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장성대 기자]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관장 박진영)은 지난 10월 22일,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도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어류인 주홍미끈망둑(Luciogobius pallidus)의 서식지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환경유전자(eDNA) 기법을 활용한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환경유전자(eDNA)는 물, 토양, 공기 등 환경 시료에 포함된 DNA를 분석해 생물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과학적 탐지 기법이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지난 5월 사량도에서 담수 속 eDNA 분석을 실시하던 중 미끈망둑속의 유전자 흔적을 처음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10월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주홍미끈망둑 개체를 포착했다.
형태 및 유전자 분석 결과, 이번에 채집된 개체는 주홍미끈망둑으로 최종 확인됐다. 주홍미끈망둑은 일본 규슈 남부와 한반도 남해 일부 지역 등 제한된 연안의 모래·자갈 조간대에 서식하는 극희귀종이다. 길이는 약 4~5cm, 체색은 투명한 바탕에 붉은빛 점무늬가 섞인 연홍색이며, 작은 눈이 피부 밑에 묻혀 있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좁은 틈을 드나들기 적합한 가늘고 긴 체형으로, 낮에는 바위 밑이나 조개껍질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저서생물을 포식하며 활동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거제도에서만 드물게 확인된 바 있으며, 이번 사량도 개체는 국내 세 번째 발견 사례다.
사량도는 남해안의 대표적 도서 지역으로, 다양한 어류와 더불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기수갈고둥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 다양성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에서 두 희귀종이 동일한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구간)에서 함께 확인된 것은 사량도가 생물다양성의 핵심 지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확보된 시료를 바탕으로 유전자 비교 분석과 eDNA 마커 재검증 연구를 추진해 사량도 인근 해역 생물의 실제 분포 현황과 생태 특성을 규명할 계획이다.
정준성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은 “환경유전자 탐지를 통한 희귀종 확인은 시각적 조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생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이번 사례는 도서·연안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시사의창 장성대기자 jsd0612@gmail.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주홍미끈망둑 #희귀어류 #사량도 #환경유전자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 #통영 #기수갈고둥 #연안생태 #시사의창