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육백일상·돌상 무상 대여사업 시범 운영 / 부안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초저출생 시대의 한복판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부안군은 지난 14일부터 육아종합지원센터를 거점으로 ‘백일상·돌상 무상 대여사업’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대여 서비스를 넘어, 지역이 부모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는 행정 철학의 실험적 첫걸음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축하해주는 것이 공동체의 기본 의무였던 전통적 미덕을 행정이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군이 이번 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는 명확하다. 백일과 돌이라는 큰 행사 앞에서 가정마다 적잖은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 그리고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냉혹한 인식을 깨지 않고서는 출생율 반등이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실제로 영유아 가정은 행사 준비를 위해 장식물, 전통상 구성품, 의상 등을 단발성으로 구매해야 하는 비효율적 소비를 반복해 왔다. 부안군은 이 고리를 행정이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제도화한 셈이다.

이용 대상은 백일(생후 2~4개월) 또는 돌(11~13개월)을 맞은 자녀를 둔 부안군민이거나, 부안군 내 사업장에 재직하는 근로자다. 장난감도서관 회원가입만 하면 무상 이용이 가능한 방식이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은 부안군 육아종합지원센터(063-584-1345)로 전화 예약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영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공간대여형’은 센터 내부 포토존을 직접 활용하는 방식이다. 부모들이 DSLR이나 휴대폰만 들고 방문하면 전통식과 현대식 포토존 3종, 한복·드레스 등 아기 의상과 소품까지 모두 갖춰진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당 방식은 매주 금요일 오후(14:00~16:00), 토요일 오전(09:10~11:10)·오후(14:00~16:00)로 운영된다.

두 번째인 ‘물품대여형’은 가정에서 직접 행사를 준비하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방식이다. 매주 금·토요일 장난감도서관 운영시간(09:00~18:00, 점심시간 제외)에 물품을 대여해 다음 주 화요일에 반납하는 구조다. 현수막, 테이블보, 음식 받침대, 돌잡이 용품 등 의례 구성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이 포함돼 가정 내 연출 부담을 크게 낮췄다.

관건은 부안군이 이 시범 운영을 통해 지역 부모들의 체감 만족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있다. 저출생 대응 정책이란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지원책이 나왔지만, 실제 부모들이 “정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정책은 손에 꼽힌다. 이번 사업은 바로 그 ‘체감형 지원’에 정면승부를 건 사례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의 첫 성장 순간을 행정이 함께 챙겨주는 경험은 지역 신뢰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부안군 관계자는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의 성장의 순간을 지역이 함께 축하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신규 지원사업 발굴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부안군이 내놓은 이 정책은 결코 가벼운 시도가 아니다. 축하 문화를 되살리고, 육아부담을 덜고, 공동체의 역할을 회복시키는 실질적 행정이다. 시범 운영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물론 타 지자체로 확산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지역 부모들에게 실질적 힘이 되고, 출생 친화 환경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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