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318km 꿈의 트레일

미국 3대 트레일 PCT 종주기_캄포에서 모뉴먼트 78까지의 PCT 여정

서병철 승인 2023.06.13 15:12 의견 0

[시사이슈=서병철기자]

4,318km 꿈의 트레일

▮ 책 소개

나이 육십, 4,318㎞를 걷다! 미국 3대 트레일 PCT 종주기.

나 홀로 남미 종단 자전거 여행에 도전, 남미 북쪽 콜롬비아에서 칠레 남쪽 끝까지 10개월간 자전거 여행에 성공한 저자가 이번에는 맨몸으로 4,318㎞의 PCT 종주에 나선다. 종주 중 만난 무수히 많은 여행자들과 트레일 엔젤의 이야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길 위에서 의식주를 해결한 이야기 등이 담긴 좌충우돌 여행기이다. 이제 일상을 넘어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전기가 펼쳐진다.

▮ 저자 소개

최인섭

1961년생. 2020년 3월 서울특별시청에서 퇴직했다. 자전거 세계 일주를 꿈꾼다. 2015년 11월 한 달 동안 쿠바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다 왔다. 저서로는 남미 6개국을 10개월간 자전거로 종주한 경험을 담은 책 『저 안데스를 넘을 수 있을까』가 있다.

▮ CONTENTS

● 추 천 사 | 다음엔 어느 길 위에 있을까 5

● 들어가며 | 불현듯 내게 다가온 PCT 7

Part 1. 남부 캘리포니아

- 끝없는 환대에 깊은 감동을 받다 13

Part 2. 중부 캘리포니아

- 내가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은 진정한 축복이다 85

Part 3. 북부 캘리포니아

- 타인이 내게 준 도움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171

Part 4. 오리건

- 길은 그 자리에 있을 테고 난 무리하지 않겠다 203

Part 5. 워싱턴

- 멈춤은 중단이 아닌 새로운 시작 231

● 맺으며 |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290

● 부 록 | PCT 운행 시 알아야 할 몇 가지 정보 293

● 부 록 | PCT 지역 들꽃 302

▮ 출판사 리뷰

“나이 육십, 4,318㎞를 걷다!

꿈의 트레일, 미국 3대 PCT 종주기”

누군가 저자에게 그 나이에 왜 이렇게 힘든 여행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저자는 아마 이렇게 대답하리라. “도전이 좋아서.” 실제로 저자는 30년을 넘게 한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나 홀로 남미 종단 자전거 여행에 도전, 남미 북쪽 콜롬비아에서 칠레 남쪽 끝까지, 10개월간 자전거 여행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는 자전거가 아닌 오직 맨다리로 4,318㎞의 PCT 종주에 도전했다.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저자의 여행은(‘여행’이라 쓰고 ‘도전’이라 읽는다) 평범하지 않다. 그렇기에 더 재미있고 더 뜻깊고 더 생생하다. 이 책에는 PCT 종주 과정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인 일이나 산행 방법만을 담고 있지 않다. 처음 저자가 생각한 가제가 ‘완주의 절반은 나 절반은 남’이었듯이, 이 책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보는 이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친구처럼 지내고, 그들의 삶을 듣고, 때론 함께 여행하며 삶의 방식을 배운다. 그래서 여행서이면서 철학서 같은 면모도 엿보인다.

저자는 설렘과 열정을 밑천 삼아 떠났고, 멈춤은 중단이나 종료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다. 일상을 넘어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미국 3대 PCT 종주를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이 도전을 향한 희망과 삶에 대한 용기를 선물해 주리라 믿는다.

▮ 책 속으로

찰리와 로이를 만났다. 이들은 시원한 캔 맥주를 내밀며 멀리 동양에서 온 나를 반겨 주었다. 찰리는 71세이고 서점을 운영하는 철학자라며 내게 명함을 건네준다. 그가 내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살고 있죠?” “대한민국 서울에서 살죠.” “천만에, 당신은 지금 바로 여기 이곳서 살고 있잖아요!” 말문이 막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옳다. 내 삶의 거처는 현재 지금 있는 곳, 바로 이곳이잖은가! 철학하는 사람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17쪽)

고속도로 다리 밑에 가니 하이커 박스에 캔 맥주가 놓여 있다. 이런 상황도 일종의 트레일 매직이 아닐 수 없다. 하이커들이나 또는 지나가는 이들이 남겨 놓았다. 맥주 한 캔에 사흘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잠시 쉬며 생각한다. 내가 지고 다니는 물리적·정신적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마음의 짐을 평생 지니고 살지는 않을까? 숙소에 놓고 온 옷가지 하나에도 집착하고 있는 내가 마음의 짐을 쉽사리 놓을 수 있을까? 훨훨 털고 새털처럼 가벼이 생을 즐길 수 있기보단 여전히 내게 들러붙은 마음의 짐이 내 몸 구석구석에 박혀 있지는 않을까? 미국에 오기 전, 난 충현 형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형님, PCT 길을 걸으며 마음의 짐들을 모두 비워서 가볍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33쪽)

맑은 날씨에 바람도 잔다. 자동차 소리에 나가 보니 한 친구가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친구의 이름은 셸리. 헬멧, 아이스 피켈, 라스 포르티바 이중화, 크램폰 등 거의 고산 빙벽 등반 수준이다. 셸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밭을 오른다. 앞선 하이커가 없던 듯 길이 보이지 않아 치고 올라갔다. 가파른 경사로 몹시 힘들었다. 12시쯤 바덴 포웰산(Baden Powell, 2,864.8m) 정상에 올랐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오니 셸리가 힘겹게 오른다. 그가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나무는 Wally Tree로 나이가 무려 1,500살이야.” 모진 비와 눈바람에 시달렸을 테지만 꿋꿋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와 몇 마디 나누고는 난 다시 마루 길로 나선다. 500m쯤 경사면을 대각선으로 치고 나갔다. 휴대폰 앱을 보지 않고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눈 처마 부근에서 빠지기도 하고 그늘진 곳으로 가다가 길을 잃고 돌아오기도 했다. 허벅지까지 빠지기는 부지기수. 날이 흐리기 시 작하면서 눈가루까지 날린다. 점점 앞이 보이질 않는다. 도저히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52쪽)

어제만 해도 힘들게 걸었던 까닭에 완주에 대해 비관적이었지만, 컨디션이 좋은 아침이 오면 다시 다짐을 한다. 완주에 자신이 있다고. 미국 사회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엘리너 루즈벨트는 ‘새로운 날이 오면 새로운 힘과 새로운 생각들이 함께 온다.’고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처럼 희망은 늘 아침에 있다.

완주해야 할 목표는 또 있다. 암과 싸우고 있는 친구가 생존의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완주를 해야 한다. 내 발걸음 횟수가 많아질수록 친구 몸에 기생하는 암세포가 사라진다는 확신도 작용한다. 청년재단과 약정한 후원금 기부도 마찬가지다. 한 발짝 뗄 때마다 청년들에 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커져 간다. (207쪽)

PCT를 걸으며 미국 사람들의 도움을 무척 많이 받았다. 특히, 식량 보급이나 쉬기 위해 마을로 이동할 때, 수십 킬로미터가 보통이므로 차량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로를 만날 때마다 손을 흔들 경우 그들은 흔쾌히 날 태워 주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가야 함에도 기꺼이 목적지까지 날 태워 주고는 돌아가곤 했다. 진심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로 봐서는 내가 외국인이란 점도 고려를 했을 듯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기 시간을 버리고 날 위한 시간으로 채웠다.

그들이 내게 준 도움을 나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 지금이야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어 있지만, 어느 땐가 우리나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내가 받은 도움과 친절을 고스란히 되돌려 줄 때가 분명히 오리라. 두 배쯤으로 갚을 생각이다. (291쪽)

서병철 기자 bcsu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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