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한증막' 펄펄 끓는 한반도…전국서 온열질환자 '속출'

美뉴올리언스 46도 신기록 예고…지독했던 7월보다 더 더워

중국·한국 등 아시아 폭염·폭우 '연쇄재난', 경제타격 불가피

"남극 겨울 바다얼음 역대 최저치, 아르헨티나 면적만큼 증발"

펄펄 끓는 지구

[시사이슈=정용일 기자]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러한 현상들을 우리는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의 과학자 클라우디아 테발디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매우 극단적인 것처럼 보이고 이례적 현상의 규모가 놀랍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는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닥쳐 신음하는 가운데 지구촌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노동자들이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비상이 걸렸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엄습한 살인적인 폭염으로 한반도의 육지와 바다가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했다. 땡볕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부터 전국에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오는가 하면, 전 세계 청소년이 모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예보가 나오자 이틀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드람 파카인 보건부 대변인은 폭염 관련 질환자가 최근 놀랄만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우려했다.

폭염이 닥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물을 마시는 시민들


바하도리 자흐로미아스 이란 정부 대변인은 "폭염으로부터 대중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2일과 3일을 휴일로 지정하자는 보건부의 제안에 각료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IRNA 통신은 이번 공휴일 선포 결정은 전례 없는 폭염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개월째로 접어든 미국 남부의 폭염이 8월 들어서도 계속되며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보됐다고 보도했다.

8월의 첫째주인 이번주는 미국 중부와 남부의 평원지대와 미시시피강 하류, 멕시코만 연안 일대에 무더위가 닥칠 전망이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일대의 기온이 전보다 더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최고 기온이 화씨 115도(섭씨 46.1도)를 넘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댈러스도 화씨 105도(섭씨 40.6도) 안팎까지 올라가 이번 주 미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열돔' 현상 美 텍사스서 물 마시는 주민


북반구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남극에서는 아르헨티나 면적만큼의 해빙(海氷)이 사라지면서 겨울철 해빙 규모가 역대 최소치까지 줄었다고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가 밝혔다.

30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NSIDC는 현재 남극의 겨울 해빙 규모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소치보다 160만㎢ 정도 적은 상태라고 밝혔다. 남극 해빙은 남반구 여름의 끝인 2월 말쯤 가장 적었다가 겨울로 가면서 다시 늘어나곤 했으나, 올해는 겨울철에도 해빙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순 기준으로는 남극 해빙 규모가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나 감소했다면서 이는 남미 아르헨티나 전체 면적과 같은 규모라고 NSIDC는 설명했다.

남극 바다의 빙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올해 여름 일부 기후변화 현상들은 너무나 비정상적이어서 과학계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들에게 닥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 등 지구 북반구를 달군 기록적인 폭염뿐 아니라 바다 등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특히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남극 대륙의 얼음 감소가 과학자들을 걱정하게 한다.

영국제도부터 뉴펀들랜드 해안까지 북대서양의 7월 해수면 온도는 지난달 평균보다 섭씨 10도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름 형성 범위가 줄고 사하라 사막 분진의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오지만 과학자들은 북대서양 온도가 갑자기 오른 원인을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인 개빈 슈미트는 "그것(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매우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대서양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해수면 온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6월과 7월 지구 해수면 평균 온도는 작년 여름보다 거의 섭씨 0.2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지구 해수면 온도가 탄소 배출, 온실효과 등으로 10년 동안 섭씨 0.15도 정도 올랐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례적이다.

해양학자 그레고리 존슨은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상승은 엘니뇨(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남극 대륙의 해빙이 형성되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라질 시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

나사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남극 해빙의 범위는 179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2월 25일의 기존 최소치보다 13만㎢ 적은 수준이었다. 이후 남극 대륙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해빙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매우 작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현재 남극의 겨울 해빙 규모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소치보다 160만㎢ 정도 작은 상태라고 밝혔다.

북반구 곳곳에 폭염이 몰아닥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전광판이 화씨 118도(섭씨 48도)를 표시하고 있다. 피닉스에서는 이날 기준 최고기온이 19일 연속으로 화씨 110도(섭씨 43도)를 넘어 기존 최장 기록인 18일을 넘어섰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 산호초 보호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 데이터 부표 센터(NDBC)는 지난 24일 오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진 매너티 베이의 수심 1.5m에 있는 한 부표에서 측정된 수온이 섭씨 38.4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온의 급격한 상승은 병원균으로 인한 산호초 질병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단체 산호복원재단은 최근 마이애미 남부 해상의 솜브레로 지역에서 산호초가 100% 폐사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1도 정도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WP는 이런 지구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결국 산호초 소멸과 빙하 감소에 따른 광범위한 해수면 상승, 아마존 열대우림 같은 중요한 생태계 소멸 등의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연구에서는 무더위에 따른 경제 손실이 2020년 1천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2050년까지 연간 5천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은주가 화씨 90도(섭씨 32.2도)에 이르면 생산성이 25% 하락하고 100도(37.8도)를 넘으면 70%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환경·노동경제학자인 R.지성 박 교수는 NYT에 "인간이 온도에 민감하고 열에 노출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더위로 우리는 폭염이 예상보다 더 여러 방식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더이상 '지구온난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 요즘같은 시기에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150년 정도가 지난 2169년의 미래는 인간이 더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어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 영화가 그저 공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한 현실의 변화가 무서우리만치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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