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제보] 자녀의 암 진단금 1억 2천만원 투자사기 당한 사연

고수익 미끼로 2,000억대 투자 사기..‘불법다단계’ 방식과 ‘폰지사기’ 수법의 전말은?

편집부 승인 2023.06.07 10:05 | 최종 수정 2023.06.07 13:50 의견 0

사업과 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성공하면 사업가이고 실패하면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법적인 의도를 가지고 불특정 다수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무책임하게 투자 유치를 한 사람을 그냥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관대한 처사다. 그들을 경제적 살인자라 부르고 엄한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대한민국은 사기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의창 6월호=김성민 기자] 고수익 약속한 투자사기 또 터진다... 피해 규모 2,000억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수익금으로 연 30% 정도의 수익을 약속하고 거액의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A씨 일당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유사수신,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2013년부터 B투자자문회사 대표를 지내며 영화 ‘기생충’, ‘영웅’, ‘공작’, ‘엑시트’, ‘사바하’ 등에 투자해 문화콘텐츠 투자그룹에 이름을 알린 뒤, 부동산 관련 회사를 인수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득하는 수법으로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선순위 투자자가 후순위 투자자를 소개하면 수수료를 주는 ‘불법 다단계 방식’과 후순위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의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 수법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고발장을 접수한 30여 명 이외에 다수의 고발장이 접수될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의 피해 규모는 2,000억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녀의 암 진단금 1억 2천만원 투자한 피해자...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 느껴..
소규모 자영업자부터 골프장 사장, 대기업 임·직원까지 여러 유형의 투자사기 피해자들 중, 희귀성난치병을 앓고 있는 자녀의 치료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자녀의 암 진단금 전부를 투자한 피해자 C씨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C씨의 남편과 두 딸은 다발성 내분비종양증(多發性內分泌腫瘍症, multiple endocrine neoplasia, MEN)이라는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성난치병을 앓고 있다.
남편은 머리에 종양이 있어 예후를 관찰하고 있고, 대학교에 다니는 큰 딸은 췌장의 종양제거술을 3번이나 받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딸은 췌장의 50%를 제거하고 언제 생길지 모르는 종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다.
다발성 내분비종양증은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유전자가 잘못되어서 자꾸만 종양을 만들어내는 유전질환이다.
남편과 두 딸의 계속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C씨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작년 9월경 암 진단금 1억 2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원금 전부를 떼일 상황에 처했다. C씨는 앞으로 닥칠 가족의 검사비, 치료비에 걱정이 태산이다.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알까 봐 전전긍긍하는 C씨는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C씨의 안타까운 사연 들은 사기피의자 A씨, “세상에 사연 없는 돈은 없다”라고 일축
피해자 C씨에게 투자를 권유한 사람은 C씨와 가까운 인척 D씨다.
C씨의 안타까운 가정 형편을 잘 알고 있는 D씨는 배당금으로 자녀들 치료비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권유했지만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본인도 노후 자금 약 7억여 원을 투자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D씨는 “내가 돈이 있으면 C씨의 투자금을 대신 돌려주고 싶다. 섣부른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자책했다.
D씨는 C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며 C씨의 투자금만이라도 해결해달라고 사기피의자 A씨에게 사정했으나 A씨는 ‘세상에 사연 없는 돈은 없다’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투자금과 주식을 제3자에게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D씨는 경찰 수사가 빨리 진행되어 사기피의자 A씨를 구속하고 빼돌린 자금을 찾아 일부라도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피해자들 두 번 울리는 ‘비상대책위원회’…A씨에게 시간 벌어주는 위원회라고 비난받아
투자 배당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때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단톡방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일말의 희망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거액 투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사기피의자 A씨를 향한 비난과 법적 조치를 못하도록 하는 시간 끌기용 ‘비대위’라는 의혹을 받기 시작하면서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 운영진들 중 일부가 A씨와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신뢰는 깨지고, 더군다나 A씨를 고소한 사람들은 ‘비대위’ 참여에 제한을 둔다는 말들도 돌고 있다.
조만간 열릴 ‘비대위’ 총회에 A씨를 고소한 사람들은 참석을 못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조치에 분개한 피해자들은 ‘비대위’ 운영진에 대한 수사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 속 터지는 경찰 수사속도…A씨 소환은 언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현재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소인이 다수여서 일부는 대면조사를 진행하면서 일부는 서류 조사로 병행하고 있다.
신속한 피해복구를 바라는 피해자들의 애타는 심정과는 달리 더딘 수사속도는 자금 은닉, 증거 인멸의 우려를 낳고 있다.
보통 피해 규모가 큰 금융사기사건의 경우 신속한 압수수색과 재산압류, 계좌동결 등이 이뤄지는데 반해 A씨는 현재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A씨의 부인과 자녀가 해외에 머물고 있어 피해자들은 A씨가 해외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가지고 있다.
작년 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B투자자문사와 A씨 계좌에 대규모 자금이 오고간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통보했을 때 선제적 수사가 이뤄졌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피해자의 하소연이 긴 여운을 남긴다.

@월간 매거진 ‘시사의창’과 인터넷뉴스 ‘시사이슈’에서는 이 사건과 관계된 피해자들의 사연을 연재할 예정이다. 또한 불법다단계사기, 코인사기로 고통을 겪는 분들의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 전화 ☎1522-7415, ☎010-8245-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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