 약속 믿었으나 잠적

마약 투약 자수한 P씨 "마약 수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나?"

김성민 승인 2023.09.05 14:21 | 최종 수정 2023.09.05 14:48 의견 0
사진- ⓒgettyimages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마약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선 경찰서의 허술한 마약 사범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연평도에서 선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P씨는 동료 선원 K씨의 권유로 지난 달 19일, 필로폰(히로뽕)을 투약했다. 다음 날 환각증세에 시달리던 P씨는 K씨가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하자 마약 사범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협박에 시달려 돈을 빌려줬다는 P씨는 지난 달 21일, 112에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하고 연평파출소에서 K씨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한 P씨와 달리 K씨는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투약했다며 P씨의 진술을 부정했다.

결국 P씨는 연평도에서 오후 3시 배를 타고 인천중부경찰서로 향했고 K씨는 귀가조치됐다.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P씨는 인천중부경찰서 강력팀에서 조사 후, 입건됐다.

P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확인한 인천중부서 강력팀은 P씨에게 마약을 권유한 K씨에게 전화상으로 마약 투약 사실을 실토받고 자진출두 약속까지 받아냈다. K씨는 다음날은 풍랑으로 인해 여객선이 운항을 하지 못한다며 23일 출두를 약속했으나 22일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나온 뒤 잠적했다.

마약을 권유하고, 같이 투약한 동료를 협박한 것도 모자라 투약 사실을 부정한 P씨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신병 확보를 하지 않은 경찰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찹하다. 더군다나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하루 한 번 운항하는 여객선만 관리해도 신병확보가 가능했을텐데........

인천중부경찰서, "이 사건은 구속사안도 아니고, 혐의자라도 반드시 본인 동의하에 간이시약검사해서 양성 나와야 입건 가능..."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과 직접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시각은 달랐다. 인천중부서 관계자는 "본인이 마약 투약을 인정해도 간이시약검사에 동의해야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본인 동의없이는 검사를 할 수도 없고 신병 확보도 가능하지 않다."라며 "한 사건의 단면만 보면 기자처럼 말할 수 있지만 경찰이 수많은 사건을 하는 과정에 그 사람만 관심갖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자수한 P씨는 "경찰이 수사를 어이없이 하는 것 같다. 조사 당일에 을지훈련때문에 피곤하다며 형사들이 짜증을 내기도 하더니 결국 마약 혐의자가 잠적하도록 방치했다."며 "마약 수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라진 마약 혐의자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가 어디서 또 누구에게 마약을 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기자의 기우일까? 피의자 인권때문에 고민했다는 인천중부서 소속 경찰관의 고뇌는 K씨가 잠적하지 않았어도 평소에 가지고 있던 숭고한 직업정신이었을까?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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