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Ⅰ] 고등학생들의 미래 : 고교학점제

편집부 승인 2023.06.07 14:54 | 최종 수정 2023.06.07 15:00 의견 0

학점제, 학생이 이수한 학점을 계산하여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2022년부터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민족사관학교나 일부 영재학교에서 시행 중이며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24년 추가 도입, 2025년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고교 학점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보자면, 기본적으로 학기당 이수할 수 있는 최소 학점과 최대 학점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여 듣게 된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 기준은 204단위(교과 180단위 +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점제가 도입된다면 192학점(교과 174학점 +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으로 변경된다.


[시사의창 6월호=이정석 칼럼니스트] 학점제라 하면 대학교 과정을 주로 생각하게 되는데 고등학생들도 대학생들처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이동하여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일본,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시행 중인 교육방식으로 학생이 스스로 과목을 신청하여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여러 가지 과목을 선택 후 이수하여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게 되면 졸업하게 되는 제도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과목을 수강하는 시간을 줄여주며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된다.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예체능계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리가 필수로 배워야 하는 과목들로 설정이 되어있다. 이런 설정 안에서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은 괜한 혼란만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을 늘리는 것 또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과목만으로는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알차게 채울 수는 없다고 본다. 일반계고 학생들을 위해 다른 학교(특목고)에서 개설되는 과목을 온, 오프라인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라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대학 캠퍼스 안에서 건물을 옮겨 다니며 듣는 것과 시, 도 단위를 움직이며 오프라인 수업을 듣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며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된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공식적으로 낙제 제도가 부활하게 된다. 그로 인해 생기는 유급생, 자퇴생이 늘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점들을 우려해 현재 학부모, 현직 고교 교사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고등학교는 출석 일수만 채우면 이수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반면에 학점제가 도입된다면 대학교처럼 재수강을 하는, 혹은 중간에 목표가 바뀌어 다른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현재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수능에 나오는 일부 과목에만 학생들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버려지게 되는 형식이 될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미술, 음악, 체육, 기술 가정 수업이 버려지는 것처럼 학점제 방식이 도입된다면 그 양상은 더욱 커질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등수업을 학년제에서 학점제로 바꾸게 된다면 과목이 더욱 세분화 되어야 한다. 과목 수를 늘리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모든 학생은 거의 똑같은 수업을 이수하게 되고 아직 목표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기본 필수 이수 과목과 대학을 가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본인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선택해서 배운다’라는 점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려면 꿈이 있어야 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즉 중학교 3년까지의 과정만 배우고 난 후 어떻게 진로를 결정하게 하냐는 말이 많다. 현재 대학교의 현실을 봐도 그렇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고등학교에서 전공을 선택당하는 것은 사실상 버려질 수도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한 지식에 대해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은 혼란만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학생들은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과 취업하기 편한 과목을 선택하기에 다다를 것이다. 이러한 학업 외적 스트레스는 학부모의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이 크며 고등학교의 수업을 컨설팅해 주는 학원들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현행 등급제가 성취도평가로 바뀌게 되며 오게 될 혼란도 문제이다. A, B, C, D, E 다섯 가지로 구분되는 성취도 평가는 90점만 넘으면 A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변별력이 없다는 대학 측의 입장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신을 반영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내신 외적으로 서류 평가를 진행하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학생부교과전형에 정성평가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문제점이 커지기 전에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인 듯싶다.

이미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자면 국어와 수학의 경우 국가 수준의 핵심 성취기준을 마련하고, 학교 책무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마다 다른 내신 성적 처리 결과의 통일성을 추구하기 위해 내신 성적의 평점(GPA)을 통해 처리한다.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다른 학생과 비교해 학생의 성취 수준을 평가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적절한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절대평가라고 해도 정부가 요구하는 성취 수준이 절대 낮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고등학생의 미래를 그려주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고교학점제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맞지만, 첫발을 내딛는 고등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현실이 오면 안 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개별화된 학습경험과 유연한 학습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것이지, 제도는 테스트하는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등급제를 처음 도입할 때 피해를 입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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