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가 많은 국가들의 우려 속에 결국 방류를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의 지난 22일 방류 결정에 따라 이날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오후 1시께부터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후쿠시마현 앞바다로 방류되는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의 산물이다. 당시 원자로가 담긴 압력용기 안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 핵연료 등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나면서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넣었고, 여기에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되면서 오염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오염수는 현재 134만t(톤) 정도가 있으며, 매일 90∼100t씩 늘어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염수 저장 탱크는 1천46기가 있고, 그중 98%가 채워진 상태다. 내년 2∼6월이면 탱크가 부족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설비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오염수 방류 관련 설비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측정·확인용 설비, 이송 설비, 희석 설비, 방류 설비로 구성된다.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가 방류 일정을 확정한 지난 22일 최초로 방류할 오염수 약 1t을 희석 설비로 보냈고, 바닷물 1천200t을 혼합해 대형 수조에 담았다.

이어 수조에서 채취한 표본의 삼중수소 농도가 방류 기준치인 1L당 1천500베크렐(㏃) 이하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로 오염수를 정화해도 제거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담긴 대형 수조에 바닷물을 추가하고, 이 물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과 연결된 갱도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을 '방류'로 규정하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우선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천800t을 바다로 내보낼 방침이다. 이어 내년 3월까지 한 차례에 7천800t씩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오염수를 방류할 예정이다. 각 탱크에 담긴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마지막에 방류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높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농도가 낮은 오염수부터 순차적으로 방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총 3만1천200t의 오염수를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체 오염수의 2.3% 수준에 해당하는 양으로, 이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5조㏃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ALPS를 거친 오염수를 1년간 방류할 때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이 22조㏃ 미만이라고 주장해 왔다. 내년 4월 이후 방류할 오염수의 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 농도에 더해 원전 폐쇄에 필요한 시설, 향후 탱크 운용 등을 고려해 매년 4월 전후에 방류 계획을 책정하고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70%는 재정화가 필요하고, 오염수 발생을 완전히 막을 방법이 마련되지 않아 방류를 마무리하기까지 소요될 시간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는 "여러 탱크에 있는 처리수를 일단 별도의 탱크에 옮겨 ALPS로 처리하는 데 약 2개월이 필요하다"며 "여러 사정으로 인해 방류 완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현황[그래픽]


이번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류 안전성에 관한 설명에도 일본 어민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카모토 마사노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일본 정부가 방류일을 결정한 지난 22일 "어업인과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것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방류에 반대하는 후쿠시마현 주민과 변호인 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인가 취소와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다음 달 8일 후쿠시마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22일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일본산 수산물이나 식품 등에 대한 추가 수입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에 대응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와 국내 수산업계 피해 지원 등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특별 안전조치 4법'을 당론 채택했다.

민주당은 4개 법안 가운데 하나인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 및 수산업 진흥 등을 위한 특별법'을 이날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방사성 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 수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미 발의돼있는 ▲ 원산지 표기 시 국가 외에 지역도 포함해 후쿠시마 수산물의 국내 유통을 차단하는 법안 ▲ 방사능 피해를 어업 재해로 인정하는 법안 ▲ 어업인과 횟집, 수산물 가공·유통업자 피해 지원 기금 마련 및 기금 조성을 위해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 등도 4법에 포함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 채택한 4법은 가장 중점 법안으로 지정하고 빠른 시일 내 국회서 논의되고 처리될 수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수산물 수입 금지법과 관련해선 "일본산 수산물 전부가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방류 이후 태평양 다른 지점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면 그 지역 수산물에 대해서도 수입 금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어민과 수산업계의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피해 국민에 대한 조속하고 과감한 예산, 입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방관했다며 비판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