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좋다 말았네?" 도주우려에 보석 취소··· 50조 달하는 피해규모 보상 대책은 '깜깜'

재력에 비해 각각 보석금(약 5억8천만원)이 턱없이 적어...

정용일 승인 2023.05.25 14:28 | 최종 수정 2023.05.25 14:33 의견 0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총 80만 유로는 도주를 막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냐

유죄 확정시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 징역형 선고

코인 지갑 650억, 당장 현금화 가능 금액 300억 추정

韓·美 자국민 피해보상 위해 권도형 송환 총력전 불가피

[시사이슈=정용일 기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 지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그의 도주를 우려했으나, 예상 밖의 반전이 일어나면서 테라폼랩스 대표가 다시 계속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는 권도형. 사진=연합뉴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24일(현지시간)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받아들여 보석을 허가한 하급법원의 결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포베다'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홍보 책임자인 마리야 라코비치에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지난 12일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의 보석을 허가하자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항고했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의 재력에 비해 각각 40만 유로(약 5억8천만원)의 보석금이 턱없이 적고 이들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는 만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보석을 위해 제시한 총 80만 유로가 도주를 막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했다고 '포베다'는 전했다.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 11일 첫 재판에서 경제력을 묻는 이바나 베치치 판사의 질문에 둘 다 "미디엄(medium·중간 정도의)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으로만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표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소유한 한국의 아파트가 300만 달러(4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다른 자산은 변동성이 크기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 등이 내건 보석금이 이들의 경제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서 도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포드리고차 고등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인해 권 대표 등은 현재 포드고리차 서북쪽에 위치한 스푸즈 구치소에 구금돼 있으며, 앞으로도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면 각각 40만 유로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으며, 권도형에 의해 금전적 피해를 본 수많은 피해자들은 권도형의 도주를 강력하게 우려해왔다.

앞서 권 대표 등은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당시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벨기에 위조 신분증도 발견됐다. 현지 검찰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거액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외부 통신망 등을 활용해 각종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수익금 인출에 대한 우려는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한·미 수사당국이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에서 권 대표 등이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어떻게 법적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권 대표의 다음 재판은 6월 16일에 열린다. 권 대표 등이 보석을 재신청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보석 재신청의 경우 자칫 국내 송환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권도형, 그는 어떤 누구인가...

지난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암호화페 테라USD(UST)와 루나(LUNC)를 발행한 장본인이다. UST가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디파이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 코인계는 권도형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권 대표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과 지급 보증을 위한 루나 코인은 꾸준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를 지켜보던 국내 언론들은 그를 향해 "한국 블록체인을 선도하는 천재"로 연일 칭송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칭찬일색의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부테린은 루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이어 갔으며, 영국의 유명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 역시 루나의 위함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냈다.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지난 2022년 5월 큰 폭락이 시작되면서 권 대표의 신화는 결국 사기행각으로 밝혀지며 막을 내리게 됐다.

코인 전문가들은 현재 권도형의 코인 지갑에는 650억 상당이 들어 있고 당장 현금화 가능한 금액도 3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가 이것을 압류하거나 몰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권도형의 범죄 사실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의 재산을 압류 또는 몰수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의 지갑은 본인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의 자금 대부분이 미국 서클사가 발행한 USD 코인 형태이기 때문에 서클사 협조 없이는 동결도 어려운 상황이다.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위해 한국과 더불어 미국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권 대표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권 등 2,333억 원의 재산을 추징 보전했지만 50조에 달하는 피해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권도형의 신병을 미국이 먼저 확보한다면 국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몬테네그로 재판이 끝난 뒤 권도형이 어디로 송환될지 여부에 이해관계에 있는 한미 양 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이슈

저작권자 ⓒ 시사의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