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초록 메인 포스터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한국적인 감성과 셰익스피어 비극이 섞인 신작 창작 뮤지컬 ‘초록’이 내년 1월 서울 관객을 만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작으로 뽑힌 이 작품은 2026년 1월 27일부터 3월 29일까지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3관에서 공연된다.

‘초록’은 김동인의 소설 『배따라기』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를 모티브로 삼는다. 한국 근대 단편의 비극적 정서 위에 ‘초록’이라는 색채가 상징하는 질투와 의심을 겹쳐, 사랑과 욕망, 탐미와 파국이 교차하는 서사를 구축한다. 질투는 사랑의 그늘이라는 말처럼, 작품은 한 인간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초록빛 의심이 어떻게 관계를 무너뜨리고 인물들을 끝없는 나락으로 끌고 가는지 정면으로 응시한다.

무대는 1900년대 초 황해 유역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동굴에서 현재의 토마와 유희가 마주 선 장면으로 막이 오르고, 곧 시간은 과거로 회귀한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겪어 온 토마 앞에 상단주의 딸 유희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토마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수께끼의 인물 류인의 예언, 고향으로 돌아온 동생 영진의 개입이 뒤얽히며 인물들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린다.

이번 작품은 음악극 〈붉은 머리 안〉으로 대학로에서 높은 관람 평점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제작사 북극성이 선보이는 차기작이다. ‘붉은 머리 안’이 고전을 신선한 어법과 리듬으로 비틀어 호평을 이끌어냈다면, ‘초록’은 한국 근대문학과 서구 고전을 교차 편집해 보다 어둡고 밀도 높은 비극으로 확장하는 시도에 나선다.

연출은 뮤지컬 〈맴피스〉, 〈리지〉, 〈마리 퀴리〉와 연극 〈미러(A Mirror)〉, 〈빵야〉 등에서 세련된 미장센과 리듬감 있는 장면 운용으로 주목받은 김태형이 맡는다. 작·작사는 뮤지컬 〈로빈〉, 〈그 해 여름〉을 통해 서정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현지은, 음악은 〈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에서 인상적인 넘버를 써 온 박윤솔이 담당해 서사와 음악의 결을 섬세하게 직조할 예정이다. 안무는 이현정이 합류해 인물 간 감정선과 권력 관계를 움직임으로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뮤지컬 초록 출연진 합본


캐스팅도 묵직하다. 초록색 눈을 타고난 채 운명과 맞서야 하는 인물 토마 역에는 박규원·손유동·김지철이 이름을 올렸다. 박규원은 뮤지컬 〈트레이스 유〉, 〈보더라인〉, 〈리틀 잭〉 등에서 폭넓은 감정 표현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 왔고, 손유동은 〈팬레터〉, 〈도리안 그레이〉 등에서 섬세한 내면 연기로 호평을 받아 온 배우다. 김지철은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웨이스티드〉 등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 온 만큼, 세 배우가 만들어 낼 서로 다른 토마의 얼굴에 관심이 쏠린다.

토마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스터리한 남자 류인과 토마의 동생 영진을 한 몸에 담아내는 1인 2역에는 이종석·김찬종·김재한이 캐스팅됐다. 세 배우는 각자 뮤지컬와 연극 무대에서 깊이 있는 표현력과 강한 존재감을 입증해 온 만큼, 류인의 불길한 예언과 영진의 순수한 빛을 어떻게 대비시킬지 기대를 모은다.

대형 상단의 후계자를 꿈꾸는 상단주의 딸 유희 역에는 박란주·이한별·전민지가 출연한다. 세 배우는 각각 〈판〉, 〈마리 퀴리〉, 〈라파치니의 정원〉 등에서 쌓아온 캐릭터 해석력과 호소력 짙은 보컬을 바탕으로,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희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전망이다.

‘초록’이 속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8년부터 운영해 온 대표 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극·창작뮤지컬·무용·음악·창작오페라·전통예술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에서 우수 신작을 발굴해 제작비와 공연화를 단계별로 지원한다. 동시대성·다양성·수월성·실험성을 기준으로 선정된 작품들은 매년 시즌제로 관객과 만나며,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신작이 이 사업을 통해 무대에 올랐다. 창작산실 출신 작품 상당수가 이후 재공연과 투어를 이어 가며 ‘레퍼토리화’된 만큼, ‘초록’ 역시 장기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작사 북극성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 위에 셰익스피어 비극의 뼈대를 입힌 작품으로, 관객이 낯익으면서도 전혀 다른 감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초연 무대를 계기로 이후 다양한 신작 라인업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넓혀 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뮤지컬 ‘초록’ 티켓 오픈은 12월 중 진행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과 이벤트 정보는 제작사 북극성 공식 SNS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질투와 욕망, 사랑과 파멸이 뒤엉킨 초록빛 비극이 겨울 무대에서 어떤 울림을 남길지 예매 전부터 관심이 쏠린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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