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정용일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으며,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은 네 번째 조사이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검찰 측에선 최재순(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 등 2명의 검사가, 이 대표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가 참석했다.

검찰은 300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해 백현동 개발 과정 인허가 특혜 의혹, 재판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30쪽 분량 진술서를 내고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전 조사를 마친 후 청사 인근에서 배달시킨 곰탕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이날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조사처럼 이 대표가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거부할 경우 1∼2시간 가량 조서열람을 마친 뒤 청사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사량이 방대한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 관계자들이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백현동 부지는 공영개발을 전제로 도시계획 지침이 마련됐고, 이 대표 역시 시장 선거 때 여러 차례 공영개발을 공약해왔음에도 돌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비율은 축소되고, 높이 50m의 초대형 옹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민간업자에 이 같은 특혜를 제공하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게 한 것으로 본다.

검찰 관계자는 "공영개발이 돼야 할 곳인데 공사 참여를 배제시켜 정당하게 확보할 개발 이익을 포기하고 개발 사업자에 귀속되게 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또 "'1원의 사익도 추구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발언) 부분은 배임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배임 액수에 대해서는 "성남시가 확보할 수 있는 이익임에도 의도적으로 포기한 부분을 기초로 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 등이 가져간 개발 이익 일부를 이 대표가 공유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가 금품을 전달받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시장이 개입한 정황이 있어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김 전 대표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측이 내세운 증인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고, 증언 과정에서 이 대표가 종용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증인이 백현동 개발 과정에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 후 사안의 중대성, 답변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읽으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항변했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이라며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십일홍"이라며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또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해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백현동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 감사 결과 특혜가 확인됐고, 수사 의뢰 후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된 결과를 토대로 수사한 것"이라며 "정치 수사로 폄훼하는 것은 수사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서울중앙지검 출석 입장문은 다음과 같다.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사드립니다, 이재명입니다. 먼저 우리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국민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 어려운 삶을 제대로 바꿔내지도 못하고 정쟁으로 이런 험한 모습 보여드려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서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국민들의 삶은 너무 나빠지는데 우리 국민들께서 대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수십 수백명이 이유 없이 목숨 뺴앗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 떄문에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한 나라.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이 힘든 하루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탄식.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을 들을 때마다 제가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게 제 부족함으로, 이 검찰 독재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도 십일홍입니다. 어떤 혼란이 벌어져도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은 승리합니다. 왕정시대 왕들조차도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 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다시 만들어낼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은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정치가 권력가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라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명예나 지위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책임과 의무였습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습니다.

티클만끔,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10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저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할 것입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가리려고 애를 써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 조사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에 영장 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와 폭정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 우리 속에 넓게 퍼진 이 공포감과 두려움이 투쟁의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리고 공포 통치를 종식하고 민주 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되어 주겠습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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