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돈대 - 돌에 새긴 변경의 역사

서병철 승인 2023.03.15 13:39 의견 0

[시사이슈=서병철 기자]

강화도에는 54개의 돈대가 있다. 세계 유일의 해상 방어시설인 이들 돈대는 적의 동태를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기지로서 주변을 관망할 수 있게 평지보다 높은 평평한 땅에 돌로 쌓았으며, 포좌와 성가퀴 등이 설치되어 있다. 강화도에 돈대가 처음 축조된 것은 숙종 5년인 1679년으로 그 배경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병자호란이라는 치욕과 북벌이라는 설욕 사이에서 탄생한 돈대는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가 ‘보장처(전란 때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됨에 따라 방어시설을 확충해 100킬로미터의 해안선을 따라 돈대를 축조해 섬 전체를 요새화했다. 돈대로 둘러싸인 강화도는 프랑스, 미국, 일본으로부터 강제 개방을 요구받았고 또 청나라, 러시아, 일본의 전쟁터가 되는 등 가혹하리만치 숱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 고통의 현장에 돈대가 서 있었다.

<강화 돈대―돌에 새긴 변경의 역사>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인 이상엽이 2015년부터 강화도의 돈대를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생생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강화도 54돈대의 첫 출발지인 갑곶돈대부터 염주돈대까지 민통선지역을 포함해 이들 돈대를 돌아보며 돈대가 간직하고 있는 아픈 역사를 담담히 전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촬영한 돈대의 사진들과 돈대가 세워지게 된 배경과 기원, 돈대에 얽힌 설화, 역사적 사건, 돈대를 만들고 지킨 민중들의 삶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상엽 :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1년 〈사회평론 길〉에서 글을 쓰며 사진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프 리랜서로 활동하며 필리핀 민다나오의 무슬림 반군과 동티모르 독립 전쟁 등을 취재했다. 이를 〈한겨레21〉이나 아사히신문의 〈아에라〉 등에 게재했다. 1999년 사진 웹진 〈이미지프 레스〉를 발행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의 사진 무크지를 발행했다. 『레닌이 있는 풍경』,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변경지도』 등을 썼고,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동과 신자유주의가 낳은 우리 사회의 풍경을 찍어 ‘이상한 숲 DMZ’, ‘변경의 역사’ 등을 전시했다. 〈한겨레〉, 〈시사 IN〉, 〈르몽드디플로마티크〉(한국판), 〈농민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프레시안〉 기획위원, 전 진보신당 정책위부의장, 문화예술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로 있다.

분오리

서병철 기자 bcsu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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